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시국에는 뉴스도 보나 마나다. 온통 몇 번 확진자 얘기 아니면 확진자 동선에 관한 얘기니 말이다. 그리고는 공개 된  동선에 따라 폐교 되고 휴업하는 내용이다. 외출 하려고 해도 괜히 마스크 없이는 불안하고, 웬만하면 가지말까 라는 방어적인 생각부터 하게 된다.  비상 시기이니 그럴수도 있지만, 언제까지인지 끝이 안 보이면 마음은 지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무난하고 평범했던 일상들이 그리워 질수밖에…

2002년에 중국에서 사스가 터졌다. 17년전 일이라 기억이 또렷하진 않지만 대학교 신입생이었던 나는 그때 별 생각 없이 내 생에 첫 핸드폰 사러 나갔었다. 그때는 무엇보다 핸드폰이 더 중요했던 나이었으니. 그 뒤로 상황이 더 악화되어 학교에서는 통제를 하기 시작하였고 수업도 멈췄다. 옆 기숙사에 사는 같은 과 여자애는 절강성에 있는 가족과 통화를 했더니 집에 오지 말라고 했다면서 울었다. 같은 기숙사에 있던 친구는 열이 있다고 학교 병원에 가더니 바로 격리를 당했다고 나에게 전화가 와서는 이불을 가져다 줄 수 있냐고 했다. 격리 기간이 지나고 그녀는 무사히 돌아왔고 티브이도 있는 일 인실에서 나름 나쁘지 않게 보냈다고 이야기 했다. 

2015년에는 한국에서 메르스가 터졌다. 나는 임신 초기였고 정기 검진을 다니는 산부인과 병원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뉴스를 보고 적잖게 놀랬던 기억이 있다. 서울에서 고향으로 들어갔다가 2주 정도 자가 격리 하고 친구들을 만났던 기억도 있다. 

올해 초에 터진 코로나는 유난히 무섭게 다가왔다. 타이밍도 춘제 전 인구 대이동으로 난리 난 판에 무증상 감염이라니. 이제는 혼자가 아닌 딸아이가 있어서 더 겁이 났을까. 등원 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도 고민되고.  그러나 무작정 안 보낼 수도 없었다. 몇 달이 지속 될지 어찌 알고. 남편은 코로나에 감염될 확률보다 고속도로에서 차 사고가 날 확률이 더 높으니 과잉반응을 하지 말라고 했다. 뭐 그렇게 생각하니 더 편하긴 하다만,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수 없었다.

뉴스를 보면 코로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서 온 세상이 코로나 때문에 난리 난 것 같은데, 막상 외출을 해보면 마스크를 한 사람보다 안 한 사람이 더 많으니 헷갈리기도 한다. 나만 예민 한건가. 나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건 없었지만, 달라진 건 얼굴에 두른 마스크와 그로 인한 불안감이었다. 손을 자주 씻는 게 습관 보다는 강박이 되고 손 소독제가 보일 때마다 한 번씩 발랐다. 

중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낼 마스크를 사고 나니 그 이튿 날 부터 온라인에서 마스크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10일 전에 보낸 마스크를 가족들은 아직도 받지 못하였고 항공편으로 갔다는 상태만 확인될 뿐 감감무소식이었다. 마스크를 보내고 이틀 뒤부터 중국으로 마스크를 더 이상 보낼 수 없다는 얘기를 우체국으로부터 들었다. 미리 보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아직도 못 받았다니…중도에 사라진다는 괴담도 돌았다. 중국정부에서 무작정 가져가고 개인에게는 메시지만 보낸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아직 그런 메시지가 오지는 않았으니 기다려볼수 밖에…

우한 실시간 상황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던 천추스 변호사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아들을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보도하는 한국 뉴스에,  2월 초에 중국 매체에 보도된 사망자 인원수가 매일 정확하게 2.1%씩 증가된다고 이렇게 기막힌 우연이 있냐며 보도하는 대만 뉴스를 보면 두려워진다. 충분히 심각할 것 같다고 짐작은 하고 있으나 어쩌면 현실은, 어쩌면 팩트는 비참하다 못해 전대미문의 참상일 것 같은 불안한 생각에 두려워진다. 그 누군가의 부패로, 무능으로, 설상 실수로 이루어진 일이라 해도… 대가가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언제쯤이면 일상으로 돌아갈까? 방치되어 죽어가는 목숨들이 있는데 일상으로 돌아가길 기대하는 것도 사치한 일이라는, 이기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몇 번이고 책상에 자리 잡고 앉아서 노트북을 열었다가 그냥 덮었었다. 뭘 써야 하나. 뭘 쓸 수 있을까.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놀고 있고,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 하고,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사춘기 아이들은 PC방을 다니면서 게임을 하고…이 모든 익숙했던 일상들이 갑자기 너무 소중해졌다는 대만 선거 광고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3분도 안되는 영상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너무 당연하게 살아왔던, 더 이상 평범할 수 없는 일상의 연속들이 침묵하면 더 이상 지켜질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홍콩 시위 덕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찌 됐든 대만은 이번 대선에서 투표율 70%를 넘어서며 최고치를 기록한다. 대만인들의 자유와 민주에 대한 간절함이, 그리고 투표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지키고 싶은 것들을 지킬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충분히 드러난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아이를 깨워 등원시키고 커피 한잔 마시면서 성경을 읽는 아침 시간이, 아이를 재우고 긴 하루를 마치고 그냥 잠들기는 아쉬울 때, 한겨레에 연재되는 "허지웅의 설거지"를 읽는 저녁시간이 그냥 나의 평범한 일상의 시작이었고 끝이었다. 평범했던 일상이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진 적이 없는 요즘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첫사랑 이야기에, 서점 갔다가 차 긁힌 이야기에 그냥 그런 담담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읽고 가볍게 지나가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요즘 현실이다. 평범했던 일상은 커녕, 살아있는 자체가 사치일수도 있는 이름 모를 그들에게도 평범한 일상이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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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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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쭈앙님 글 을 읽노라니 이번 오스카 시상식 호아킨 피닉스의 수상소감이 떠오릅니다. 인류는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으며 자원을 얻기 위해 자연을 약탈하죠. 그게 자연이든 정치든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중심적인 착각이랄가… 호아킨이 말햇죠, 우리가 사랑과 연민을 지침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모든 인지력이 있는 생명체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개발하고 실행할수 있을거라고. 그리고 돌아간 형 리버 피닉스가 17살때 쓴 가사로 마무리했죠. 사랑으로 구원을 위해 노력하면 평화가 올것이다. 그런거 같네요, 평범해보이지만 소중했던 일상의 모든것들은 달연하다고 생각하면 안되는거 같습니다. 사랑으로 유지되고 우리도 그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깐요~ 빨리 봄이 오고 함들게 버티고 있는 무한 및 대도시 사람들한테 벚꽃이 흩날리길 기도해 봅니다~

    1. 어제 모멘트에 피닉스 수상소감 영상 공유했었는데 평론에서 여니님 글 보니 너무 반갑네요~ㅋ 너무 감동적인 소감이었죠.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이 세상이 아직은 빛을 발할것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가 싶습니다.

  2.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주셨네요. 이와중에 열심히 살려고 하는 자체도 죄책감이 들다가 그래도 하루 세끼 밥이 넘어가네요. 그저 그렇던 일상이 정말 간절합니다. 모두가 안녕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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