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그만둔지 일년이 되어간다.

지난 일년동안 나는 수입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한테 조금이나마 더 좋은 추억과 즐거운 어린시절을 남겨주고자 한 결정이었다.

당분간은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애들한테 충성을 다 하기로…

자가용이 없이는 이동이 너무나 불편한 캐나다.

한국이나 일본, 중국에서 사시는 분들은 이해를 못하실것 같다.

뻐스가 있기는 한데, 거의 한시간에 한번 오나마나…

그리고, 뻐스 기사도 지맘이다.

가다가 갑자기 세워놓고 어디 들어가 볼일 보기도 하고,  누군가 말하기를 가는 도중에 세워놓고 가게에 들려서 점심 먹는 기사 아저씨도 보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뻐스를 타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진짜 자기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같다.

이러하오니, 아이들이 친구집에 놀러 가거나, 운동 하러 갈려고 해도 무조건 부모중 한명은 애들 라이드를 책임져야 한다.

아들은 작년 9월부터 학교 배구팀에 들었고, 올해 3월 부터는 배드민턴팀이 였다.

 Tournament 혹은 game 이 많았는데,  한두번 친구 엄마가 라이드 해주셨지만, 매번 그러기는 미안한 일이고,  그쯤하여 나와 남편도 당분간은 아이들한테 초점을 맞추면서 살기로 결정을 했다. 그 결정으로 인해 나의 또 다른 role은 "전직기사"로 거듭났다.

아이들 픽업은 물론, 친구집에 놀러 가고, 운동하러 다니고, 쇼핑하러 갈때도…

우리집안의 크고 작은 움직임은 모두 나의 몫이었다.

내가 사는 작은 도시를 벗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달에 1000km~1200km 운전을 해야 했고,

거의 한주일에 한번씩 주유를 해야 했다.

어차피 출근도 안하고 돈도 못버는데, 애들이 해달라고 하는건 거의 다 들어줬다.

점심시간에 Slurpee 를 사서 drop off 해주기도 하고,

딸 생일날, 지시에 따라 11:30분에 학교 문앞에서 기다려서 친구들 데리고  맥도날드 사서 먹이고 다시 학교에 12:30분에 drop off 해주고.

한번은, 친구들이랑 같이 몰에 가고 싶다고 라이드 해달라고 해서,

친구 두명 픽업하여 mall에 데려가고, 쇼핑이 끝나니 다시 아이들 집에 모셔가는데

갑자기 우박이 내려서,  안전한 곳에 차를 멈추기도 하고…

특별히 해놓은 것은 없는데 하루가 이렇게 라이드로 다 날아가는 날이 많았다.

" Jenny, your mom is so good, I like her…" 이런말 한마디에 또 기쁨을 느끼면서 더 열심히 아이들을 "섬겼다."

Mother's day 아침, 딸이 선물을 준다. 이건 언제 샀냐 하니까, 지난번 우박이 내리는날, 애들이랑 mall에 놀러 간거 아니고, Mother's day 선물 사러 간것이라고…

감동이다… 아이들을 향한 사랑은 사랑으로 돌아오는 법…

배구를 좋아하는 아들은 일주일에 두번 훈련이 있다.

한번은 친구랑 같이 갈려고 하는데, " He needs a ride." 라고 한다. 아들의 언어는 늘 간단명료하다.

알았다 하고, 그 아이집 주소를 주면 가는 길에 픽업 해주겠다고.

근데, 그 친구가 배구공을 갖고 가야 한단다. 하필이면 그 친구는 엄마 아빠가 이혼한 아이였고, 엄마집에 있는 날인데, 배구공은 아빠집에 있다고 한다.

아들 친구를 그 아이 엄마집에서 픽업하여, 아빠집 주소를 받아서, 아빠집 가서 배구공을 갖고,  배구훈련 장소까지 데려가고 집에 오니, 길에서 꼬박 두시간을 헤맸었다. Uber 기사 따로 없는같다. 어제는 아들 친구가 우리집에서 놀다가 둘이 같이 배구 하러 가겠다고… " He should change his shoes."  친구네 집에 들러, 그 아이가 배구 할때 신는 신발을 갈아신고 다시 이동.

사교성이 강한 아들은, 매주마다 친구들을 집에 불러서 hang out 한다.

지난 주말에는 남자애둘, 여자애 세명 불러서, 지하실에서 깔깔 웃어대고 노래부르고, work out 하고… 참고로 아들은 중3이다. 9월에 고등학교에 가야 하는 애들이 입학시험 같은것이 없으니 마냥 놀기만 한다.

해주던 바에 철저히 잘 해줄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bubble tea 를 사서 대접을 하고, 아들과 뭘 해줄까 하니 "white people food" 라고 해서, "white people food"가 뭐가 있을지 하고 고민하다가 그냥 피자를 사서 구워 줬다.  아이들의 연발의 "Thank you" 에 그것도, 나를 볼때마다 하는 "Thank you"에 번마다 다른 말로 대응 하는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No problem" , "Never mind" ,"You're most welcome", "I'm so glad you liked it!" ," It was my pleasure!" 를 번갈아 써가면서 조심스레 대답을 했다. 

애들 다 보내고, 저녁에 아들이 "妈妈, 我朋友们都特别喜欢你,因为他们父母都不是很好,但是你很好“ , “Kate也说你特别好”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다. 

아들은 중3인데 아직도 학교에서 생긴 일들을 공유 잘하고, 친구에 대해서도 얘기를 잘해주는 편이다.

그래서 늘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있다.

배구와 배드민턴 모든 경기를 열심히 라이드 해주었고, 친구들도 가끔 같이 픽업해주었더니 아들은 늘 친구들과 여유있게 " My mom can drive you home" 이라고 하는데,  "우리 엄마가 너도 집에 데려다 줄수 있어" 하는 뿌듯함이 있는듯 하다.

요리를 열애하는 남편님은 주방일을 도맡아 하신다.

와이프는 늘 밖으로 돌고, 남편은 주방에서 밥을 하거나, 뒷마당에서 채소가 익어가는것을 보면서  행복해 한다. 이렇게 우리집은 약간은 뒤바뀐 것 같지만, 그속에서 균형을 이루면서 이국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면, 엄마가 집에서 반겨주고, 아빠가 정성스럽게 만들어놓은 Sushi가 대기하고 있고, 부모인 우리가 생각해도 너무 행복할것 같다. 지금은 이런 일상이 평범할 것 같지만,  우리 아이들 추억속에 아주 큰 자리를 차지할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릴때 엄마는 늘 출근하느라 바쁘셔서 집에 없었는데, 대학교 시절인가 엄마가 퇴직전 긴 휴가를 사용할수 있다고 하니, 너무 좋아서 "엄마, 아무것도 하시지 말고, 집에서 그냥 내 뒷바라지 해줘요. 맛있는거 해주고 하면서" 그때는 독일 유학 준비를 한다고  Test DaF 시험 준비를 하던 시기라, 엄마가 집에 있으니 지내 좋았던 기억이 난다.

9월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 품안에서 키울 시간도 이제 3년밖에 안남았다.

사춘기인 딸의 정서도 세심하고 돌보아야 하는 시기이고.

가끔 지인들이 요즘 머하냐 하면 집에서 애본다고 얘기 할때도 있는데,

그럴때면 남편이 "모르는 사람이 들었으면 갓난 애기 있는가 하겠다" 라고 말해서 폭소할때도 있지만, 갓난 애기든 다 큰 애기든, 지금 순간이 아이들한테 예민한 시기이면, 경제적인것들을 포기하고 아이들한테 충성을 다하다 보면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것 같다.

북극과 가까운 캐나다.

오로라가 자주 보이는 나라이긴 하지만, 일부러 보러 산에 들어가도 헛탕치고 집으로 돌아올때도 많다. 그렇게 안보이던 오로라를 지난주 집 문앞에서 보았다.

오로라를 발견하고 집에 뛰어 들어가 남편이랑 아이들 다 불러내서 보게 하고,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 소원도 빌었고, 올해는 이미 거의 반년이 다 지나갔지만, 남은 시간도 큰 탈 없이 가족 모두 건강하고 원하는 것들이 조금씩 이루어져 가는 2023년이 되길 소망한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집은 아들 친구들로 시끌벅적이다. 

캐나다인들은 보통 애들이 놀러가면 저녁을 해 먹이지 않는다. 

애들이 놀다가도 밥 먹을 시간이 되면 집으로 가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딸은 저녁 8시까지 배를 쫄쫄 굶으면서 놀다가 집에 온적도 여러번이다. 딸이 놀러간 날에는 늘 수시로 밥을 먹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백인들은 참으로 다양한 알러지가 있는것 같다. 땅콩 알러지는 물론, 글루텐 알러지도 엄청 많고… 한번은 땅콩 알러지가 있는 아이가 놀러왔는데, 코스트코에서 산 머핀을 생각없이 먹어라고 했더니, 다행히 그 아이가 성분을 자세히 살펴 보더니, 여기 땅콩 들어가서 못 먹는다고…

아마도 이런 여러가지 Allergy 문제때문에 아이들이 놀러 갔을때 식사대접을 안하는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이 굶는 꼴을 못보지 않는가. 당연히 나는 아이들을 열심히 먹였고. 알러지 문제를 먼저 확인한 전제하에서…

일하는 중인 남편이 사진 한장 보내왔다. 구름이 너무 이쁘다고.

캐나다를 好山,好水,好无聊 로 표현을 많이 한다.

특별히 하는 일이 없으니, 가끔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때도 많고,

上进하지 않는 자신이 무능해 보일때도 많다.

주변에 보면은, 같은 시기에 이민을 한 친구들인데, 이미 대도시에 가서 "잘나가는" 사람도 많고…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목표가 정해져 있으니, 애들이 크는 동안은 아이들한테 열중하는것도 나쁜 일은 아닌것 같다.

한달만 지나면 아이들이 방학이다.

여름방학에는 여러가지 계획도 많고, 다닐곳도 많고, 이번 여름도 우리 가족한테는 소중한 여행과 캠핑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3년 5월의 막바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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