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이렇게 고자질했다.

– 아빠는 언제 출근한대요? 아빠가 집에 있으니 감시당하는 것 같아서 우울해요. 수업 중에 방에 들어와서는 잠을 자는거 아니냐, 수업 끝나서 친구들과 채팅하고 있으면 너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거냐, 숙제는 언제 하냐,  너의 영혼더러 너의 신체를 보라고 해, 너의 몸이 유익한 일을 하고 있는지 말이야… 어엉…

– 아르 어째서…

– 울었는데, 아빠가 들어오더니 무슨 티슈를 그리 많이 쓰냐… 빨리 숙제 해라… 흑…

***

애 아빠는 이렇게 고자질했다.

– 너 딸이 저녁에 늦게 자고는 피곤해서 수업시간에 자더라. 하루종일 아이패드 들고 좋다고 킥킥대고, 정신 못차리고 ㅉㅉ 

– 울었다던데? 울어서 종이를 썼는데 종이 많이 썼다고 뭐라 했대메?

– 엥? 울었다고? 

– 집에 같이 있으면서 어쩜 나보다도 몰라 (감시한다메, 어째 우는건 눈치 못채)

***

피가 섞인 두 사람사이에 왜 이리 소통이 안되는지.

퇴근해서 애 아빠랑 한시간을, 아이랑 한시간을 따로 산책하면서 얘기를 나눴다. 

애 아빠는 일로 고민하는 중이라 들어주고 맞장구를 치고, 아이에게는 내 어릴 때 얘기를 들려줬다.

– 난 뭐든지 혼자 알아서 했어. 공부해라? 허허… 엄마한테 깨워달라고 부탁했는데, 고단해보인다고 일부러 깨우지 않을 정도였어. 우리 엄마아부지는 날 거의 상관 안했어. 그런줄 알았어. 그런데 나중에 보니 다 지켜보고 있었더라고… 그리고 어떤 면에선 매우 엄했어… 련애라든가… 평소에 잔소리 전혀 안하던 아버지가 '너 나가면 정갱이 분질러버리겠다'고 무섭게… 우리 아버지가 왜 그랬을거 같애?   

– 왜?

– 두려워서. 밤중에 놀러 나간다고 하니, 뭘 상상했을가?

– 로맨스.

– 그렇지. 그러니 두려워서 그런 식으로 막은거지. 다른 집 아이라면 뭐가 두렵겠어. 사랑하는 내 아이니까 두려운거지. 니네 아빠는 뭐가 두려울가?

– 공부 못할가바.

– 아니야. 성적, 수입 이런건 표상이야. 진실은, 네가 행복하지 않을가봐 두려워서. 네가 자신에 대한 요구가 어느정도 높다는거 알지, 자신에 대한 기대에 많이 못미치면 마음이 힘들수 있어. 자책하게 되고 원망할수도 있고. 

– 진짜? 성적땜이 아니라고?

– 그렇지… 아빠가 钢铁直男이잖아, 알다싶이… 말을 곱게 못해서 그래.  

납득이 됐는지, 그 이후로 아직 내게 아빠를 원망하는 메세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

늦잠 자는 아이를 제쳐놓고 둘이 아침을 먹다가 애 얘기를 했다.

– 애가 물어보더라. 엄마가 어릴때 숙제 제때에 하고 예습복습 꾸준히 한게 진짜로 좋아서 한건지, 행복했는지. 지금 맨날 영어공부하는것도 좋아서 하는건지… 그렇다고 대답하니, 정말로 그러냐고, 어떻게 그럴수 있냐고…

– 하하하하하하. 나도 애한테 얘기한적 있어. 니네 엄마는 성장을 즐겼다고. 임무를 쪼개서 완성하고 조금씩 진보하면서 성취감을 느꼈다고… 쵸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당분간은 좋겠지, 도파민이 분비되니까… 하지만 성장을 통해서 얻는 즐거움은 다르다고… 근데 너는 왜 그렇게 할 수 있었을가.

– 유전이겠지?

– 난 옆에서 숙제 해라 해라 해서 했는데, 넌 혼자 알아서 했으니, 그래서 니 속이 단단하구나. 스스로 한 작은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난 그게 달랐어. 무슨 일이 있으면 늘 주변 의견을 물어봤고 도움을 청했어.

– 나중에 잘 안되면 '봐라, 니탓이다' 할라고.

– 어. 그래서 늘 쉽게 포기했지. 내 선택이 아니라서. 어릴때부터 혼자서 선택을 많이 해야 하는데…

– 그러니, 애한테도 간섭하지 않는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 그렇지.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지가 가봐야 지 경험이 되고 지 인생이 되겠지.

– 그럼그럼. 우리는 아이의 천정이라, 애를 간섭하는건 한계를 주는거지. 요만큼만 하라고.

– 알았다. 아침에 깨우지도 말아야겠다. 지각을 하든말든. 알아서 하게.

헉… 지각은… 

그래도 깨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삼켰다. 이것도 간섭이니까. 두려움이니까.

그후, 잠이 깊은 아이는 지각한 아이로 지명 당하더니 매우 창의적인 알람앱을 검색해서 설치했다. 수학문제 몇개 풀어야 알람소리를 멈출수 있다나 뭐래나.

***

– 후기 – 

아빠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아이가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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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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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가 학교를 갔는데 알람이 울려서(아마도 居家할때 일어나던 시간에) 하하하하하하

      집에 있는 아빠가 끄지도 못하고… 아 요란하다, 애 패드 비번 아니? 알람 어떻게 끄니? 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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