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직장이 230여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탓에 나는 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한 번 왕복에 여섯 시간은 족히 걸리니 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재택 근무를 하고 있어서 직장에 자주 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또, 늘 아이들한테 둘러싸여 있던 일상을 벗어나 홀로 운전하는 자동차 안의 시공간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고, 음악이나 라디오를 듣거나 이런저런 생각들로 채워져서 그 시간이 아깝지만은 않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뻥뻥 뚫려서 일사천리로 달릴 수 있는 구간이 있는가 하면, 내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사고가 난 차량 탓에 고속도로를 주차장 삼아 굼벵이마냥 기어가는 경우도 있다. 기나긴 터널이라도 들어서면 GPS도 라디오도 먹통이 되어 오로지 몇 킬로미터 앞의 터널 출구의 작은 빛만을 좌표로 보고 지루하지만 집중하여 달려야 할 때도 있다… 우리 인생하고 참 닮았다. 

조수석에 앉아, 한 터널 안에서(2020.8.18)

  그러나 터널 안을 달리는 일이 답답할지언정 터널 안에서 길을 잃는 이는 없다. 터널 출구로 새어 들어오는 작은 빛 덕분이다. 좌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지난 주말 아침의 일이다. 나도 남편도 모두 세차가 필요한 상태라 각자 운전해서 세차장에 가기로 했다. 남편이 저렴하고 한적한 세차장을 새로 알아놨다며 그리로 가자고 한다. 가깝기도 하지만 정확한 상호명을 찾고 내비게이션을 찍는 일이 귀찮은지라 남편의 차 꽁무니를 따라 가기로 했다. 남편 또한 호기롭게 "나만 잘 따라오면 돼."라고 한다. 

  그런데 15분이 채 안 되는 그 길을 가는 동안 남편의 차를 신호등이 바뀌면서 한 번을 놓치고, 다른 차가 껴 들어서 두 번째로 놓치고, 커브를 돌면서 또 다른 차가 두 대나 중간에 껴서 세 번째로 놓쳤다. 그때마다 나는 조바심을 내며 남편 차를 쫓아가느라 바빴다. 이내 후회가 밀려왔다. 

"차라리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을걸." 

  우리네 삶도 그러한 것 같다. 귀찮아서, 또는 나보다 갈 곳을 더 명확히 알고 있는 것 같은 그 누군가가 가리키는 대로 쫓아가다 보면 정작 나의 목표를 잃는 수도 있겠다. 또는 내가 좇던 그 누군가의 목표가 달라진 줄도 모르고 엉뚱한 곳에 이끌려 가서 뒤늦게 땅을 칠지도 모른다. 

조수석에서 찍은 고속도로 사진(2014.8.6)

   가까운 세차장이야 앞서가는 남편의 차를 놓쳤거늘 근처에 도착해서 전화를 걸어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연습을 허용하지 않는 한 번뿐인 인생길은 좌표를 제대로 안 그려서 엉뚱한 곳으로 가는 길이 없어야지 않을까. 새삼 우리네 인생도 학교 때 수학에서 배운 데카르트의 좌표계마냥 x, y축을 그려서 목표하는 점 하나를  또렷하게 찍어야지 싶다.

  내 인생 좌표는 잘 그려져 있는가? 나는 원하는 삶을 잘 살고 있는 건가? 다시 한 번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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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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