우리 집에는 남편이 감상하는 <보물> 하나가 있다. 시간나면 밀실에 들어가서 아주 흥미진진하게 들여다 본다. 나도 얼껼에 들어가보면 하나도 귀중해 보이지 않는 별것도 아닌것을 <보물>로 간주하고 그것을 보는 남편의 그렇게 기분이 좋을수가 있을가?
구기자, 꿀, 포도등 자연에서 몸에 좋다는 재료는 다 구해서 코크가 달린 커다란 유리병에 넣었다. 그리도 향간에서 쌀로 잘 고은 60도 짜리 술을 넣어서 옛 테블위에 놓고 이년동안 뚜껑을 열지도 않고 봉한 상태로 둔다. 그렇게 해야만 무산소호흡상태서 알콜로 잘 발효되여 좋은 술을 빚을수 있게 되는것이다. 남편은 큰 <보물>을 감춰 놓은듯 매일 두세번씩 들여다보는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였다.
<보물>은 포도색이 우러나 발가우레한것이 수줍음을 타는 색시인듯 내숭을 떤다. 그렇게 무감각한 남편도 그 사랑에 푹 빠지는걸 보니 효력이 참으로 대한한가본다.
하루는 마시지 않고 늘 감상만 하는 남편을 보고
-당신, 반지술 안해요?
-아니, 요거, 요거는 먹는것만 보는게 더 좋아.
하며 눈 웃음을 짓는 남편의 눈귀에는 잔주름이 살짝 간다.
남편은 손님들이 와서 비싼 술을 살 지언정 <보배>는 깊숙히 감춘대로 좀처럼 빛을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속으로 똥빼주에 빚은 술이 머가 좋다고 린색하게 내 놓지 않으면서 하면서 투덜거리며 상점에 술 신부름을 간다.
그러던 어느하루 느닷없이 남편의 짝꿍 친구들이 오랜만에 고향에 왔다가 우리 집에 들렀다. 남편은 나더러 술상을 차리라고 하더니 <보물>을 내 놓으라고 한다. 너무나 뜻밖이였다. 잘 나가는 친구들이여서 체면에 고급술을 사와도 다 못 사오련만 똥빼주를? 나는 코크를 들어 빈병에 <보물>을 가득 채웠다. 남편은 넘겨주는 술병을 받아쥐고는 세상에서 돈을 주고도 살수없는 술, 자신만의 비법이 담긴 약주라면서 긴 해석을 첨가하는것도 잊을리 없다. 그말에 친구들이 귀맛이 당기여 빨리 한잔씩 따르라고 조른다.
북경, 청도 큰 도시에서 잘 나가는 친구들, 한번 연회를 베풀면 몇천원씩 없애고 양주를 찬장에 올려놓고 버젓이 살고 있는 친구들이건만 시골에 있는 친구의 덕담에 술맛도 못 보고 벌써 살짝 취기가 동했나?
나도 그 기분에 빠져 얼결에 조금 입에 대 보았다. 알콜과면이 있어서 조금만 알콜이 들어가기만 해도 가려워서 견딜수 없지만 남편이 어찌나 애지중지 여기는지 나도 남편의 <보물>과 친해보려고 살짝 맛보았다. 달짝찌큰하면서 칼칼한 맛이 다른 술보다 훨씬 순하여 그 맛이 좋았다. 남편친구들은 술맛이 죽인다면서 쭉쭉 들이켜더니 넷에서 술두병에 완전히 포로되였다. 60도짜리 술에 포도에서 발효된 알콜까지 하면 그 농도가 높으련만 그 맛에 얼리워 몇잔술에 리태백이 된것이다.
게다가 손님들이 오가는 영업실에서 두 남자가 껴안고 코를 달달 굴면서 자는 끔찍스런 일까지 발생했다. 정심에 먹은 술이 깊은 밤이 되여서야 깼다.
-허허 그 <보물>때문에 우리 동성련애까지 하고……
지금도 가끔씩 전화오면 그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운다. 다음에 고향에 가면 또 그 <보물>을 마련하란다. 그러는 그들을 보며 깊은 추억을 만들어가는 <보물>의 진짜 가치를 음미해 본다.
값이 높고 폼잡기 좋은 양주,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 어떤 교제의 수단으로 마시게 되나 남편의 <보물>은 아무리 높은 자리에 계시는 사람도 맛볼수 없는것이다.
<보물>은 잔이 없으면 사발에다 부어놓고 마실수 있을 정도로 그 어떤 례식도 필요없다. 땅콩에 명태대가리 하나라도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열수 있는 친구임에야 맛볼수 있다. 한잔 술에 어릴적 이야기를 담고 두잔 술에 어렵고 지지리도 못살던 그 옛날을 담고 석잔술에 고향을 떠나 향수에 젖어 타향에서 떠 돌던 그 지난세월을 부어서 함께 마심에라, 한잔 또 한잔에 서로 그립고 그리웠던 정을 담아 마셔야만이 그 <보물>의 깊은 맛을 느낄수 있는것이다.
오늘날, 남편이 궂이 친구들에게 <보물>을 권장함은 그 술을 빚을때 고향을 떠난 친구들의 그리움을 함께 빚었음을 나의 짧은 소견으로 이제야 이해할수 있다.
멀리 타향에서 옛 정을 잊지 않고 모처럼 찾아온 친구들에게 한잔 따라 목구멍을 지지는 뜨거운 친구의 정을 <보물>이 아니면 누가 감당할수 있으랴?
현재, 어마어마한 고가의 위스키、와인이 그 위력을 과시하지만 친구의 끈끈한 정을 이을수 있는 <보물>과 어찌 가치를 비길수 있을가? 술개미가 동동 뜨더라도 허례허식이 있다면 그 진정한 맛을 알턱없으니 어찌 <보물중의 보물>이 아닐수 있을가?
오곡이 풍성한 가을날, 남편은 잘 익은 포도를 가득 뜯어다가 한알한알 알심들여 선정한다. 그 톡톡 튀는 포도 한알한알이 아득한 기억속에 어렴풋이 자리잡고 있는 친구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향간의 정으로 무르익은 곡주와 하나로 융합시켜그 맛이 우러나 아름다운 마음의 화음을 이룬다.
오늘도 남편은 <보물>바라보며 타래타래 실타래같은 이야기 보따리를 헤칠 그 날을 생각하면서 행복에 잠긴다.
글 잘 읽고 갑니다~ 생동한 묘사 인상 깊었습니다.
따뜻한 응원 고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