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아파서 생사를 오가는 옛동료를 돕느라 밤을 샌 아저씨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
개인의 의지와 바램이 여느때보다 보잘것 없이 느껴지기도 했을것이다. 죽음 이외에 큰일이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곁들어 애상에 잠겨 있는데, 슬픔이나 분노의 분출구를 노리기라도 한듯 문득 내게 태클을 걸어왔다.
– 돈은 좀 모았나? 대출 무는거 좀 도우면 안되나
= 뭐야, 생사를 론하다가 왜? 내가 모을 돈이 어디 있나
– 다 어디다 쓰는데
= 햐참~ 내야 집세 모아야지
– 집세 말고는?
= 됐다. 그만 얘기하자!
더 이상 할말 없다. 흥.
수십번을 반복해도 내가 부담하는 비용들은 돌아서면 잊어지는가보다. 당신은 색안경을 걸고 있지, '마누라는 흥청망청'이라는 색안경. 나도 색안경을 걸고 있지. '나그내는 짠돌이'라는 색안경.
***
주말에 반나절 정도는 쉰다. 등산하거나 걷기운동을 한단다.
짧은 시간이나마 며칠간 쌓인 몸과 마음의 독소를 내보내는 좋은 기회다.
가볍게 움직이는 사이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나보다. 아이 걱정도 하고. 아이 걱정을 핑게로 불안에 빠지기도 하고.
– 내가 정말 억지로 애를 앉혀놓고 공부 시킬가 생각해봤다. 반항하면 욕하고 때리고. 그러다 한참 걸으면 그러면 안되지,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 아오~ 말 말자. 나는 니가 그런 폭력적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싫다.
대화는 끊긴다.
상상속에서 아이를 키우는것 같다.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고 아이를 양육하는 본인 모습을 상상한다. 아이가 크면서 둘 사이와 너무 멀어졌다.
아이는 잘 키우려고 낳는게 아니라고 한다. 사랑하려고 낳는단다.
잘 키우려는건 내 생각이고 내 과제이다. 아이는 내 마음대로 안된다(많은 좌절을 겪어야 머리가 아닌, 몸과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야 잘 큰다.
사랑은 사이를 이어주는 끈이다. 사랑은, 내가 정할수 있다.
***
개학 두달이 되니 그간 조금씩 느리게 변화한 모습이 눈에 뜨일 정도이다.
= 넌 그런적 있니? 새로운걸 배울 때 처음엔 서투르고 서둘러서 많이 틀리기도 하고 망연자실도 해.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잘 풀어. 아이가 요즘 잘해. 얼마 전에 몰라서 짜증내던 문제들도 풀어내.
– 아, 알지알지. 걔는 자존심이 강해서 모를때 압박하면 아예 포기할수 있지. 혼자서 터득해야 한단말이다.
= 그렇지, 시간을 줘야지. 그게 매일매일은 티가 안나. 근데 한달이 지나보니 달라졌어. 한달전보다 10점이 올라있는게야. 게임을 노는거 본지도 한참 됐다. 호호호
– 믿고 기다리는걸 해냈군.
= 에미가 누군지, 호호호. 일시적인 성적보다 시스템이 만들어지는게 중요하지. 그게 되고 있는것 같아.
– @₩%^^#!!&₩*%
대화가 잘 되는 날이다.
아이는 내마음대로 안된다. 또한 내 마음대로 안돼야 잘 큰다. 이 말 극히 공감합니다.
애들은 다그치기보다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기다려주는게 맞는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