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초쯤에, 봄맞이를 한답시고 셔츠를 좀 장만했다. 노랑색만 살려고 하다가 초록이랑 연핑크도 너무 예뻐서 그냥 세개 다 사버렸다.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색갈별로 사는 습관은 가끔 있었지만,  셔츠는 첨이다. (내 대부분의 셔츠는 하얀색 위주이다. ) 

침대에 누워, 옷장에 나란히 걸려있는 저 세 색상의 셔츠를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절로 봄이 되는 것 만 같았다.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있기만 해줘도 내 일상의 행복지수를 올려주는 아이들이다. 근데, 신기한 건 외출하려고 매번 셔츠를 고를 때마다 이상하게도 노랑색에만 손이 간다. 지금까지 난 저 핑크랑 파랑은 아직 단 한번도 입지 않았다. 

노랑색은 뭔가 자꾸 눈이 가고, 신경이 쓰이고, 맘이 움직여지는 색인거 같다. 개인적으로.

음.. 나는 노랑색을 좋아한다. 내 취미는 노랑색 모으기인거 같다. 연한 노랑, 찐한 노랑, 레몬노랑 다 맘에 든다. 

노랑색은 살다가 어느 순간 , < 아, 내가 정말 노랑색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낀 색이다. 어릴때 누구나 < 너는 좋아하는 색이 뭐니?>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 있을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모든 색이 다 이쁜거 같고, 다 각자의 매력이 있는 거 같다고 말하기가 다반수였다. 지금 생각하면 정확히 꽂힌 색상이 그땐 딱히 없어서였던 거 같다. 

언젠가, 사람들이 <여니는 노랑색이 너무 잘 어울린다.>라는 말을 주변에서부터 자꾸 듣게 되면서부터,  곰곰히 관찰해보니, 확실히 옷장에도 노랑색 옷이 제일 많았고 사용하는 물건도 노랑색의 비중이 높은편이었으며 사진같은 거도 찍은 걸 보면 노랑색 포인트가 많은 사물이나 인물위주였다는 걸 발견했다. 

그럼, 나는 왜 노랑색을 좋아하고, 노랑색에 관심을 보이는가? 

일단, 노랑색은 병아리 색 같아서 영원히 자라지 않는 동심 같은 느낌을 준다. 여리고 따뜻하며 감싸안아주는 것 같은 포근한 색이다. 달빛도 별빛도 햇빛도 노랑색이랑 닮아 있는 거 같다. 

다음은, 노랑색은 아주 눈에 잘 띄는 색상이다. 사람마다 닮은 색의 결 같은 게 있는데 노랑색을 닮은 사람들은 뭔가 그 분위기나 느낌같은 게 분명하고 명확하다. 흐지부지하지 않고, 딱 한순간에 파악이 되는, 움츠렸다가 순간적으로 화려한 날개를 편 금빛나비 같은 찬란하고 명료한 색이다. 

노랑색은 뭔가 기분좋음, 소소한 행복, 내재되어있는 희망 같은 의미가 있는 거 같다. 기분이 축 처지거나, 우울할 때도 노랑색을 보고 있노라면 서서히 구름뒤로 햇살이 얼굴을 내밀어주는 느낌이랄까… 치유되는 색인 게 분명하다. (그래서 해바라기를 수많이 그린 반고흐나 황금빛의 화가 클림트도 노랑색을 사랑했는가?) 

https://wulinamu.com/essay/14892/

유치원 다닐 때 훈춘시에서 조직한 어린이지식경연?  인가 있었는데, 1등을 눈앞에 두고 2등을 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아마 노랑색이었을 것이다. 그 마지막 문제가 가을의 색을 맞추는 거 였는데, 나는 노란색이라 답했다. 내 인상속의 가을은 울긋불긋하지 않았고 더 많이는 노랑색으로 물들었던 거 같았어서 말이다. 그 1등은 못 한게 별로 아쉽지가 않다. 

전시를 갔다가 휴식 코너에 앉아서 브런치를 먹는데, 음식을 가져다 준 사람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노랑색이랑 수염, 그리고 문신은 충분히 한데 잘 어우러지는 조합이란 걸 첨으로 깨달았다. 핸드폰을 정색해서 너무 열심히 보는 거 같은데, 폰 케이스가 귀염뽀짝하다, 참! 서비스도 친절하고 노랑색을 좋아하는 사람인 걸로 보아하니, 팁은 조금 많이 주기로 했다. 

나는 꽃중에서 튤립을 제일 좋아한다. 튤립은 어떤 색도 다 예쁜데, 그래도 집에 사가지고 오는 건 늘 노랑이다. 창가나 식탁위에 올려놓으면 기분이 몽글몽글해지고 상쾌해지는 느낌이다. 노랑튤립의 꽃말은 <헛 된 사랑> ,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 이란데 사랑이란 게 원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름다운 거니까 좋은 거겠지? 뉴욕은 택시도 노랑이고 시티자체 느낌이 은은한 노랑 분위기인데 이렇게 튤립까지 만발하면 저 앞에서 온하루 멍때리고 싶다.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면서. 

이 케익은 내가 여지껏 먹어봣 던 중에 생크림이 제일 부드럽고 단백하면서 맛있는 케익이다. 중간중간 과일들도 듬뿍 차있어서 한입씩 씹을때마다 인생이 달콤해지는 마법이 있다. 이 아이를 만난 뒤에는 내가 사랑하던 Lady M도 뒷전이다 싶을 정도로 자주 먹었었다. 케익이 맛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하브스의 대표작을 맛보고 싶다면 밀크 크레페를 추천함) 나는 이 브랜드 포장이 너무 맘에 든다. 점원이 포장 다하고 건네줄때마다 노랑 박스가 내 손에 오는 그 순간이 유별나게 행복하다. 상큼함이 전달되는 느낌이다. 

나는 일출보다 일몰을 좋아한다. 노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때가 되면 질줄 알기때문이다.  가끔 무심코 지나가다보면 노을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물든 건물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촘촘하게 황금빛으로 채워진 네모난 창문들이, 마치 맘구석 어두운 방들을 잠깐 노랑색에 말리는 느낌이랄까… 내 발걸음을 한참씩이나 붙들고 있기가 쉽상이다. 영화 변산에서 주인공 학수는 <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게 노을밖에 없다> 라 햇지만, 나는 < 내 마음은 외로워서 의지할 게 저 황금빛밖에 없다.> 고 말하고 싶다. 노랑색은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는 색이다. 

재작년에 키웨스트에 놀러갓다가 찍은 사진이다. 한 며칠 머물렀는데, 나는 매일 저녁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1월달에 갔어서,  바람도 적당히 시원하고 저녁엔 낮보다 많이 조용해서 여유있게 자전거 타기를 즐길수 있었다.  키웨스트의 색은 하늘색이랑(하늘색은 두번째로 좋아하는 색) 노랑색 두가지로 나눴던 거 같다. 낮엔 에메랄드/하늘빛 밤엔 은빛. 

자전거를 타고 흥얼흥얼 거리고 가던 중에, 까만 어떤 물체가 은은한 노랑빛 사이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 잠시 멈춰서 가만히 보니 어린 고양이었다. 너무 움직이지 않아서 난 첨에 무슨 돌덩이인줄 알았다. 그는 왜 꼼짝하지 않고 저기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할까?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했고 누굴 그리워하는 거 같기도 했고 온전히 달빛구경 하는 거 같기도 했다. 어쨋든, 달빛이 쏟아지는 주황색 등불 밑에서  우리 둘은 꽤나 오랫동안 함께 있었다. 

노랑색은 어쩌면 쉼표의 뜻도 포함한 거 같다. 올해 초 샌디애고에 놀러갔을 때, 노랑 표시판이 반가워서 찍었던 사진이다. 뉴욕의 많은 표시판은 빨간색으로 된게 더 많았던 거 같다. 내 기억으론. (내 기억이 틀릴수도 있지만) 노랑색이 훨씬 눈에 띄고 선명한 거 같다. 붉은등과 파란등 사이에서 반짝이는 노란 신호등처럼, 당신도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할때 잠깐 쉬어가면서 결정을 내릴 때 저 쨍한 표시판처럼 방향을 잘 판단할수 있는지? 노랑색은 마음의 작은 쉼터같다. 내 마음이 다치지 않게 조금 쉬어가면서 다음을 준비하는 색인거 같다. 

초중다닐때, 연변채팅방 아이디도 나비공주 였던 같다. (공주는 왜 붙였는 지 몰겠지만… 저때 공주병이였나?) 빛나는 금빛나비처럼  번데기에서 겹겹의 탈피를 시도하며 온 세상을 훨훨 날고 싶었던 거 같다. (백설공주 인어공주 오로라공주 엘사공주 자스민공주… 보다 더 매력있는 나비공주도 탄생하길!) 

노랑색은 태양에 가장 가까운 컬러로 따뜻함, 생기, 애너지, 젊음, 긍정, 포근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굉장히 밝은 색임에도 불구하고, 노랑색은 자극적이지 않다. 노랑색은 뭔가 순하고 귀엽고 정직한 느낌이다. 수줍은 봄아씨 같다. 여리여리 사랑스럽고 프리지아 꽃향기처럼 향기롭다.  

나한테 주는 느낌이 그렇단거다. 

내가 선택한 것이 내 주위에 가득찬 사람, 진짜 자기만의 분위기가 있는 사람, 자기만의 고집이 있는 사람, 본인만의 취향과 색이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좋다. (내가 그렇지 못해서 그럴수도 있다.)  그런것들이 모여서 그 사람을 말해주니까. 

그래서, 당신은 혹시 어떤 색을 좋아하나요? 

그리고, 당신은 어떤 색의 결을 닮은 사람인 거 같아요? 

또, 어떤 색에 매료되어 매력을 느끼시나요? 

당신의 인생은 어떤 색이였음 좋겠나요? 

모두가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의 색을 만나고,  뚜렷한 색의 결을 만드시고, 그 점차 뚜렷해지는 아우라속에서  맘껏 놀면서 빛나시길 바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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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사는 여니

별거아닌 생각, 소소히 적기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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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니,저도 노랑색을 제일 좋아해요! 한때 별명이 고흐였을 정도로) 노랑하면 봄, 개나리, 태양, 어린이 등이 떠오르고 그에 따라 밝고 통통 튀고 개구쟁이처럼 유쾌한 느낌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 상큼한 여니처럼 🤩이집트에서는 노랑이 행운을 뜻하는 색이기도 해요, 여니에게 항상 행운이 따르기를 💛 홍홍

  2. 노란색이 어울려요 여니는. 저 위에 겨자색 컨버스화 예쁘네요. 뉴욕택시도 예쁘고. 생전 노란색이 어울려 본적 없으나 공책, 지갑, 볼펜 등이 노란색이 꽤 있어요. /저의 색은 아무래도 파랑인거 같아요.

    1. 청량하고 탁 틔인 파랑 저도 좋아합니다. 저번에 제가 올린 자전거 영상에 우석이 진안 같다고 한 여자애도 파랑 멜빵바지 입었던 거 같습니다. 구겐하임 갔다가 멍때리는 데 겨자색 컨버스화 신은 남자가 유난히 시야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기록으로 사진찍어 남긴겁니다.

  3. 노랑이랑 너무 잘 어울리는 여니 🙂 사진들도 너무 이쁘네요, 어쩌면 사진들마다 분위기 뿜뿜인지… 글과 사진 함께 감상하면서 흐뭇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색상은 뿌연 파랑 비슷한 색상입니다. 어릴적 크레파스에는 라벤더 색이라 적혀있었지만 진짜 라벤더 색은 연보라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론 하양/흰색을 섞은 진한 파랑이라고 얘기를 할 수밖에 없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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