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친구가 외워쓰기를 잘했다고 학교에서 칭찬 받았다. 결혼 12년 기념일을 앞두고 아이 아빠가 태클을 걸어왔다.

– 생각하므 너므 웃기다. 운동 딥따 못하는 니가 맨날 애 델고 무슨 운동할라 댕기느라구. 그 시간에 과외 시키므 성적이나 오르지

– 공부는 내 책임질 일이 아이다. 선샘 책임이지. 글구 본인이 할 맘이 있으므 혼자 알아서 다 한다, 할 맘이 없으므 시케두 아이 된다. 공부하기 싶을 때 몸이 튼튼하면 1,2년만 바짝 해두 된다. 지금 억지로 공부 시키므 우울증 온다

– 지금부터 해야 따라가지, 너무 많이 떨어지므 이따 못따라간다. 같은 시간에 니 잘하는거 시키므 효과 더 좋단말이지

– 욕심이다. 니 지금 누가 칭찬 받으니 샘이 나서 그래지. 목표 있는건 좋은데 누기랑 비겨서 목표 정하지 말자

– 됐다. 의견이 다르다고 설득하지 말라

얼핏 보면 지금부터 공부를 꾸준히 시켜야 한다는 아이 아빠가 현실주의이고 몸을 단련해두면 나중에 마음만 먹으면 바짝 따라갈 수 있다는 내가 리상주의이다. 하지만 아이 아빠는 말로만 하는 리론가이고 나야말로 사소한 아이 일상을 낱낱이 챙기는 실천가이다. 아이러니하다.

내가 몸으로 겪고 느끼면서 그때그때 우리에게 가장 리상적이라고 생각하여 내리는 선택은 아이 아빠가 리론을 바탕으로 제시하는 현실적인 방향과 어긋나기도 한다. 

리상적인지 현실적인지 헛갈리는 우리는 결국 자기의 세상에 머물러사는 보통인간이다. 내가 운동을 중히 여기는건 몸이 안좋아 봄이면 우울하기까지 하기 때문이고 아이 아빠가 공부를 닥달하는건 본인이 공부를 좀만 더 잘했더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불쾌한 대화를 하고 혼자 씩씩거리며 코김을 내뿜다 오소희 작가의 <엄마의 20년>을 다시 펼쳤다. 

 오소희 작가는 <엄마의 20년>에서 가족의 '다름'을 정중히 인정하자고 한다. 자꾸 잊어버리게 되는 소중한 조언이다. 

가족은 한 몸, 한 덩어리가 아니라, 서로 완전히 다른 개성을 지닌 구성원들이 낮 동안 각각 다른 곳에서 자신에게 걸맞은 활동을 하다가 저녁이면 한곳에 쉬러 모이는 품이라고 한다. 우리는 다만 그 어울림이 따사롭고 조화롭게 되도록 노력할 따름이고.

자신만의 독립적인 세계를 가짐으로써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독립성도 정중하게 받아들이라고 한다. '저 사람은 왜 저러지?' 고민하느라 힘 빼지 않는 식으로, '저런 사람이구나!' 관대하게 인정하고 그를 바꾸려 들지 않는 것, 그와 나의 인생을 포개여놓으려 들지 않는 것,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나란히 제 갈 길 가는것, 때때로 평화로운 지점을 찾아 거기서 만나 안거하는 것, 그게 다름을 받아들인 것이란다.

내가 좀만 더 자신 있었으면, 건강이 우선이라는 믿음이 좀만 더 강했더면, 내 아이를 내가 챙기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면, '다름'을 인정했더면 대화내용이 달랐을수도 있다. 

– 생각하므 너므 웃기다. 운동 딥따 못하는 니가 맨날 애 델고 무슨 운동할라 댕기느라구. 그 시간에 과외 시키므 성적이나 오르지

– 에공, 그러네. 내가 운동을 못하니 자꾸 시키게 되네. 부족한거를 자꾸 메꾸고 싶어서

– 니 잘하는거나 시키레

– 알았다. 잘하는거 못하는거 다 시키지므

그러나 이건 리상이고, 현실의 결말은 이랬다: 저녁때 집에 온 아이가 말하기를 친구는 외워쓴게 아니라 베껴써서 다 맞췄고 그걸 모른 선생님이 위챗에서 칭찬을 했다고 한다. 

그걸 모른 아이 아빠가 괜히 트집을 잡았고 거기에 내가 불이 확 붙어서 부글부글하다 겨우 눅잦혔군. 억울하군.

<엄마의 20년>   오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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