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와 퍼즐 놀이를 하던 큰 딸애가 외할아버지가 퍼즐을 찾는게 굼떠지자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우리 아빠는 퍼즐을 외할아버지보다 훨씬 잘해요. ” 외할아버지는 약간 자존심이 상하시는지“그거야 모르지!”이러면서 반박하자 다섯살 난 딸애는 갑자기 정색을 하며 “아니에요. 저의 아빠는 뭐나 다 잘해요. 진짜예요!”이러면서 약간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더니 나한테 다급하게 달려오더니 울상을 지으며 물어본다. “엄마, 아빠가 더 잘해?  외할아버지 더 잘해? 우리 아빠 더 잘하는거 맞지? 우리 아빠 슈퍼맨이잖아!”이러면서 다그친다.  

    진짜 난처해진것은 나였다. 남편을 보니 뭔가 기대를 하는 표정으로“아빠가 더 잘해!”하는 말을 기다리고 있는듯 하고, 나의 아버지 역시 손녀가 맞추다만 퍼즐을 열심히 맞추시면서 내 답을 궁금해하는 모양이였다. 

    이럴때 나는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것일가? 

    딸애의 눈에는 아빠가 슈퍼맨과 같은 존재이다. 뭐든지 번쩍번쩍 들어주고 딸애가 원하는것이면 거의 다 이루어주는 존재, 뭐든 모르는것이 없는 존재…남편 역시 딸애 앞에서 이런 존재가 되는 자신을 무척이나 즐기는 모습이다.

    나의 아버지, 역시 나한테도 슈퍼맨 같은 존재였다. 고향에서 작은 기업을 경영하면서 성공했던 까닭에 항상 크고 작은 표창대회에서 로동모범, 우수당원으로 당선되였고 작은 도시지만 거기서 텔레비죤방송에도 잘 나오시는 나로서는 자랑스러운 모습이였다. 자라오면서 항상“나는 우리 아버지의 딸이예요”를 노래 부르다 싶이 자랑하면서 다녔었는데…

    나도 딸애앞에 나의 아버지도 슈퍼맨이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집안의 저으기 팽팽한 분위기…이런 물음에 나는 선뜻 대답할수 없었다. 

    고향에서 올라오신 아버지는 사실 이번에 중요한 일을 상의하시러 오신것이다. 

    “너희가 지금도 그렇게 정신을 못차리고 잘난척 하다가는 고생하는게 네 아이들이야! 애 둘을 낳았으니 이젠 터를 잡고 집도 있고 안정이 되여야지 아직도 집이 없다는게 말이나 되니? 그러니 이것이라도 집을 사는데 쫌 보태거라! ”

    돈이 들어있는 두툼한 봉투를 우리 앞에 건네신다. 

    아버지 눈에는 참으로 철이 없는 우리 부부였다. 결혼초기, 딱 한번 자그마한 집을 마련할수 있는 돈을 모았으나 그 돈으로 우리는 더 큰 세상을 보고 싶다고 류학을 결심하였고 류학길에서 돌아오니 모든것이 또 새로운 시작이고 거기에 이젠 애가 둘이나 생겼다. 결혼하고 5년동안 우리는 이사를 11번이나 하게 되였고 정말로 집이 없는 서러움이 무엇인지 뼈로 새겨 알게 된 이 시점…그래서인지 아버지가 고생을 그만하라면서 내미는 그 돈과 그 사랑에 너무 목이 메여온다. 그리고 그 고생을 더 안하게 넝큼 감사하며 받고 싶은 마음이였다. 

    그런데 아직도 철이 덜 든것일가, 아니면 정말 고상하기라도 한걸가? 

    “아버지, 조금만 저를 믿고 더 기다려 주십시오. 꼭 제손으로 모든것을 일구어 내고야 말겠습니다.”이러면서 남편은 아버지의 돈봉투를 단호하게 거절하는것이다.

    두 남자의 자존심 대결 비슷한 이 분위기는 뭘가? 나는 아버지의 기분이 상할까봐 조심스럽고 약간 걱정이 되면서도 내 남편의 이런 모습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딸애가 알똥말똥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본다. 남편은 약간 어깨에 힘을 주며 딸애를 내려다 본다. 나는 남편의 그 진지한 태도를 바라보면서 하마트면 덥석 돈봉투를 받을뻔한 손을 뒤로 감추며 남편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아버지 지금 부동산 시세도 좋지 않고 저희 아직까지 집이 없이도 살만합니다. ”

     아버지는 아무말도 안하시고 담배를 꺼내신다. 집이 있어야 되는지 마는지에 대해서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전혀 좁혀지지 않는 아버지와 우리들의 의견차이였다.  

    사실 우리도 헷갈릴때가 있기는 했다. 이렇게 치솟은 부동산 가격속에서 정상적인 젊은 부부가 혼자의 힘으로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그래서 신혼부부들의 부모들은 돈을 약간씩 보태면서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둘의 사랑만 믿고 우리 힘을 믿으며 그런것이 전혀 괜찮다고 결혼하고 오기를 부렸다가 지금 애 둘을 줄줄이 낳고도 집 한채도 마련하지 못하게 되였던것이다. 

    혹시 정말 인생길을 잘못 가고 있는것일가? 불안감이 엄습할때도 있었다. 특히 어른들과 교류하고 나면 우리가 집이 없는데 대한 걱정은 항상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을 여지없이 부정하고 있었다. 정말로 내가 한심하고 비현실적인 생각으로 살고 있는것일가? 정말로 내가 그 비참한 길로 멋 모르고 뛰여가는것일가? 

    여직껏 사랑만 믿고 싶고 부부의 두툼한 감정기초가 두툼한 돈봉투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우리 가정의 행복을 주장해왔다. 그리고 쫌 가난한 생활이라도 의미 있는 일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당할수 있다고 생각하며어쩜 일생동안 부유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할수도 있다고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솔직히 아버지한테는 참 미안한 마음이 수없이 든다. 투자각도로 보면 아버지의 그 자식투자에 한참 못 미치는 내 삶, 아버지는 이 딸한테 얼마나 실망스러우실가? 이렇게 경제적인 진취심이 없는 내 삶에서 아버지는 투자본금도 못뺄것이 아닌가? 부모자식 관계를 이렇게 투자각도로 보는것이 맞는것인지 모르지만 워낙 상인으로서 투자 마인드가 투철한 아버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투자는 어디까지일가?  지금 이 사회에 이토록 들끓고 있는 투자, 아버지도 사실 투자의 피해자였었지만…

    아버지의 기업은 한때 성공을 했지만 몇년전 불어 친 주식투자 열풍을 이겨내지 못하였고 아버지의 회사는 불안정한 주식시장의 깊고 깊은 수렁텅이에 빠져들어 갔다. 

    빚으로 인한 크고 작은 풍파를 눈물로 이겨내던 그 지난 시절들이 불과 몇년전이였다. 그 슈퍼맨 같던 아버지, 세상에서 가장 든든했고 뭐든 아버지가 나서면 믿고 따를만했던 그 아버지가 잘못된 선택을 하시고 주식에 빠져 내 보기에는 분명 도박이지만 아버지는 그것을 투자라고 고집하시며 회사, 집, 차, 재산 하나하나 주식시장에 처넣으셨다. 주식시장 형세가 점점 나빠지자 마음의 평형을 잃은 아버지가 술에 의지해서 사시는 그 비참한 모습을 보며 나는수많은 혼란과 곤혹을 겪으며 슈퍼맨과 같은 모습이 아닌 폭군과도 같은 가장 진실한 아버지를 대면해야만 했다. 인간으로서의 아버지, 젊은 시절 분투와 패기로 성공을 이루었지만 그 성공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시고 투자를 해서 쉽게 돈을 버는 사회풍조에 휘둘린 어쩔수 없는 지극히 미약한 인간으로서의 아버지…나는 가정의 이런 풍파를 겪으면서 노력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쉽게 벌어온 돈을 추구하는 심리의 그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실감했었다. 쉽게 큰 돈을 벌려는 심리를 바로 요행심리라고 하는것일가? 이 요행심리는 어떻게 그렇게 묘하게 투자심리와 얽히는것일가? 투자 열풍속의 수많은 거품들, 부동산 투자속에 숨겨진 수많은 비극…

    쫌 쉽게 살고 싶기는 하지만, 이 가족풍파는 쉽게 돈을 버는 일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것을 너무나 잘 알려주지 않았던가! 

    그래서 처음부터 우리 스스로 노력해서 뭔가를 이루어 나가는것을 그토록 원했다. 아버지의 경험과 교훈 덕분이였다. 그 풍조에 사정없이 휘둘렸던 아버지가 주시는 돈이여서 우리는 더욱더 경각성을 높여야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현실이 너무나 무거운것도 사실이다. 내 이 얄팍한 경제능력을 돌아보고 또 철없이 사랑을 믿으며 줄줄이 나아버린 어린 아이 둘을 내려다보고 늙어가시는 부모님을 올려다 보니 한숨이 나갔다. 앞길이 솔직히 막막하다…둘째를 임신했을때 이모와 고모가 축하 대신 그렇게 한심하게 나를 바라보던 그 시선, 그 시선의 의미를 뒤늦게 깨달으며 내 마음은 십자로를 갈팡질팡 헤매인다. 

    그러고보니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가난에 눈물이 났다. 젊은 마음에 가난을 절때 인정하지 않았던 나이다. 하지만 아버지 말대로 난 집도 없이 정처없이 집을 옮겨 다녀야하는 가난뱅이가 맞다! 그래서 그 가난때문에 내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고생할것을 생각하니 지금 이렇게 가슴이 쳐지는것 아닌가! 하지만 그 현실적 가난이 무서울때 오는 그 정신적 가난은…? 도대체 어느것이 더 무서운것일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다. 

    아버지가 나한테 얘기해주시는 집 없고 돈이 없으면 비참해지는 현실, 남편과 내가 함께 추구하는 사랑과 비젼이 있는 현실…도대체 어느것이 맞는것일가? 우리가 아직 젊은 마음에 뭔가를 모르고 이렇게 가벼운것일가, 아니면 아버지 세대가 너무 무거운 현실에 눌리워서 살아오신것일가? 우리도 언젠가 후회를 하게 될가? 집이나 돈 없이도 충분하게 행복할수 있다는 우리의 자신감을 엉거주춤하게 하는 아버지를 원망할수는 있을가? 

    나와 남편이 얘기하는 모든 아름다운것들이 아버지의 깊어지는 주름살과 희끗희끗한 흰머리를 보니 힘없이 허공에 흩어지는 기분이다. 아버지를 찬찬히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고생을 참 많이 하셨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버지, 그 돈으로 아버지 로후를 잘 계획하시고 어머니와 함께 푼푼하게 쓰세요!”

    아버지는 우리의 생각을 꺾을수 없음을 아시고 실망하시며 허구픈 웃음을 지으신다. “너희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어찌 푼푼하게 쓰고 우리가 어찌 로년이 행복할수 있니? 너희가 잘 살아야 우리 마음도 편하지! 너희가 잘 사는게 우리한테 효성이야! ”

    아버지 말씀에 눈물이 났다. 잠간이지만 아버지의 나를 향한 그 사랑을투자심리로 의심한 나 자신이 자책이 되였다. 아니 아버지께 그런 마음이 있은들 또 어떨가! 세상에 완벽한 부모가 어디 있고 완벽한 자식이 어디 있으랴! 그렇게 돈이나 명예와 같은 이 세상 불순물에 어이없이 휘둘릴때도 있는 부모자식 지간일수도 있지만 그중에 섞여진 진심어린 사랑을 보아내고 느끼는게 나에게 진정한 힘이 되는것이 아닐가! 고생은 이제 우리 젊은자의 몫이여야 했다.

   정작 거절하고 나니 더 한심하게 가난에 휘둘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몰려온다. 아버지의 말씀처럼 그 고생 문으로 들어가기로 작정을 한듯하다. 어쩌면 생활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며 이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살다가 더 큰 풍파를 만나면 부모한테 손을 빌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지 않을수 있게 열심히 살아야지!이 모든 현실적인 불안함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죽도록 노력하는 길일것이다. 

이러고 보니 또 한번 가장“미련한 길”을 선택한것이다. 외할아버지와 아빠중에 누가 더 센지 딸애는 집요하게 나한테 답을 요구한다. “외할아버지도 한때는 엄마의 자랑스러운 아버지였고 뭐나 다 할수 있는 슈퍼맨이였단다. 지금 너한테 아빠가 그러하듯이…하지만 슈퍼맨은 영화에서 나오는 사람이지 이 현실중에는 없어…아빠가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얼마나 수고하는지 몰라! 외할아버지도 그러셨지… 산다는것은 결코 슈퍼맨처럼 초능력을 가지고 살수 있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지. 하지만 어쩜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게 슈퍼맨의 초능력처럼 아주 멋진 일이 될수 있을지도 몰라! ”

    말하고 나니 딸애한테 해주는 답이기보다는 나 자신한테 해주는 답이였다.  딸애는 알아듣는듯 뭔가를 깊이 생각하더니 수많은 알똥말똥한 질문을 해온다…나는 정성껏 알려주었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 질문을 다 맞게 대답해줄수는 없을것이다. 내 부모가 완벽하지 않듯 나도 결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니 딸애도 또한 그 여린 몸으로 이 세상을 겪으면서 깨달아가야 할것이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한 나와 남편, 언젠가는 약간은 당당하게 뭔가 딸애한테 얘기할수 있지 않을가! 딸애도 우리처럼 사랑과 꿈과 현실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하며 평형을 유지하는 법을 점점 익혀갈것이다. 이런것에 숙련되는 모습이 아마 삶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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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

서로에게 빛이 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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