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스럽다 느껴지는 날들이 있다. 

내 것, 오로지 내가 완전하게 소유하는 어떤 것들에 대한 행복한 마음. 

나는 이런 감정을 사치스럽다 표현하고 싶다. 

솔직히, 왜 여태껏 이렇게 간단한 일을 이루지 못해서, 오늘이 사치스런 날이 되었는지는 딱히 모르겠다. 초중까지는 밥상을 펴고 그 위에서 공부를 했고, 고중 대학은 8명이 한 방을 쓰는 기숙사에서 지냈으니 당연히 나만의 책상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고, 졸업뒤 왕징에서 자취방 생활을 할 때에는 책상을 놓을 자리가 부족했다. 미국에 와서도 룸메이트랑 사는게 일상이었고 지금은 큰 하우스에 이사를 했지만, 마땅히 내 책상을 놓을 공간은 늘 애매했다. 주방이랑 연결된 리빙룸에 놓자니 거긴 컴퓨터 두대가 놓여있어 어중간했고 안방에 놓을라니 답답하지 않을가 걱정이 되었다. 

얼마전에 재택근무를 하게 되는 계기가 생기면서, 나는 안방의 구도를 다시 정돈하며 드디어 책상 하나를 추가 배치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공간의 신비함이란, 없는 틈에도 큰 책상 하나가 거뜬히 들어갈 수 있었고 그것이 미관상으로도 나쁘지 않았다는 점. 결국 여태껏 내 책상이 없었던 건 공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놓아보려는 의지가 강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택이던 업무가 다시 오피스로 나가는 변화가 생기면서, 나는 그 책상위에 있던 기존의 노트북들을 치우고 오로지 책들을 놓을수가 있었다. 이제야 내 책상 같다는, 뭔가 희열같은 감정이 나를 순식간 확 감싸주었다. 

진짜 별거 아닌데, 왜 이렇게 행복감이 몰려오는걸까? 생각을 해봤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건 바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었지만 내가 그걸 이루려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질수 없는거라 단정지어 버렸고 우연한 계기로 이렇게 쉽게 이뤄질 수 있단 걸 알아낸데 있는거 같다. 

또한, 머리로는 원하는 거라고 하지만 결코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기때문에 그동안 방치해온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집이 좁고, 놓기 애매하고 이런 온갖 구실을 대면서 자기합리화를 하고 소유하지 못한것에 대한 뒤틀린 불만을 은근 품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섭고 두려워서 도전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정작 해보니 해볼만 했던 일, 괴롭고 맞지 않는다 생각했던 인간관계였지만 마음을 오픈하니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었던 일, 캄캄해서 절망하고 멈춰서서 앞으로 못나가고 있는데 얼떨결에 떠밀려 나가보니 다 할수 있었던 일, 한뭉터기 엉망이 된 심정에 실마리따윈 죽어도 못찾을거 같았지만 한개를 풀어가니 술술 풀렸던 일, 다시는 접선이 있고 싶지 않은 사람이나 사건이었지만 훗날 되돌려 생각해보니 그럴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드는 일.. 많은 일들은 사실 실제보다 내 편견이나 과장속에서 움트지 못하고 매몰된 경우가 다반사다. 

그저 사치스런 날이 되거나, 사치스런 감정을 받는데는 일말의 밀어줌이 필요할 뿐이다. 어떤 우연찮은 이유로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거나 어떤 생각지도 못한 계기로 마음의 변화가 생기는 것. 딱 그 정도. 

이 사치스런 순간이 주는 행복과 얻어지는 자신감은 작지만 나한텐 큰 동기부여가 됐다. 아, 결국 다 별거 아니구나, 음 그저 다 평범한 것이었구나, 오호 해볼만한데. 벽 뒤엔 그저 드넓은 대지만 있을뿐이다. 벽 넘어로 오는 공포는 단지 내가 상상해 낸 산물일뿐. 타격이 크게 없다는 점. 

정연하게 정리 된 책상앞에 앉아서 한동안 멍을 때렸다. 이렇게 행복할 일을 좀 미리 했던 걸.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란 생각에 뿌듯함도 밀려오고. 작은 행동이나 작은 습관 혹은 작은 용기가 주는 사치는 큰 결정을 내렸거나 큰 사건을 치뤘거나 혹은 큰 변동을 가져왔을 때의 버라이어티함이랑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조금씩 변화해가는 연습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든다. 

그저 눈에 띄지 않겠지만, 적금 조금씩 들기/하루 글 한편 쓰기/어제보다 건강하게 먹는 습관을 가져보기/영어공부 반시간/자기전 책 두장정도 읽기/별이랑 산책 한번 더 하기/부모님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못하는 요리지만 감자볶음부터 시도하기/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 가져보기/거창하지 않기/말을 예쁘게 해보기.. 

그저 적당한 작은 실천으로 어느날인가 생각지 못한 사치를 맞이할 때 나는 오늘의 일에 감사할 거 같다. 책상을 여태껏 가지지 못했던 진정한 이유와 그 가지지 못함에 대한 나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던 하루. 인생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냐 아니면 괴롭게 원자리에서 돌고 돌지도 무조건 내 인생태도에 달려있지 않을가? 

아무리 다른 걸 탓해봐도 변하는 게 없는데, 내 인생이 이 책상이라고 생각하면, 난 분명 소유할수 있을거란 말이지. 그것도 아주 쉽게. 그러면 매사가 사치스런 하루가 될텐데. 그럼 난 매일 사치스런 하루를 누리다가 언젠간 후회없이 이 세상을 마감할텐데. 

난 결코 얻고 싶었던 책상이 생겨서 이렇게 좋아하는 게 아닌 거 같다. 그저 얻고 싶은 건 행동만 하면 힘들지 않게 얻을수 있단 도리를 깨달아서 흥분되는 거 같다. 

하늘 가득한 별을 닮은 안개꽃을 사서 책상위에 놓았다. 사치스런 날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한텐 이런 사치스런 날들이 연속 올 것이다. 기분이 좋다. 별거 아닌 사치. 그 사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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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사는 여니

별거아닌 생각, 소소히 적기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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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상 예뻐요. 이럴때 사는게 재밌지 않나요? 새로운일을 해보는건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는거더라구요. 내가 미치게 무서워할거 같던 일도 극복하는데는 가끔 고작 일초가 걸리기도 하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재미도 있고. 쓰다보니 온통 재미티령 ㅎㅎ / 고추가루 뿌린 감자채 그 어디에도 없는 연변채, 그거부터 내일 당장 추천합니다.

  2. 오늘도 사치스럽게 보내셨나요? ㅋㅋ 알고 보면 별거 아닌데, 때로는 “알고 보기”가 쉽지 않다는것, 뻔한데도 나의 게이지가 이상한 감정들로 차고나면 뻔하게 되지 않는다는것, 몰라서가 아니라 그냥 다 모르고 싶어서…
    암튼 오늘도 사치스럽게 보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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