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인가, 우연히 이런 재밋는 그림 하나를 보게 되었다. 당연히, 대부분 사람들이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를 연상할 것이다. 저 축 처진 손가락과 넌지시 건네는 저 스빠나 사이엔 창세기     지성의 힘이 존재하는 듯 하다.  

하긴, 3월초에 시작된 코로나가 반년이나 지속되면서 현재 미국전역 감염자 560만을 훨씬 넘는 수치를 기록하는데, 누구나 할것없이 작게크게 무기력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수 없는거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나도 가끔  저 바닥에 누워있는 <아담>처럼 누군가 나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길 바라게 된다. 

무뎌질만큼 무뎌진 지금은 95%의 사람들이 조금씩 활동을 재개하는데 초반의 무서운 느낌도 거의 사라진 거 같다. 초저녁의 야외는 늘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분주한 발길로 붐빈다. 여름밤의 가로등과 매미소리, 그리고 후덥지끈하면서도 반팔티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밤바람을 느끼며 집앞 커피숍테라스에서 맥주한캔을 따는게 내 하루끝의 작은 행복인 거 같다. 

어떻게 됐든, 위의 문장 내용에 조금은 공감이 갈까도 한다. 또, 먼지속에 사는 생명체들은 이렇게 생존을 위해 서로를 갈취하느라 바쁘고 살아남느라 고생인데, 위대한 우주는 그저 침묵으로 일관할 뿐 왜 마치 압도적인 존재가 하찮은것을 신경쓰지도 않는것처럼 저토록 덤덤할가도 싶다. 

그속의 지구는 티끌같고, 나에겐 이 빈시간 더 아득히 티끌같은 의미 한점이 필요했다. 반년이란 시간속에서 밀려뒀던 영화들도 보고, 메모해놨던 책들도 읽고,  하기 싫었던 영어공부도 하고, 계획을 세웠던 다이어트도 했지만 나에겐 미국전역 감염자수치가 천만까지 올라간다해도 두려움을 떨쳐낼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했다.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기요메는 가족을 위해 죽기로 각오했었다. 살기 위한 걸음이 아닌 죽기 위한 걸음을 택했다. 생명을 계속 이어가도록 해 주는것, 그건 오직 걸음을 내딛는 것 일수도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언제나 다시 시작되는 바로 그 똑같은 발걸음 말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일, 그것은 아마 절망속에서도 뭔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 모든것이 다 말라비틀어진 상황에서도, 다 꺼진 불씨 앞에서도 거기에 대고 입김을 불어넣는 일, 끝까지 시도해보는 존재, 그 존재가 다른 동물보다 나은 인간의 장점인거 같다. 그것이 때로는 기적이라 부르는것을 선물하기도 한다. 

이런 시점에서 보면 <어린 왕자>는 어른을 위한 책인게 분명하다.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면서 이 시기를 잘 보낼수 있는 티끌같은 소중하고 알찬 의미를 조금은 다시 배우게 됏다. 

영화처럼 살고 싶다고 늘 생각하지만, 우리 인생은 두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기에 이런 무기력한 지루한, 빈 시간이라는 손님이 가끔씩 방문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결말은 늘 중요하지 않다, 영화를 감상하는게 중요할 뿐. 그 순간에 존재하고 , 그 존재에 의미를 부여할수만 있다면, 그게 티끌같은 의미 한점일지라도 빈 시간을 통채로 채워줄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 찍은 사진인데, 구름 한점이 온 하늘을 꽉 채운 기분이 든다. 모든 생명의 존재에, 모든 생명의 부지런함에, 모든 생존을 가장한 존재 자체에서 … 요새는 부지런히 의미를 찾아보도록 하겠다. 

공터에서 바람에 날려 나뒹구는 낙엽사이로 비닐봉지가 공중을 이리저리 길게 방황한다. 그 보잘것없는 비닐봉지가 세상에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추하고 비극적인 삶 가운데, 혹은 그 너머에 존재하는 의미를 꿰뚫어보는듯 말이다. 

어언 세월이 지나 우리 후세들은 <2020년에 이런일이 있었어?>라고 말하겠지만. 불행히도 역사에는 에누리가 없지만, 바로 우리 눈앞의 삶엔 늘 다채롭게 살고 싶은 욕망과 살아가야 할 이유들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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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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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코로나때문에 최소 5년은 앞당겨 졌다고 합니다. 5년뒤에 와야할 삶의 방식들이 하나둘 앞당겨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음… 우리도 빨리 현재의 점을 미래에로 연결하는 방법들을 배우고 익혀나가야 할듯 합니다. 생활이 정상화 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발생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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