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이 하는 말이 있다. 고양이 성격은 복불복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개냥이, 도도한 냥이, 사나운 냥이, 얌전한 냥이… 집사 마음대로 어찌할 수 없는 고양이가 타고나는 성격이다. 아이 두 명 이상을 키우는 엄마들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자식들의 성격은 복불복이다. 민감한 아이, 까탈스러운 아이, 활동적인 아이, 얌전한 아이… 엄마가 고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외동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지만 둘째를 굳이 안 키워도 자식 성격이 내 마음대로 안된다는 건 알겠다. 아이가 엄마랑 기질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머리로는 그럴 수도 있지 라고 하면서도 극과 극의 모습을 보면 가끔 신기하기도 하다. 

육아는 나에게 벅찬 감동과 괴로운 몸부림이 공존하는 과제였다. 남들도 이렇게 어렵게 키우는 걸까. 다른 엄마들은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았는데. 나만 힘든 걸까. 육아는 나의 적성이 아닌 걸까. 늘 이런 질문들을 던지곤 했었다. 하지만 주변에 아이 둘 심지어 셋을 키우는 엄마들도 심심찮게 있어서 나는 힘들다고 티 내기도 애매했다. 

나는 그저 내가 체력이 딸리는 편이라서, 쉽게 지치는 편이라서 힘든가 보다고 막연한 생각만 했었다. 늘 육아 고민을 나누는 아들을 키우는 친구는 너무 힘들어서 기질검사 상담을 받고 왔는데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면서 상담소를 추천해 줬다. 딸아이랑 동갑인 친구 아들은 집에서 짜증을 너무 부린다며, 뭔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상담소를 찾았다고 했다. 아이 기질, 부모님 기질을 모두 검사하고 종합적인 육아 솔루션을 주는데, 그 솔루션대로 했더니 짜증 부리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기질 분석이라… 나름 그럴듯했다. 내 아이라도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다.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서 감정을 받아주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도 시간을 내서 상담소를 찾기란 쉽지 않아서 미루고 있었다. 그러고 있던 와중에 인스타에서 육아 기질검사라는 광고를 우연히 보았다. 오호. 온라인으로 검사만 받아도 가족 기질 분석을 해준다니. 가격도 오프라인보다 훨씬 저렴하고 무엇보다 남편이 같이 참여할 수 있으니 바로 주문을 했다. 아이 설문지는 주 양육자가 대신 답하고 엄마, 아빠가 설문지를 온라인으로 작성하면 PDF로 작성된 가족 기질검사 보고서를 받을 수 있었다. 

30페이지도 넘는 검사 보고서였다. 결과를 보고 나는 빵 터졌다. 뭐 대충 그럴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딸아이와 나는 말 그대로 극과 극이었다. 내가 막연하게 느꼈던 걸 데이터로 된 전문가의 결론으로 보니 뭔가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이었다. 심리 검사 등에 별로 관심을 안 보이던 남편도 분석을 보더니 “많은 부분이 신통하게 맞는다”면서 만족스러워했다. 아니 무슨 점집도 아니고. 

딸아이 기질분석

엄마 기질분석

아빠 기질분석 

기질 블록 중에 딸아이는 새로운 것을 보면 달려드는 빨강 블록이 95퍼센트였다. 엄마인 나는 위험하다고 느끼면 피하는 파랑 블록이 98퍼센트였다. 아빠가 가장 신기했다. 아빠는 빨강도 파랑도 모두 백 퍼센트였다. 이런 모순덩어리. 그래서 빨강 아빠랑 빨강 딸은 놀 때 죽이 잘 맞았다. 파랑 엄마에게 육아는 뭐랄까. 음… 힘 좋은 대형견을 산책시키는 느낌이랄까. 하루 종일 질질 끌리어다니는 개피곤함이랄까. 

”아이는 새로운 환경과 자극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이 많은 편이에요. 전반적으로 관심이 생기면 즉흥적으로 행동으로 잘 실행하는 편이고, 한 번 신이 나면 과도하게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열정적으로 활동하기도 해요… 더불어 에너지 소진도 빠르지 않은 편이라 또래 대비 신체적/심리적으로 잘 지치지 않아요… 이러한 특성을 가진 아이는 전체적인 에너지 수준도 높다 보니 양육자 입장에서는 다소 힘들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열정적이고 능동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해 나갈 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요.” 딸아이에 대한 기질 분석 중의 일부분이었다. 어쩜 이리 딸아이를 보고 관찰이라도 한 듯이 콕 집어냈을까. 

딸아이는 기본적으로 활동 에너지가 많기 때문에 너무 에너지 소진이 안되는 경우,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을 어려워할 수 있다고 한다. “일주일 단위로 아이가 신체적 에너지를 발산하거나 혹은 보다 자유분방하게 허용 받으며 놀이할 수 있는 시간이 일정 부분 확보되고 있는지를 점검” 하는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 너는 뛰어놀아야 집중할 수 있다니… 열심히 뛰어놀아보자. 

“엄마는 낯선 것을 마주할 때 불안과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편이에요. 예기치 못한 생각이 갑자기 몰려와서 불안을 느끼기도 하고, 경험 해보지 않아서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강하게 느끼기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충분히 필요한 편이에요… 모르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 대한 스트레스와 긴장도가 높아요. 더불어 에너지 소진이 빠른 편이라 똑같은 활동에도 다른 사람보다 신체적/심리적으로 쉽게 지치는 편이며, 특별하고 다양한 방식을 찾기보다 정해진 방식대로 반복하는 것을 좀 더 선호하는 특성이 있어요…”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내가 봐도 참 피곤한 스타일이다.

내가 집콕이인 이유, 같은 레스토랑 같은 메뉴를 친구들이 질리다고 할 때까지 선호하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그런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삶을 즐겼다. 그저 나와 반대인 빨강이들에 대해 잘 몰랐을 뿐이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내 눈엔 조금은 과한 사람들, 함께 시간을 보내면 피곤한 사람들 정도로 분류되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빨강 딸과 파랑 엄마라니, 뭔가 딸아이는 한 번 충전하면 성능이 우수한 배터리 같은 느낌이라면 엄마는 충전해도 금세 방전되는 “저질” 배터리인 건가. 빨강 엄마와 파랑 딸이었으면 좀 더 쉬웠을까? 아니면 그건 또 다른 과제일까. 

“아이는 엄마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엄마는 그러한 특성을 많이 갖고 있지 않아요… 오히려 엄마는 자신의 독립적인 시간과 공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요. 아이가 원하는 친밀감을 채워주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하지만 우선은 육아에서 오는 정신적인 소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부가 의논하여 서로에게 적절히 혼자 보내며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세요…”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이었다. 육아를 하면서 힘들면 혼자 있고 싶었던 엄마와 뭐든 함께 하고 싶은 딸… 나는 내가 모성애가 부족한 건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었다. 친밀함에 대한 욕구가 서로 다른 것이었구나. 함께 하는 시간도 중요하고 혼자 충전하는 시간도 중요한 것이었다. 딸아이에게는 “평소에 스킨십이나 칭찬을 자주 해주고 놀이 시간을 활용하여 아이에게 머리 쓰다듬기, 안아주기, 토닥이기, 하이파이브 등으로 친밀감을 표현”해 주면 좋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엉덩이로 하이파이브 해주세요” 했더니 딸아이가 깔깔거리며 너무 신나했다. 이렇게 쉬운걸. 진작 해줄걸. 

“아빠와 아이 모두 빨강 블록이 많기에, 아이의 적극적인 탐색과 높은 에너지를 존중하며 함께 도전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에요… 아빠는 만족할 수 있는 성취의 기준이 높아서 무엇이든 완벽하게 잘 해내려고 하지만, 아이는 끝까지 잘 해내려고 하지 않고 성취에도 크게 욕심이 없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곤 해요. 이 때문에 아빠는 답답한 마음이 들어 아이에게 비난을 퍼부을 수도 있답니다…”  보는 내내 웃었다. 아이와 놀아줄 때의 아빠의 모습이었다. 설명서대로 놀고 싶은 아빠와 내 마음대로 놀고 싶은 딸, 뭔가 끈기 있게  파고드는 아빠와 그런 거에 전혀 관심이 없는 딸… 이 “점집” 용하네…

기질은 유형이 아닌 자기만의 구성이라고 한다. 모든 아이는 각각 자신만의 블록 조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기질 분석을 하면서 중요한 건 아이가 가지고 있는 기질 재료는 다 다르다는 것, 기질이라는 재료로 성격을 만들어 간다는 것, 그리고 모든 기질 특성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에 기질적 특성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니까 같은 기질이라도 사랑으로 품어주냐 아니냐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진다는 뜻이 아닐까. 

보고서는 아이가 특성상 혼날 수 있는 부분도 미리 지적해준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꾸준하게 지속하지 않는 태도로 인해 혼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어요. 매사에 천하태평이라 부모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행동을 훈육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요. 바로 아이가 평소보다 몰두하고 끈기 있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일 때, 놓치지 말고 알아차려주며 격려해주 주는 것입니다.”  그니까 딸아이의 기질은 끈질기게 파고들지 못 한다고 나무라기보다는 한 번이라도 퍼즐에 집중을 할 때 바로 바로 알아차려주고 격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지난 번보다 더 오래 오래 열심히 하네?” 식으로 말이다. 음…천하태평 우리 딸… 너무 웃겼다. 다행히 이젠 알았으니 덜 혼나겠네.

기질은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성격을 만드는 과정을 기질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딸아이의 기질적인 특성을 신통하게 콕 집어주는 육아 솔루션을 보니 참 검사를 받아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이가 어릴 때 친밀한 관계를 맺는 시간을 유지하거나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으면 사춘기에는 더욱 관계를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지금이 적기”라는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나와는 전혀 다른 딸아이의  욕구를 이해하고 나니 딸아이의 많은 모습들이 다르게 느껴졌다. 기질육아, 결국은 서로의 욕구를 잘 알고 존중해주는 건 일이었다. 주 양육자인 엄마의 충전 욕구도, 아이의 친밀함의 욕구도 모두 중요하다. 육아는 장기전이니까.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겠다.

가족이라고 서로를 다 아는 건 아니다. 가족이라서 사소한 것에도 부딪힌다. 시시콜콜한 소모에는 그냥 기분 탓이라기보다는 가려진 기질이 있을 수도 있다.  오히려 가족이라서 좀 더 적극적으로, 과학적으로 알아가려고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있는 모습 그대로, 더 잘,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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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앙

"I wish that my writing was as mysterious as a cat" -Edgar Allan P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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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각이 예민한 아이면 더 힘들지요…다행입니다. ㅋㅋㅋㅋ 감각적인 자극에 대한 민감함이 특별히 높거나 낮지 않아서 과도하고 지나친 요청을 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둔감한 편도 아니기에 변화를 알아채고 적당히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아이는 전반적으로 환경과 상황에 대한 반응이 안정적이라는 강점이 있어요 .하지만 평소에 감각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아이이므로 이러한 아이가 불편함을 강하게 호소하거나 거부할 때 부모는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고, 아이의 요구를 대수롭지 않게 거절해버리는 실수를 할 수 있음을 기억해주세요^^

    1. 충돌이 생기는건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나쁜 마음을 품어서가 아니라 인츰 바꿔지지 않는 심지어 바꿀수 없는 다름으로 인한 것임을 오랜 갈등과 배움을 통해 느꼈습니다. 아빠는 계획적이고 목적성과 집행력이 강하니 여유만만함을 즐기는 아이를 보면 답답하겠고 아이는 그런 아빠를 보면 압력을 느끼고… 아저씨는 알뜰한 살림군이라 티끌모아 태산을 즐기는 반면 아줌마는 돈에 거의 개념이 없을 정도로 좋아하는 서비스나 상품이라면 호주머니 탈탈 털어내는지라 아저씨는 아줌마 때문에 집안이 망할것 같고 아줌마는 아저씨때문에 현재를 못사는것 같고… 그러다 천천히 접점을 찾았다가 균형이 무너지면 또 싸우다가 다시 서로가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있음을 확인하고 양보하고… 점차 싸움의 주기가 줄어들고 조금 더 쉽게 화해하고…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1. 딸의 기질검사보고서 결과를 보면서 왜 쭈앙님이 자꾸 딸이랑 여니가 비슷하다는 지 알거 같아요, ㅋㅋ 전략적인 접근 지혜로운 거 같네요.”나와는 전혀 다른 딸아이의 욕구를 이해하고 나니 딸아이의 많은 모습들이 다르게 느껴졌다. “이 구절을 두구두구 념두에 각인시켜 나의 실수투성이인 인간관계에서도 써먹어야 겠어요.. 파랑엄마, 빨강 딸 육아장기전은 가끔 파랑 빨강 다 만띵인 아빠한테 넘기기 바랍니다.

  2. 저는 저 노란색 파트가 눈에 들어오네요. 엄마 아빠는 이 부분이 거의 없어서 남의 시선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딸아이는 상대적으로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나왔네요. 아이가 타인의 감정에 좌지우지 하지 않게 잘 잡아 주실 수 있겠네요!

    1. ㅋㅋㅋ 지니 예리하군요~ 아빠 0이 나와서 빵 타졌다는🤣 노랑 블록에도 여러 인소 있는데 그중에 딸아이는 정서적 감수성은 낮고 친밀감이 높다고 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타인의 감정에는 민감하지 않은데 친밀하게 관계 맺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계 유지를 위해 따듯한 행동을 많이 하고 칭찬/거부에 민감한 편이라고 하네요. 진짜 정확하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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