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아이디어는, 정보를 더 추려서 더 편하게 더 정확하게 전달하고 정의하겠다는 창의적인 발상이다. 편리를 도모한 그 기획의도와 함께, 실제 규정하려는 지리적 좌표에 임의의 단어를 갖다 붙임으로써, 그 단어들의 의미와 관련되거나 지어 뛰어넘는 새로운 연계(connection)를 제공할 수 있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다. 새로운 의미 창출과 컨텐츠 생성이 가능한 상상력의 공간이 보인다.
다만 평면으로 좌표를 결정하는 방식이 고층빌딩이 밀집된 대도시에서는 어떻게 그 응용력을 높일지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기존의 시스템을 과감히 벗어나와 생각할 수 있는 능력, 거기에 슬기가 깃들어 있고, 여러 시스템을 종적, 횡적으로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이런 능력이 다중언어자들에게는 선천적으로 갖춰져 있다, 조선족들도.
2017년 이 컨텐츠를 공유하면서 위와 같이 코멘트를 달았었다. 그리고 2년에 지난 요즘 실제로 이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회사제품에 사용하는 조선족 스타트업을 접할 수 있었다. 작은 일인의 삶속에서의 가지는 시각의 타임라인은 이랬다.
2013년 영국에서 아이디어 탄생
스타트업 왓쓰리워즈(what3words) 출발
2016년 전후 미디어의 각광을 받음
2017년 한국 T Times에서 해당 내용 접하고 공유
2019년 조선족 지도앱 회사에서 해당 서비스 개통
삶속의 부활이란 이런 느낌일까. 물론 나의 공유와 지도앱 회사의 서비스 이용 사이에 직접적인 연계가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글은 다만 한 개인으로서의 작은 관찰이자 가벼운 세레머니이다.
먼저 아이디어를 다시 공유하고 오늘을 기념하며 생각을 보탠다.
그리고 2년 후, 이 서비스를 자신의 제품에 사용하는 중국회사가 생겼다. 창업자가 조선족인 북경의 지도앱 개발회사다. 이미 수년간의 자본시장 풍파속에서도 아직 살아남은 스타트업이다. 서비스는 중국의 해외관광객을 겨냥한 “중국어로 된 세계지도 앱”이다.
최근 위챗 모멘트에 올라온 글은 이랬다.
중국어로 된 주소를 제공한다 해도, 중국어 간판도 없이 상가들이 밀집된 상권이나 시장 식당가 같은데는 여전히 찾기가 어렵다. 최후의 10미터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난제를 “세 단어 지도”를 이용하여 해결하려 한 것이다.
QR 코드를 스캔하면 앱스토로 넘어간다
주걸륜(周杰伦) 신곡의 뮤비 촬영장소(일본 도쿄) ‘세 단어’ 좌표를 키워드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대목이다. 젊은 층에게 먹힐 괜찮은 아이디어다.
물론 독립적으로 세 단어 지도를 개발한 건 아니고, 기존의 왓쓰리워즈 회사와 제휴를 맺고 하는 듯 하다. 실제 왓쓰리워즈 중국어판 사이트를 찾아보면 정의된 세 단어가 일치함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이러한 자신의 제품을 이러한 서비스와 연결시킬 생각을 한다는 것은 스타트업다운 발상이자 글쓴이가 생각하는 조선족스러운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왓쓰리워즈 중국어판에서의 검색결과
세 단어 지도가 의지하고 있는 57억개의 3*3미터의 정방형은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왜 이 정방형에는 이 세개의 단어여야 하는지는 일정한 근거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무작위적(随机, random)인 배열결과인 것 같다. 위의 똑같은 위치를 영문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면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컴퓨터가 임의로 배당한 결과임을 가늠해볼 수 있다.
왓쓰리워즈 영문판의 좌표
즉 영문 주소 “outlast.cloud.emails”와 중문 주소 “护肤.养猫.照片”은 직접적인 연계가 없다. 컴퓨터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 또다른 문제의식으로 될 수도 있지만, 일단은 기본적인 세팅 논리가 인위적이지 않다는 것은 어떠한 평등의 자세로 출발 가능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세 단어 주소 자체로 이미 컨텐츠 생성공간은 충분히 열려있다. 쉽게는 삼행시를 짓듯이 세 단어로 짧은 글을 지어 자신만의 “시공간+기분”을 공유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세 단어로 여행지를 정의하는 것도 일종의 선택지로 될 수도 있다. 광고나 건축, 게임, 의료, 보안 등 업계에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공할 수도 있겠다. 객관세계에 새로운 추상정보를 추가해주는 AR(증강현실)로 간주될 수도 있다.
한편 세 단어 지도에는, 부동한 언어 사이에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다. 내가 발을 딛고있는 지금 이 자리가, 부동한 나라의 말로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좌표인지, 그 무차별한 단어들 사이에서 내가 찾을 수 있는, 아니 기대고 싶은 의미의 동아줄이 있지는 않을지.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역설의 시대를 살고있는 현대인의 삶은 의식감을 필요로 한다. 단어로 된 좌표확인은 또 하나의 놀이의 방식과 마음 비빌 언덕이 되지는 않을까. 이 길로 안내하는 것은 또다시 다중언어자들에게 펼쳐진 허허벌판이다.
현재 왓쓰리워즈는 한글을 포함한 37가지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7*3은 111가지 가능성을 뜻한다. 관심있는 분들을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서 노닐어 봐도 좋을 듯 하다.
흥미로운 아이디어네요. 랜덤으로 3개의 단어를 지정하지 말고, 비즈니스 오너가 자신의 3×3을 자신만의 3개의 단어로 등록하면 더 의미있을거 같슴다. ㅋㅋ 다른 사람들이 벌써 등록하여 사용했으면 다른걸로 바꾸어야 하고.. 도메인처럼.
알지 못하는 분야라서 문자를 해독하는 심정으로 읽었습니다. 많이 배웠어요. 요런 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