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서툴러서 가장 끔찍했던 1차세계대전, 모든게 능숙해져 가장 거대했던 2차세계대전, 몽땅 가져서 서로가 적당한 타협이 불가능한 현재(3차세계대전), 뭔가 이 역사적인 시간을 이토록 주목되는 공간속에서 보내다보니 메아리처럼 소용돌이치는 현기증이 밀페된 좁은 공간에서 가끔 부조화를 상쇄하고 있다. 

글쎄, 당연히 <라이언 일병 구하기>, <쉰들러의 리스트>같은 일들도 쏟아져 나오겠지만 솔직히 아직 딱히 모든게 피부로 느껴지지 않기도 하고, 이보다 더 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쨋든 역사는 이 순간도 기록된다고 는 늘 생각한다. 

하루에도, 문자가 많이 날라온다. 뉴욕에 있는데 괜찮냐고? 거긴 상황은 어떠하냐고? 중국에 들어올 생각은 없냐고? 부모들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고! 정말 조심하라고! 미국의 대처는 아직도 엉망이더라고! 트럼프 또라이인데 안전 부디 조심하라고… 진심어린 걱정이 훨 압도적으로 많은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문자들을 일일이 회답해주는것도 일이다. 어떤건 가끔 무시할때도 있다.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손을 내밀어 위로하지만 가슴속에는 모두 다른 마음으로 각자 걸어가고 있는게 너무 빤히 보이는 게 정말이지 더 나를 편하지 못하게 만들때도 있다. 자꾸 현실을 곱씹게 만드는 대화는 큰 매력이 없다. 지루하기 그지없다. 

사실은, 요란한 위로가 아닌 사려깊은 덤덤함이 고마울때가 많다. 가끔은 우아하고 세련된 매너를 찾는데 골똘하는 것 보다 단호하고 분명하지만 따뜻한 침묵같은게 더 좋다. 

언제부터였는지, 딱히 기억이 안난다. 나는 발생하는 그 지점의 모든 상황에 미세한 피부세포가 살아움직이는 느낌까지 온전히 바치기 시작했었다. 그냥 그 순간을 위한, 그 망각을 위한, 그 즐거움을 위한. 뭐 대단한 인과관계나 두서는 없었다. 오로지 나만의 다락방에 문을 열고 떠있는 햇살을 포옹하는 일과 같았다. 

파스타가 맛있으면 입안에 퍼지는 은은한 식감을 자꾸 생각했고, 키스가 마약처럼 황홀하면 그 부드러운 촉감을 자꾸 떠올렸으며, 이쁘게 단장한 내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앞에 서있으면 활짝 웃으며 동행할 사람과의 마주치는 혹은 엇갈리는 눈빛을 자꾸 상상했다. 정말 심플하지만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그 습관이 몸에 배여버린다. 이 행위를 위한 시작점이 딱히 떠오르지 않지만 분명 난 오랬동안 이 일을 하고 있었다. 

이런 시도를 하기 시작한것은 아마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계기가 되었던 거 같다. 대학에 금방 진학했을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면서 태어나서부터 죽음까지 다닿는 이 열차에서 중간에 오르고 내리고, 또 누군가가 오르고 다시 내리고를 반복하면서 그 종점까지 함께 할수 있는게 얼마나 될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이별들을 위해 난 스스로 항상 준비가 필요했었다. 그 헤어짐을 가장 아름답게 간직하는 방법은 그 추억을 눈 감으면 생생하게 느낄수 있도록 내 심장에 여러번 그려보는 일이었다. 

사실, 엄마는 나한테 자주 영통을 보내지 않는다. 여잔데 참 얼음같은 봄비다.  난 그게 어쩜 더 좋다. 비에 젖는데 차갑지 않다. 아빠는 영통하면 퉁명스럽고  삐뚤어진 그러나 또 애틋한 말투로 자꾸 나를 놀린다. 난 그게 더 편하다. 그리고, 이런 그들과 함께 하는 길지 않지만 자꾸자꾸 그 느낌을 떠올려보는 필름들이 소소하고 눈부시는 형태로 변형되어 눈송이처럼 가슴 깊은곳에 안착한다. 그건 사랑이었다. 

처음했던 입맞춤의 가느다란 떨림, 옆자리친구(同桌)랑 책무덤속에 파묻혀 공부에 열공했던 어느날 오후,졸업식날 예쁜 꽃송이와 얼굴을 비비며 대학교정을 둘러봤던 시선, 출근길 서둘러진 발걸음과 손에 하나씩 쥐어진 包子/煎饼果子의 뜨거운 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세상이 그 백색세계에 멈춘듯 아름다웠던 슬로우모션 장면, 누군가의 긍정하나로 온밤 잠이 안와서 뒤척이던 흥분… 이렇게 모든 감각이 조종하는 사건들엔 사진처럼 두고두고 보지 않고 당장 그 순간에 빠지는 나만의 마법같은 주문이 있었다. 

매 순간마다 그 주문을 수십번씩 반복하면서 난 종점의 두려움을 떨쳐내려 했다. 그리고, 그 찬란한 순간들은 배로 커져서 내 온 인생을 어루만져 주었다. 남부러울게 없었다. 그때마다 온 세상을 다 가진거 같았다. 내 의식속엔 궁궐같은 꿈의 다락방이 존재했다. 볼품없을지라도 다이아몬드 빛으로 반짝였다.  그리고 매 한페지의 기억들은 한권의 책이 되어 내 생을 고이 집필하고 있었다. 

슬프고 좌절스럽고 외로운 감정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꼽십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것 또한 놓치지 않고 고이 간직한다. 그것들은 거친 표현과 예민함을 가지고 있지만 순수하다. 어느 순간인가 이 또한 하나의 경험으로 필터링되면서 점차 다스리는 것 도 연신 쉬워짐을 느낀다. 가끔은 말못할 희열도 있다. 

자기답게 산다는 것의 모호함, 뭔가 거창한 의미를 부여해서 못난 욕망을 포장하거나 하나도 안 애틋하고 철학적이지도 않아서 미성숙한 자기연민에 빠진 비련의 주인공놀이하는 어른으로 발광할때도 있지만, 그걸  온몸으로 간직하다보면 그게 잔잔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때도있다. 

세상이 어케 돌아가든, 만인의 시선이 어떠하든, 난 자기 감정에만 솔직하면 되는거 같다. 가식적이지 않고 당당하면서도 잘 정제된 가치관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흐린 구름속을 걸어다니고 있어도 변함없이 햇살을 찾는 행보는 꽤나 해볼만하다. 

이번 사건이 지나간다해도 살다보면 또 현실에 숨이 막혀 여유롭고자 일을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때문에 여유로울수 없는 현실, 빡빡한 인생이 의미없게 느껴지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방인의 설음도 가시지 않는데 고향에 가면 더 이방인이 될거 같아 어처구니없고 이렇게 늙어가다 뭘 위해 사는가 싶기도 하고 살기위해 사는건데 이 길의 끝은 죽음인건가 하면서 현타와서 인생 별거 없다 허무하게 느껴질때가 있을수도 있겠지. 감정은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예상도 되고 감지도 된다. 하지만 중요한건. 

윤색된 기억일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그 다락방엔 쌓이는 먼지같은 촘촘한 감정들이 즐비하다. 그 기억들은 언제 종착역에 도착하든 웃으며 내릴수 있는 나만의 발판과도 같은 존재로 끝까지 나와 동행된다.  

내가 이해하는 긍정은 마냥 좋게 생각하는 것, 다 잘 될거라고 무작정 세뇌하는게 아니다. 그 감정이 좋았던 나빴던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직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속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순간을 반복적으로 되뇌여 시너지효과를 내자는 것이다. 이게 제대로 된 낙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나만의 미묘한 음조를 헤아려본다. 다락방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무게를 가늠하듯이.  밤은 깊어가고 신기하게도 졸리진 않는다. 이대로 평생 졸음이 찾아오지 않는게 아닐가 싶을 정도다. 사실 나는 괜찮다. 이 상황도, 이 위치도, 이 시점도, 결코 모든게 그냥 다락방의 먼지일뿐이니까. 

당신의 기억은 왜곡은 없는가? 누락은 없는가? 그리고, 당신의 다락방은 어떤 모습으로 유지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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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니

글로 내 생각과 내 마음을 표현할수 있는건 굉장히 행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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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제 今日头条 앱을 모바일에서 지웠습니다. 수많은 自媒体가 만들어 내는 비슷하고 과대 포장된 내용들과 그 밑에 달리는 이상한(?) 댓글들 때문에. 그 많은 自媒体들이 서로 겹치게 쓰지 않음으로써 자신들만의 原创을 보존하려고 한두개의 팩트를 가지고 이리 고치고 저리 고치면서 만든 결과물. 그리고 사람들이 보고싶어하는 글들을 蹭热度까지 해가면서 만들어내는 그런게 보여서…. 삭제햇슴다. 그리고 세상 어느 곳에 잇든, 어떤 일을 겪든, 다른 사람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삶지 말자, 적어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말자라는걸 이번에 느꼇음다. 대부분 뿌린대로 거두니…. 미국도 한때 중국에 대한 기사를 엄청 나쁘게 쓰더니만…. 이번 일 떠나서, 빨리 11월달이 되어 대통령이 바뀌길

    1. 저도 기사를 안 본지 오래됐음다. 너무 바보같은 기사들도 많고 그냥 인터넷이 더 멍청이를 잉태해내는것 같기도 하고. 결국 사람도 국가도 주관적인 부분이 강하니 fake 뉴스도 난무하는 거 같음다. 이 사태 또한 간사한 인간심리를 투영하는 거울역할도 하고요~ 그리고 정말 슬프고 안타깝지만 대선이 와도 대통령이 바뀔 가망이 적어보임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대략 상상이 가는 일들의 승부가 누구한테 기울여지나 , 우린 다 피해자가 된다는게 쫌 ㅋㅋㅋㅋㅋ 우울하기도 하고 괜찮기도 하고 또 답답하기도 하고 해탈하기도 하고… 요즘 집중력이 떨어짐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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