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딸아이 유치원도 한 달간 문을 닫게 되었다. 시국이 이런지라 장은 온라인으로 보고 운동도 집에서 하니 외출할 일이 없는 요즘, 일주일 내내 집콕을 하면서 딸아이와 24시간을 보내다 보니 2년 전  육아 모드로 시간을 되돌린 느낌이었다. 다만 변한 건 그동안 쑥 커버린 딸아이였다. 

딸아이가 태어나서 6개월에 한 번씩 성장앨범들을 만들어 주곤 했었는데 등원을 시킨 후로는 얼집 선생님이 보내주는 사진이 더 많았다. 작정하지 않고는 사진 찍어줄 일도 별로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옹알이하고 이유식 먹을 때가 그제 같은데, 이젠 사랑한다고 뽀뽀도 해주고 흥~ 하면서 삐지다가도 금방 풀리고 쫑알거리며 이야기를 하는 딸아이를 보면 그저 신기하다. 키도 100cm을 넘어서 안아주려면 힘들건만 사랑의 충전이 필요하다며 시도 때도 없이  달려온다 . 언제 저렇게 커버렸을까. 

그렇게 커준 게 마냥 뿌듯하고 고맙고 이쁘다가도, 피곤하고 지치면 슬슬 한계가 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기 전 순간까지도 놀고 싶어서 너무너무 아쉬운 아이와, 얼른 재우고 맥주라도 한잔 하면서 영화를 보고 싶은 나에게 재우는 일은 눈치게임이었다. 남편에게 딸아이 치카 시킬 거냐 설거지 할거냐 물으면 설거지를 하겠다고 한다. 내가 "치카가 더 쉽지 않나? 이해가 안 되네?" 라는 표정을 지으면 남편은 설거지는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나름 그이도 육아의 핵심을 파악한 것이라고 볼수 밖에. 

인간관계의 핵심은 적당히 떨어진 거리이지 않을까. 부부사이도…엄마와 딸도…달래고 재우는 일이 육아의 익숙한 일상이지만 한계를 느끼는 날에 아이가 촐싹대고 흥분 모드면 정말 골 때린다. 소리 지르는 일이 엄마로서 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꼭 소리를 질러야 말을 들으니…이 또한 난감한 일이 아니겠는가. 

하루 저녁은 치카를 얼른 하고 책 많이 읽자고 달래고 기다리고를 반복하다가 인내심이 바닥을 쳐서 결국은 소리를 질렀더니 딸아이는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하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엉엉 울면서 소리 질렀다. "소리 지르는 건 caring이 아니야! 나 너무 속상해!"  나는 만 네 살이 저런 말도 할수 있나 라는 생각에 놀라고, 너무 맞는 말이라 또 한 번 놀랬다. 사과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엄마가 되면 사과 할 일이 많이 생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요즘은 유치원을 못 간다고 얘기를 해주면서 "유치원 가고 싶어?친구들 보고 싶지 않아?"라고 물으면 딸아이는 엄마 아빠랑 노는게 제일 재밌단다. 흠…그럴때는 기관에 보내는게 과연 맞나 싶기도 하고, 초등학교 전까지는 집에서 놀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좀 더 크면 친구랑 논다고 엄마아빠 찾지도 않을텐데. 그런 얘기를 남편한테 하면 남편은 한 술 더 뜬다. 사춘기되면 방문 걸어 잠그고 나오지도 않을거라고. 어째됐든 한달을 집콕하게 생겼으니 이 시간 동안이라도 최선을 다하여 같이 놀기로 나는 결심을 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니 어제는 재활용 박스로 로봇을 만들었다. 가위질도 하고 스티커 붙이기도 하고 얼굴도 만들어주고. 다 만든 로봇을 머리에 뒤집어 쓰기도 하고 하면서 한참을 놀다가 책장위에 올려 뒀는데, 딸아이가 그 로봇을 보면서 말했다. "엄마. 이 로봇이 밤이 되면 팔이 생기고 다리가 생겨서 사람을 먹을 수도 있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까지 지어가며 딸아이는 말했다. "그래? 그럼 어떻해?엄청 무섭겠다." 나는 최대한 성의를 담아서 리액션을 해줬다. 딸아이는 자신의 이야기와 내 반응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드디어 스토리 텔링을 시작한 것이다. 장르는 스릴러인가? 나는 그걸 기념으로 글을 적기로 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나는 다시 기록하기로 했다. 아니면 언젠가는 잊힐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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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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