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행복은 마음을 가볍게 해주며 주말의 기운을 미리 느낄 수 있는 달콤한 아로마 같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금요일에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나도 그 대다수 사람중 한명이다. 

금요일이면 업무효률이 현저히 높아지고,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지수도 향상하며, 평소에 미뤄뒀던 청소도 더 부지런하게 하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문자도 금요일에 더 하고 싶고, 귀찮은 상황이나 처리해야 될 그동안 쌓인 일도 금요일에 하면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진다. 

그럼 금요일은 왜 이런 힘을 가지고 있을가? 

배고팠을 때 먹는 첫 한입의 맛,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사는 순간, 좋아하던 사람이랑 1 일이 된 날, 심혈을 기울여 고군분투했던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둔 최종현장, 학위증을 손에 들고 멋지게 졸업하는 졸업식 날, 꿈에 그리던 비지니스를 오픈한 첫 날, 온 세상의 축복을 받으며 고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첫걸음, 10개월 임신한 아이를 이 세상에 소환하는 기적.. 이 순간들은 행복을 최고조에 달하게 하는 클라이막스 같은 찰나들이다. 

금요일은, 바로 이 찰나들의 방금 전.

행복이 팡 터지는 그 바로 전의 마지막 시간

이게 바로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타이밍인 거 같다. 

왜? 

우리는 미래를 느끼며 사니까.

그렇다면 한주에 금요일은 하루뿐인데, 두번 세번 혼자 만들어보는 건 어떠할까?

수많은 행복을 이룰수 있는 바로 금방전의 순간들을 혼자 자꾸 삶에 그려넣는 법을 습관화해보자는 생각이 어느날 문득 들었다.

금요일에 내가 행복하네

미술관 전시 티켓을 구매하는 전날밤이 행복하네

칭구랑 만나기로 해서 화장하는 아침이 행복하네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만날수 있게 돼 기다리는 시간들이 행복하네 

맛있는 걸 먹고 싶어서 배달을 시킬가 뭐를 해먹을가 고민하는 시간이 행복하네 

앞마당에 심은 깻잎이 어느새 뜯어먹기 좋게 자란 걸 보니 행복하네 

아침에 누군가 커피를 내려줘서 커피향에 저절로 깨날 때 행복하네 

배를 굶으며 여러날 밤을 겨우 견뎌냈는데 살이 빠질 징조를 보였을 때 행복하네 

두려워하던 일을 시작하려 맘 먹으니 사실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행복하네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에 손을 얹으니 행복하네 

휴가를 한번에 일주일 정하지 말고 금토일 금토일 이런식으로 쉴수 있게 여러번 나눠 정하니 행복하네 

머리를 염색하려고 염색거품을 만드는 순간이 행복하네 

이런식으로 쪼개봤더니 일상에는 확실이 곳곳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도 했다.  

가끔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내 마음이 잘 다스려지지 않을때도 있었고 상황 자체가 슬픔은 슬픔으로 치유할수 밖에 없는 경우도 허다했지만, 평소에 자꾸 의식적으로 습관을 한 덕분인지 슬픔에서 빠져나올수 있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고 더 이상 내적소모를 무식하게 하는 일은 예전보다 나아진 거 같았다. 

누구나 느끼는 외로움도 

타인의 의식속에서 얻는 성취감과 인정받음으로 행복해지는 패턴에서 자아에 집중을 하는 습관을 하니, 더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내가 무엇을 하거나 내가 누군가를 위해 그 속에 빠져 있을수 있는 것을 자꾸 만들어보게 되면서부터 마음의 힘도 훨씬 풍부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루하던 출근도 나만의 세뇌법으로 쪼개 행복하기를 다짐한 뒤로는 한주에 세번의 금요일로 만들기를 도전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서서히 효과를 보기 시작했고, 더 이상 난 한주에서 금요일이 단 하루뿐이 아닌 사람이 되었다. 

나의 금요일은- 월요일/ 수요일/금요일 이렇게 나눠진다.

얼마전까지도 월요병에 심하게 시달렸는데, 월요일 아침마다 나는 어제까지 직장을 잃은 운수 안좋은 백수였다라고 생각을 되뇌인다. 그러면 오늘 출근은 내 새로운 직장의 첫날이 될거고, 나는 오늘 일을 차질없게 잘 해내야만이 이 회사에 적응할수 있다. 그런데 이런 행운이. 나는 이미 모든 업무를 마스터했고 직장일은 너무 쉬울테니 월요병을 이겨낼 힘이 나지 않을수가 없다.

수요일은 사실 한주중에서 제일 피곤한 하루다. 그래서 한주일에 4일만 근무를 할수 있는 조건이 생긴다면 나는 당연히 수토일을 쉬고 싶다고 늘 생각했다. 하지만 수요일을 금요일로 만들기 작전을 실행한 뒤로, 수요일은 나한테 분계선 같은 지점이 됐다.  목요일날은 내일이 금요일이라 행복하고 금요일은 금요일이라 행복하니 수요일은 그냥 버티면 되는 날이었다. 뭐를 잘해낼 필요도 없고 수요일만큼은 나한테 그 어떤 스트레스도 주지 않기로 했다. 수요일 저녁은 한주동안 제일 먹고 싶었던거로 외식을 할 때도 있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보기도 수요일 일정에 넣는다. 빨래를 너무 좋아해서 남편한테  laundry queen 이라는 별명도 있지만 수요일날만은 무조건 쉰다. 아무리 산더미처럼 쌓여도 안한다. 수요일은 그 어떤 나를 조금이라도 힘들게 하는 일은 다 뒤로 미룬다. 그저 나를 기쁘게 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수요일은 그런 날이다. 그러니 행복하지 않을수가.

이렇게 나한테는 어느 순간부터 혼자 자기를 PUA하는 방법으로 평범한 일상이 덜 지루해졌다.

이런 방법을

 실행한지는 얼마 안됐고 효과를 본 것도 얼마 안됐지만, 나한테는 정신건강에 유리했고 그나마 잘 맞았다는 게 다행이었다. 

좋아하는 사람들도 나는 자주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이라도 연속으로 붙어있으면 헤어진뒤의 아쉬움은 그 배로 컸다. 

한주에 금요일을 세날 넣는것처럼 만남도 짧게 주기적으로 보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나한테 잘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온갖 부족함으로 자신을 의심하고 결핍으로 고뇌했던 수많은 밤들을 나는 나를 즐겁게 만드는데 시간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 결핍으로 못했던 거, 하고 싶었던 거를 다시 할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딸이 있다면 이렇게 해주고 싶다는 맘으로 나를 다시 키우고 싶었다. 

내가 내 자신의 엄마가 되고 내가 내 자신의 친구가 되고 내가 내 자신의 灵魂伴侣가 되고 싶었다.

적어서 이렇게 살면 

외로움은 줄어들고 행복감은 늘어나고 사람에 대한 기대는 없어지고 만사에 대한 감사함은 늘어날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좋은 대인관계는 나한테 부수적인 기쁨이 되었고 많은 이 세상의 볼거리들은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도구 역할로써 충분했다. 

아직도 삶에 금요일을 범벅으로 칠할만큼 여유로운 스킬은 장악하지 못했다.

그래도 조금씩 금요일을 여러곳에 찍어놓고, 그려 넣고, 칠하고, 점으로 고정시킬 예정이다. 

이 수많은 금요일들이 내 삶의 별빛이 되어,  진짜 암흑한 날이 오더라도 내가 절망하지 않고 올려다볼수 있게.

외롭지 않게 내 곁을 지켜줄, 요란하진 않지만 꺼지지 않는 추억들이 되는 그날까지. 

작은 결핍의 씨앗을 행복을 만드는 과정으로 다듬어 나의 별을 만들고 싶었다. 

내 하늘에는 금요일들로 뒤덮히고, 힘이 들 땐 하늘을 봐 라던 노래 가사가 진짜로 위로를 줄수 있는 그날까지.

오늘도 나는 나를 되도록 다스리고 싶었다.

금방 

평강의 <방울방울 솟아나는 기억들>을 읽은 것 

먹고 싶던 짜파케티에 煎鸡蛋 두개 올려 먹은 것

혼자 만든 KFC 巧克力圣代冰淇淋이 생각보다 맛있었던 것 

어제 읽다 채 못 읽은 <농담>이 기다리고 있는 것 

잘하지 못하는 영어를 조금이라도 잘해보겠다고 영어 강연 하나 듣기 한 것 

..

하루하루가 금요일수는 없겠지만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가능할수도 있으니, 그저 좋은 생각을 더 하는 편이 나를 종국적으로 놓아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하루라도 自爱하는 길에서 온전히 살아가는 나를 찾기를 바랬다. 

요일 상관없이 행복을 찾을줄 알고 만들줄 알고 느낄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이젠 그런 사람들이 멋져보인다. 

고단하지만 낙관적인 사람 

괴롭지만 유머적인 사람

냉소적인 세상이지만 따뜻한 사람 

자기삶을 꾸밀줄 아는 사람 

다른 사람 인생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 

겸손한 사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 

결핍과 화해할 줄 아는 사람

불행의 페이지를 넘길 줄 아는 사람 

사랑이 있는 사람 

자기자신을 아는 사람 

그리고 

언젠가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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