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애를 데리고 실내놀이터로 갔다. 애한테 마음대로 놀아라 하고 나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당신 우리애를 때린거야? 어른이 되여서 애를 때렸어?  당신 정말 뻔뻔하네.]  옆에서 큰 소리가 들리기에 호기심에 슬쩍 옆을 쳐다보니 광대뼈가 나오고 화장이 요란한 여자가 온순한 인상의 여자한테 삿대질을 하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이왕 들은바하고 나는 좀 더 귀를 기울였다.

 [여기 직원 어디 있어?  cctv를 보여줘요. 내가 저 여자가 우리 애를 때리는걸 봤는데 아니라고 우기니 cctv로 한번 잘 확인해봐야겠어.]  광대뼈여자가 하두 기세등등해서였는지 직원은 즉시로 cctv를 확인하러 갔다.   온순한 여자는 무가내한  표정으로 좀 억울한 표정으로 자기가 그  애를   때린게 아니라고 했다. 

 [당신네 애가 우리 애를 때리려 해서 내가 말리려 했어요. 내가 때린게 아니에요.]

 [우리 애가 게임기를 잘 놀고 있는데 당신네 애가 자꾸 옆에서 방해했잖아, 그래서 우리 애가 밀친거 가지고 당신이 우리 애를 때렸잖아. 내가 똑똑히 봤는데 어디서 오리발이야? 정말 뻔뻔한 여자네. ] 광대뼈여자는 모욕적인 말을 입에 담는걸 삼가하지 않았다. 그 표정은 너무나도  험악했다.

  광대뼈여자는 또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여보, 여기 어떤 여자가 우리 애를 때렸어. 당신 빨리 여기 와.]

  광대뼈여자가 좀 오버를 한다구 생각되기도 했지만 하두 난리를 하니 나는 정말 온순한 인상의여자가  애를 때린줄 알았다. 그리고 순간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광대뼈여자 정말 드살이 센 여자구나.  좀 과한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엄마가 지켜주면 애는 정말 든든하겠지.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뿐이였다. 잠시후에 직원이 cctv를 찾아왔고 광대뼈여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대신 온순한 인상의 여자가 또박또박 말을 했다.

 [이것 봐요. 내가 때렸어요? 당신네 애가 우리 애를 때리려고 해서 그저 그 손을 막은것뿐이잖아. 그럼 내가 다른 애가 자기애를 때리게 놔둬야 하는건가요?]

   광대뼈여자는 잠간 주춤해있었다. 아무래도 가져온 cctv가 그 여자 생각과는 많이 달랐던거 같다. 광대뼈여자는 온순한 여자가 자기 애를 정말로 때리는 영상을 원했던거 같다. 그래야 마음놓고 떠들수 있으니까. 근데 그 영상에는 그 여자가 자기네 애의 손을 막는 장면만 있었지 때리는 장면은 없었던거 같다. 하지만 주춤한것도 잠간, 그여자는 또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이것 잘 봐. 우리 애가 노는데 당신네 애가 그냥 방해했잖아. 당신 애교육을 어떻게 시킨거야?]

   [당신네 애 너무 오래  놀았어요. 우리 애두 놀고싶으니까 좀 옆에서 다쳤을뿐이구요. 그렇다구 때리려구 한 당신네 애는 잘했나요?]

   [당신네 애가 먼저 잘못했으니 우리 애가 때린게 아니야? 그리구 당신 애들 싸움에 왜 나서는데?]

   온순한 인상의 여자는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광대뼈여자한테  더이상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구 애를 데리고 놀이터에서 나갔다. 나가면서 직원한테 이 놀이터의 회원에서 퇴출하겠다는 말을 하는것을 얼핏 들었다.

   이렇게 소란은 끝이 났다. 광대뼈여자의 무지막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온순한 여자도 엄마로서 딱히 찬성할만한 행위만은 아니다. 그런 무지막지한 여자들은 보통 강자를 무서워하고 약자를 짓밟으려 한다. 온순한 여자가 처음부터 강하게 나왔으면 광대뼈여자두 그 정도로 험악하게 굴지는 않았을수도 있다. 그 온순한 여자가 자기애를 제대로 지켜줄수 있을가 조금 걱정되였다.

   그리고 조금후 나도 비슷한 일을 겪게 되였다. 

   놀이감차 한대에서 어떤 애가 내려오자  차가 비여지길  노리던 우리아들과  세살정도 되여보이는 어린애가 동시에 그 차를 향해 달려갔다. 키가 크고 속도빠른 우리 애가 먼저 그 차를 차지했고 거기에 불복한 세살짜리가 그 차의 뒤좌석을 잡아당겼다. 우리애가 차를 운전해서 쌩하구 나가자 그 세살짜리는 관성에 의해 뒤로 벌렁 넘어졌고 그 순간 와하고 울음을 터뜨리면서 자기엄마를 찾아갔다.

   놀이터에서 자주 있는 일이라 예전같으면 아무 생각도 안했겠는데 금방 광대뼈여자의 소행을 봤던지라 나는 슬그머니 근심이 되였다. 저 애기엄마가 우리애한테 혹은 나한테 뭐라 하지 않겠지?

   그 애기엄마는 애를 꼭 끌어안고 달래였다. 

   [괜찮아, 괜찮아, 우리 저 형아가 다 논 다음에 놀자 응. 괜찮다니까.] 그 애기엄마는 조금도 우리애를 나무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이렇게 되자 내가 되려 미안해졌다. 난 애한테 다가갔다.

   [우리 저 동생한테 양보할가? 넌 이젠 너무 오래 놀았어. 우리 집에 돌아가자.]

   [엄마 나 조금만 더 놀고싶어.]

   [근데 저 애기 울잖아. 불쌍하잖아. 우리 양보하구 좋은 일을 하자 응?]

   아들은 좀 불복하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순순히 차에서 내렸다. 애의 손을 잡고 놀이터를 나오면서 나는 그 애기엄마한테 머리를 끄덕여 인사했고 그 애기엄마도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여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나한테 물었다.

  [엄마, 아까 차가 분명히 비였어. 그걸 내가 속도 빨라서 먼저 차지한거야, 절대 내가 그 애기를 밀어내고 뺏은게 아니야? 내가 틀리지 않았는데 왜 양보해야 해?]

   [그래 엄마두 알아, 넌 절대 잘못한거 없어,  네가 좀 더 오랜 시간 논다고 해두 넌 틀리지 않았어. 하지만 애기가 울고 있으니 불쌍하잖아. 그래서 양보해줘라 한거야. 넌 좋은 일을 한거야.]

   [응, 알았어.] 아들은 순순히 내말을 들어주었고 금방 일어난 상황을 이해해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여러가지 생각을 했었다. 만약 그 애기엄마가 광대뼈여자와 같은 성격이였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가? 아마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을것이다. 그리고  난  그  온순한 여자처럼 억울한 표정으로 낮은 목소리로 변명만 하지는 않았을것이다. 천성적으로  싸움을 싫어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누구의 수모같은걸 절대 받지 못하는 성격이니 아마 그 광대뼈여자처럼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다퉜을것이다. 그리고는 온 저녁 가슴이 벌렁거려 자지도 못했을것이다.  또한 애한테 추한 모습을 보인게 마음에 걸려서 며칠내내 자책했을것이다. 착한 애기엄마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부모란? 자식이란? 교육이란? 육아란 참으로 힘든 일인거 같다. 광대뼈여자의 아들은 앞으로 엄마처럼 무지막지한 어른으로 자라겠지? 온순한 여자의 아들은 너무 순한 엄마때문에 서러움을 느끼면서 자라겠지? 나와 그 애기엄마도 이번에는 말이 통하는 상대를 만나서 아무일 없이 넘어갔지만 광대뼈여자를 만났다면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겠지. 

참으로 많은것을 느낀 생각이 많아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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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꽃

자연을 사랑하고 언어, 문학, 역사를 사랑하는 30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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