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를 키운지 3개월쯤 되는 이 시점에서, 정말 감동적인 영화한편을 보기로 맘 먹었다. 비록 강아지소재의 명작이 많지만, 이 영화를 오늘밤 선택한 이유는 영화속 주인공 하치가  아키타종인데 ,시바이누랑 정말 닮았기 때문이다. 

미국 어느 기차역에서 우연히 길을 잃은 강아지 하치가 대학교 음악교수 파커를 운명처럼 만나, 파커교수가 심장발작으로 세상을 뜬 뒤로도 10년동안 같은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다 죽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슬프고 눈물나는 충견이야기다. 

처음에는 보고 싶었지만, 보는 게 참 많이 고민됐다. 너무 유명한 영화라 대충 결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별이를 보면 말 못한 어떤 감정이 북받쳐 보고 울지 않을 자신이 없었기때문이다. 글쎄, 영화보고 늘 우는 일인이지만, 그래도 이번만은 클릭했다 놨다를 여러번 반복하다가 끝내 보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눈물 한바가지를 쏟아내고, 난 또 글을 쓰려고 우리나무를 찾았다. 

별이는 뉴저지에서 4시간 남짓 떨어진 농장에서 입양해온 아기 시바이누다. 오리지널 시바견이랑 차이점이 있다면 마메시바라는 종인데, 얼굴이 훨씬 작고 몸매도 라인이 날렵한 편이다. 비록 갓 입양해온 아기시절엔 곰돌이상이라 별로 느끼지 못했지만 말이다. 

손바닥만한 별이가 처음 집에 왔을때, 나는 이게 도저히 인형인지 진짜 강아지인지 구분이 안됐다. 너무 작고 소중했으며 긴 여정에 피곤했는지 그냥 자고만 있었다. 

아장아장 걸을때도 종종 미끄러져 넘어질 정도로 다리에 힘이 없었고, 이 작은 걸 어떻게 다룰지 몰라서, 심지어 안을줄도 몰라서 허둥지둥 헤맸었던 적도 많았다. 

사실 별이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왜냐면 우리가 처음에 선택한 시바견은 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선택한 강아지가 싸이트에서 리잭되면서 별이는 세번째로 선택한 강아지였지만  끝끝내 우리한테 온 마지막 강아지다. 

더군다나 초반에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아직 하우스를 산 것도 아니고, 애기도 없는 상황에서 먼저 애완견을 키우기엔 좀 무리일거 같다는 내 판단이 있었기에, 남편은 무수한 설득을 거쳐 나의 동의를 얻어낸 건 사실이다. 지금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그때 알았더라면 바로 동의 했을텐데, 그때는 그 결정을 내리기 나름 쉽지 않았었다. 

새 생명을 데려오면 무조건 그에 따른 백퍼책임을 져야 했는데 맘에 준비도 되지 않았고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적, 집에 룰루(金毛)라는 골든 리트리버가 있었다. 아빠가 키우던 강아지였는데, 정말 잘 생기고 총명했었다. 웃으라면 웃었고, 엎드려라면 엎드렸다. 덩치도 커서, 그때 고작 8/9살쯤이었던 나에게 애완견이라기 보단 집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초꾼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하지만, 어느날 아쉽게도 도둑을 맞혔고 아빠는 그 뒤로 강아지를 다시 키우지 않았다. 그 세월에는 개도둑도 많았고 개탕으로 몸보신한다고 개탕집도 많았었다. 당연히 지금 여기선 불법이지만, 그때는 그랬었다. 지금도 룰루가 잡혀가서 사람들 음식상에 오른 개고기로됐을 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주변에 보면 강아지 키우다가 강아지가 죽으면 통곡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초반에 이 시작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고민됐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인생을 그런 마인드로 생각한다면 우린 결코 아무것도 할수 없지 않는가? 남편도 자식도 가족도 그 어느날 그 무슨 일이 있을지 몰루는데, 삶의 불현듯 닥칠 사고를 늘 우선순위로 생각한다면 우린 결코 아무 관계도 무서워서 맺지 못한다. 

그냥 순리대로 현재를 느끼며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또 받고 함께 성장하기로 다짐하고, 하루하루 커가는 별이를 보면서 난 지금 처음 느껴보는 오묘하고 색다른 행복을 쌓아간다.  

손도 많이 가고 정력도 어지간히 드는 건 아니지만(거의 99프로는 남편이 다 케어한다) , 그래도 집에 오면 격하게 반겨주고 어디 나갈때면 늘 아쉬운 눈빛으로 애잔하게 쳐다보는 건 별이밖에 없다.

 우리의 인생엔 여러가지가 풍부하게 융합되어 있지만, 강아지의 인생엔 우리가 전부이다. 그래서 그 전부를 믿고 매일을 살아가고 동반하는 강아지를 보면서 , 한번 준 사랑은 영원히 잊지 않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하치가 파커교수를 기다리듯, 이 세상엔 받은 사랑을 몇배 몇십배로 값아주는 관계가 존재한다. 나는 별이한테서 그런 사랑을 바라는 건 솔직히 눈꼽만큼도 없다. 그냥 지금처럼 똥고발랄하게 잘 커주고 건강하게 매일을 잘 살아주면 충분하다. 

또 나보단 먼저 이 세상을 굿바이 할수 있다는 게 위안이 된다.  글쎄, 장담은 못하지만, 그럴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매일 출근할 때면 이케 바라보고, 집에 올 때면 이케 기다려주고, 기차역에서 기다리는 하치랑 똑닮은 모습이기도 하다. 

이젠 곰돌이상 아기가 아니라 나름 어엿하고 늠름한 5개월 성장기 시바지만, 내눈엔 늘 아기다. 아직도 똥오줌 잘 못 가리고, 먹을 것 앞에서 꼬리 돌돌 말아올리고 재롱부리고, 핸드폰 보는 내 무릎에서 턱 고이고 아무데서나 편하게 잠을 자는… 그냥 아기. 

별아, 회사일이 힘들고 인간관계에 치일때도 널 보면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수 있게 해준 너는, 별처럼 빛나는 존재인 거 아니? 

바라컨대 별이가 천천히 커주고, 같이 많은 추억 쌓아서 어느날인가 우리가 서로 다른 세상에 있을지라도 각자 존재하는 공간에서 행복한 기억으로 남길! 

사람도 이런 한결같음은 강아지한테서 배울 필요가 있다. 그게 빛나는 인품이 되고 별 같은 인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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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니

글로 내 생각과 내 마음을 표현할수 있는건 굉장히 행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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