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가끔 과거의 일들이 떠오르고 한번쯤은 그때의 어느 한 순간으로 돌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발달한 대뇌를 가지고 있어 오래전 기억까지 품고 살수 있는 고급동물인 인류만이 누릴수 있는 사치이다. 하지만 기억과 생각에서만 머무를뿐 돌아갈래야 갈수 없는 냉정한 현실이므로 가끔씩 고통스러울때가 있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속에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는 이야기들도 적지 않게 그려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행운스럽게도 인터넷 세상에서는 영화처럼 과거로 돌아가는것이 가능하다. 오랜만에 나의 본업과 기능을 발휘하여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인터넷 세상으로 돌아가 그때의 기억과 화면들을 꺼내어 공유해볼가 한다. 내가 직접 돌아갈수는 없지만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그때, 그 시절의 사이트 디자인과 모습을 년도별에 따라 캡쳐해 오도록 하겠다. 운이 좋으면 캡쳐된 화면에서 누군가는 그때 실제로 남겼던 댓글이나 다른 글을 볼수 있을것이다.

나의 기억으로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연변에는 가정집에 컴퓨터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PC방도 생겼다. 처음으로 만져 보았던 컴퓨터, 연결해 보았던 인터넷, 가보았던 PC방… 모든게 처음이였다. 그리고 우리들에게도 접속하여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우리만의 흔적을 남길수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넘버원을 꼽으라고 하면 IMDJ일 것이다. 검은색으로 된 바탕화면에 우리글로 되여 있는 사이트, 거기에 "거부할수 없는 음악의 감동"이라는 멋진 슬로건까지. 아마 7080은 거의 모두 IMDJ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자, 그럼 과거로 돌아간다고 했으니 이제부터는 나의 글 보다도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꺼내온 보귀한 화면을 위주로 추억속의 IMDJ를 만나보자. 

2004년 9월의 IMDJ 모습

2004년 9월의 사이트 화면
 

위의 이미지는 내가 2004년으로부터 꺼내온 첫 화면이다. 당시 검은색 메인 바탕화면과 만화속의 캐릭터 컨셉의 디자인이 특색이였던 IMDJ 사이트, UI/UX 디자이너인 내가 봐도 2000년도 초반의 사이트 치고는 너무 세련되여 있는거 같다. 특히 첫 출발을 알린 IMDJ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진 중간쯤 로그인창 오른쪽에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런 카피는 그 당시 누가 준비하여 쓴것인지 궁금하다. 개발자들의 열정과 진심에서 우러나온 문구들일가?

분위기가 있습니다. 기분좋은 음악이 흐릅니다. 즐거운 채팅, 짜릿한 만남의 그 모든것을 여기에서 느껴보세요!

2004년의 IMDJ 소개 페이지

IMDJ 소개
 

이제와서야 제대로 읽어본 사이트 소개이다. 어렴풋이 생각나긴 나는데 그때 아마 나이트뮤직, 댄스음악, 힙합쪽의 음악들이 더 많았던거 같다. 연변힙합도 가끔씩 제작되여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BCEI – Bright, Cool, Easy, Individuel (화려하게, 쿨하게, 간편하게, 개성있게)"이라는 미션까지. 첨으로 알게 된 내용들이지만 운영자들의 마인드나 비젼이 시대를 많이 앞서 간거 같아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2005년 2월 6일의 회원사진첩 화면

2005년 회원사진첩 페이지
 

2005년 자유케시판 페이지
 

화면의 왼쪽 우에 있는 날자를 보면 알수 있듯이 2005년 2월 6일과 7일의 화면이다. 사이트 디자인에서는 2004년이랑 크게 다를것이 없지만 회원사진첩, 자유게시판 등에 더 많은 콘텐츠들이 사용자들에 의하여 업로드 되고 있었다.

2006년 2월 17일의 메인 화면

2006년 메인 페이지
 

2006년 2월 어느 하루의 IMDJ의 모습이다. 아쉽게도 이미지링크가 깨져서 사진들은 불러올수가 없었다. 오른쪽에 빨간 화살표로 표기한것처럼 이때 당시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장우혁의 "지지않는 태양"이 한창이였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지지않는 태양"을 찾아 듣고 있다) 그리고 연변의 자작곡 노래들도 많이 올라오고 있는 그런 시기였다.

2009년 – 우리 기억속의 마지막 화면

2009년 메인 페이지 화면
 

아쉽게도 아무런 정보가 기록되여 있지 않아서 2007년과 2008년으로는 가볼수가 없었다. 타임머신에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2009년의 우리가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위의 버전이랑 거의 비슷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른쪽 우의 코너에 있는 "콩나물관리", "콩나물충전"에 있는 콩나물을 기억하는가? 이때부터 음악을 다운받거나 혹은 다른 부가적인 기능들을 사용하려면 콩나물이 필요했다. 나의 기억으로는 아마 친구들끼리 콩나물을 주고 받을수 있어서 그때 몇번인가 달라고 요청했던거 같다.

 

2009년 11월 – 서비스 종료, 그리고 응원의 댓글

2009년의 서비스 종료 알림 페이지
 

2009년말,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가 좋아했던 IMDJ가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였다. 더 좋은 서비스로 돌아오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용자들에게 댓글을 남길수 있는 창을 만들어 주었는데… 나도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된거지만 2009년 1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모두 6144페이지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한 페이지에 댓글 개수가 20개씩이니 총 6144 x 20 = 122880개 정도의 응원과 아쉬움의 댓글이 달린 것이다. 하나의 게시물에 거의 13만개의 댓글이 달린다는 것은 조선족 커뮤니티 사이트로 놓고 말하면 진짜 대단한 것이다.

2010년 6월 8일 제일 마지막 응원의 댓글이 달렸다.
 

아래는 내가 임의로 P7과 P100에서 댓글 화면을 캡쳐해 넣은 2개의 이미지이다. 운이 좋은 사용자를 위해서 넣은 보너스인데 언젠가 그들이 나의 글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자신이 남긴 글을 볼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확률은 엄청 작지만 말이다.

응원의 댓글 – P7
 

응원의 댓글 – P100
 

2010년 말 – IMDJ의 재탄생

많은 사용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0년 9월, 새로운 버전의 IMDJ 사이트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새 IMDJ는 오리지널에 비해 퀄리티나 서비스는 못지 않았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 났거나 혹은 짧은 시간이지만 공백의 기간에 사용자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여 간것이 컸다. 보이지 않는 다른 이유가 더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수 없으나 결국 사용자를 다시 불러 모으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아쉽다.

2010년 새로운 버전의 IMDJ 사이트
 

새로운 버전의 IMDJ 소개 페이지
 

요즘 인터넷에서 IMDJ를 검색하면

검색엔진에서의 IMDJ 검색결과
 

플랫폼, 결국에는 플랫폼이다.

그 시절 IMDJ라는 플랫폼이 있어서 우리들의 자작곡인 연변힙합, 연변노래들을 올리는 공간이 있었다. 노래 질량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우리들의것을 품을수 있는 플랫폼이 IMDJ였다. 지금까지 우리곁에 존재하였더라면 우리 조선족들의 많은 노래가 기록되고 저장되어 있을것이고, 더 널리 보급되여 있을것이며, 가수나 작사가, 작곡가들도 지금보다는 많아졌을 것이다.

플랫폼의 중요성은 다른데서도 쉽게 찾아볼수 있다. 최근 중국과 미국정부가 무역전쟁을 하면서 불똥이 화웨이에로 튕겼는데, 미국에서 꺼내든 카드중 하나가 바로 安卓OS를 더이상 화웨이 핸드폰에서 쓸수 없게 제한했다는 것이다. 핸드폰에 하드웨어만 있고 소프트웨어가 사라진다고? 화웨이에서는 당분간 답이 없을 것이다. 자체로 개발하는 鸿蒙OS가 있어도 보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것이고 보급되리란 보장도 없다.  

이렇듯 플랫폼이 중요하다. 없으면 혹은 미리 준비하지 못하면 예전처럼 타인에 의하여 운명이 결정된다. 그들이 지워라고 하면 지워져야 하고, 혹은 소리 소문없이 사라져도 할 말이 없다. 원래 우리의 것이 아니였고, 빌려 썼던 것이니 말이다. 나중에 타임머신을 타고 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한메일"과 "싸이월드"도 마찬가지이다. 기회가 된다면 그 시절 우리가 즐겨 사용했던, 없어져 더이상 사용할수 없는 사이트에도(연변채팅, 싸이월드…) 타임머신을 타고 가보겠다. 거기까지 가서 소중한 화면들을 꺼내오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겠지만 유용한 기록이라고 본다.

아름다운 추억을 쓰려다가,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하는 현실을 한탄하다가, 또다시 잡생각으로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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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범이

UX/UI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끼는 생각과 경험들을 글로 적습니다. 때로는 주제를 벗어나는 글을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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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 컴에 파일로 남은 노래들은 90프로 이상이 아이엠디제이에서 다운한겐데… 갑자기 추얻돋네… 연변노래에 진달래그룹 랩음악이 진짜 재밋었지므… 2탄 3탄 계속 나오면스리… 치질이 오겠다 조시매라~~ 하메 사실적인 가사들이 새록새록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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