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생의 기억 시리즈는 읽으면 아시겠지만, 어떤 장르도 아닌 그저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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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인1휴대폰 시대다. 

이런 말을 하는 것마저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벌써 이런 세상이 된지도 십년은 훌쩍 넘는다. 집집마다 안쓰는 폰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휴대폰은 이젠 과시용을 넘어서, 있으면 좋던 시기를 지나서, 없으면 안될 필수품이 되었다. 

휴대폰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전화기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전화는 들고 다니는게 아니라 집에 놓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보통은 소파옆 탁자위의 정중앙에 모셔진 소중한 신분이던 그 귀한 문물을 태어나자마자 가까이에 둔건 아니었다. 텔레비전에서나 흔히 보던 전화기가 우리 집 거실에 출현한 이후로, 현대화의 상징처럼 보이던 그것은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하루에 기껏해야 한번꼴로 울리던 전화벨소리는 웬만한 음악소리보다 더 듣기가 좋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희한한 일이지만, 그때는 전화있는 집마다 전화번호책이라는 두꺼운 책이 있었는데 책에는 시내의 각 공공기관과 기업의 전화번호가 들어있었고, 맨 뒤에는 시내 각 가정집 전화번호가 올라와 있었다. 전화번호가 소중한 개인정보로 취급받는 지금의 세상에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학년에서 고학년이 되면서 나에게도 친구들이라는 작은 인맥이 생겼고 서로의 전화번호를 교환하여 노트에 잘 적어놓으면 한층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전화를 한다 쳐도 통화의 내용은 기껏해야 숙제를 물어본다거나 하는 단순한 것들에 그쳤으나 전화통화는 그날의 일기장에 들어갈 만큼 하루를 장식할만한 꽤 묵직한 사건이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단짝친구와 가장 많은 통화를 한 것 같다. 구구단은 헷갈릴지라도 친구전화번호는 자다가도 외울 수 있었을 정도였다. 또 한가지 변화는 집에 안 쓰던 작은 전화기를 내 방에 따로 놓은 것이었다. 전화기는 따로여도 번호는 하나였으니, 가끔은 부모님이 전화를 받으시고 나한테 온 전화면 내가 방에서 받을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거실에 있는 수화기가 내려졌나 안 내려졌나를 엄청 예민하게 확인했다. 대단한 내용은 없어도 우리에겐 소소한 비밀은 많았으니까. 

고등학생이 되어서 기억나는 전화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티비에서 나오던 가요요청프로그램이었다. 90년대 후반인 그때는, 한창 아이돌가수들의 가요가 유행하던 때었고, 중고등학생들은 동네 비디오방에서 테이프를 사다가 돌려볼 정도로 열광했다. 그때 텔레비전방송국의 어느 분의 아이디어인지, 유선티비채널에는 가요요청페이지가 따로 있었고 지정된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어서 자기가 좋아하는 가요의 번호를 누르면 곧바로 티비에서 그 노래의 무대방송버전 또는 뮤직비디오를 내보냈다. 

물론 한곡을 신청하려면 꽤 큰 금액의 전화비가 나가게 되었으나, 집에 어른들이 안 계실 때면 어쩌다 한번의 일탈처럼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요청한 기억이 난다. 그럴때면 꼭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나 이거 요청했으니 지금 티비를 켜서 보라고 알려주기도 했던 것 같다. 그 짧은 오분남짓한 스릴을 느낄 때면 따분한 고등학생의 하루에도 볕이 드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생긴 획기적인 존재는 바로 삐삐였다. 정식명칭은 무선호출기였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고, 그냥 그때는 삐삐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불려졌다. 요즘같은 스마트폰시대에 들으면야 그게 뭐가 획기적이냐  하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그전에는 내가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자기 집에 얌전히 있어야 연락이 가능했으나, 삐삐가 생긴 이후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전화기로 번호를 눌러 신호를 보내면, 삐삐소지자는 해당번호에 다시 전화를 한다. 집에 있지 않더라도 큰길에서 아무 공용전화나 찾아서 전화를 걸면 된다. 물론 삐삐를 건 사람은 아까 전화했던 곳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지만, 그때는 그런 기다림이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기다림에 익숙했다. 

삐삐가 시들해질 즈음에 소령통이라는 저렴한 휴대폰이 출시 됐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휴대폰을 소지하는 시대가 왔다. 나의 첫 휴대폰은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때 직장을 구하기 시작하면서 산 모토롤라였다. 당시의 최신형 모델도 아니고 비싼 전화기도 아니었으나, 나는 하얀색에 예쁜 자태를 가진 그 휴대폰을 많이 아꼈다. 처음으로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나의 분신과도 같았고, 가족과 떨어져 타도시에서 살면서 가족과 나를 이어준 매체였으며 친구들과의 연락을 가능케 하는 등 많은 역할을 해줬다.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고 단순한 게임이나 가능하던 전화기가 사진촬영의 기능을 갖추더니 어느 순간 인터넷에 연결되었고 마침내 우리는 손가락터치로 모든게 가능한 세상에 서있다. 하도 똑똑하고 지능적인지라 그 이름도 스마트폰이다. 통화나 문자메세지는 물론이고 영상통화, 음성메세지에 쇼핑, 티켓구매, 은행거래 등 일상의 필요한 기능들을 갖췄고 독서와 운동 등 자기관리의 영역에서까지도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편리함도 습관이 되면 더이상 고맙기만 한 존재로 남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치며 우리의 일상에 거의 일초의 빈틈도 주지 않는 스마트폰이 언젠가부터 슬슬 일부 사람들에게는 혐오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다시 아날로그 폰을 집어드는 탈스마트폰족이 생겨나고 있으며 아예 휴대폰이 없이 살고 싶다는 말들도 종종 듣는다. 

전화기를 처음 봐서부터 지금까지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다음 30년 뒤, 우리는 스마트폰을 어떻게 기억할지, 그때는 또 어떤 새로운 기술이 우리를 지배할지 몹시 궁금해진다. 

[20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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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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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학교 6학년때 (1999~2000), 반에서 제일 잘나가는 애 한명이 삐삐를 차고 왔던 기억이 불시로 납니다. ㅋㅋ 젊음과 청춘은 왜 이렇게도 쏜살같이 흘러 지나갈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 짧고도 짧은 순간들을 이렇게 오래도록 기억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요?

    좋은 글들로 추억들을 자주 소환해 주셔서 잘 돌아가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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