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8월은 무더위와 더불어 여름휴가철이 한창이다. 그말인즉 관광도 한창 물이 올라있을 때라는 얘기다. 이 계절의 일본인의 기억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불꽃대회이다. 한순간에 피어올랐다가 한순간에 지어버리는 벚꽃을 즐기는게 일본인의 미의식인 것처럼, 밤하늘을 수놓다가 강렬하게 사라지는 불꽃놀이야말로 수많은 일본인들을 감동케 하는 지워지지 않는 한여름의 추억이다. 

중국식으로 말하면 일본에는 47개의 성급 행정단위가 있는데 이 모든 지역에서 불꽃대회가 열린다. 실제로 여름 한 철에 일본 각지에서 개최되는 불꽃대회는 376회(2018년 기준)에 이른다. 불꽃놀이 달력이 따로 있을 정도로 불꽃 이벤트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많게는 한번에 4만발까지 쏘아 올리고, 많이는 160만명 이상의 관객이 몰리는 등 규모가 인기몰이가 어마어마한 지역도 있다. 말 그대로 섬나라의 하늘에 꽃무늬가 그려지는 시간이다. 

섬나라에 온지 2년차, 우리 가족은 한번 불꽃놀이를 즐겨보기로 했다. 근처에서 나름 규모있고 이름있는 비와코불꽃대회(琵琶湖花火大会), 작년에는 1만발 쏘고 35만명의 인파가 모였다고 한다. 그래 너로 정했다. 비파호(비와코)는 일본에서 제일 큰 호수다. 수면 위에 불꽃들이 비끼면 그 아름다움도 배가 되리라. 

불꽃놀이라 하여 그냥 폭죽을 쏘면 그만인게 아니다. 각 지역의 지자체들이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관제품으로 중시하는 만큼 물리적인 이벤트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문화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미되는 경우가 많다. 비파호의 이번 대회도 그저 스쳐지날리가 없었다. 일본 전국시대에 천하를 제패하는 중요한 전역들이 비파호 지역에서 있었던 걸 모티브로 무신들의 활약상을 불꽃놀이로 표현해 보고자 하는게 올해의 기획의도라 한다. 

프로그램 편성

대회는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되어 한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오프닝과 함께 "전국시대 원더랜드"라는 테마로 연출된 오색찬연한 불꽃은 분위기를 단번에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戰國의 원더랜드"

이어서도 각양의 꽃무늬와 각색의 빛감이 연달아 덧칠되는 하늘은 시각의 향연이다. 뻥뻥 울려 퍼지는 폭죽의 청각적 리듬과 함께 더위도 시원하게 날아간다. 마지막 밤을 뒤흔들며 밝히는 피날레가 끝날 때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말로는 한계가 있으니 일단 사진들을 이어보자. 

여기까지 보다가 눈썰미 좋은 이는 아마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는 이 날, 제 집 티비 앞에서 불꽃대회를 감상했다는 것을. 실제 상황은 아래 사진처럼 이랬다. 

실은 좀 바빠가지고 대끝에 가서야 준비하느라 했는데… 그때는 이미 티켓이 매진된 상태였다… 그렇다, 불꽃대회를 잘 즐기려면 관람석의 티켓구매가 필요하다. 한장에 3000엔(RMB 180) 정도. 물론 관람지정구역이 아니라도 주변에서 구경할 수는 있다. 다만 이 지역이 익숙치 않고 아이도 아직 어리다 보니 되려 헤매다 고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생중계로 대신하고 말았다. 

한때 '유민'이란 이름으로 한국 예능활동을 했던
후에키 유코(笛木優子)가 생중계 게스트로 출연

이날 무척이나 더웠는데, 에어콘 빵빵한 안방에서 정면 두대, 측면 한대, 산꼭대기 한대 이렇게 네대의 카메라가 편집하여 보내주는 실시간 영상이 백배 더 낫다, 라고 위로하면서 아내와 함께 시청자 모드로 있었다. 뭐 대신 맥주에 삶은풋콩, 남쌈까지 안주로 씹으면서 편하게 본건 사실이다. 

비파호 불꽃축제(인터넷 이미지)

이야기를 다시 불꽃대회로 돌리면, 나는 일본이 왜 이렇게 많은 불꽃대회를 개최하는지, 또 개최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대체적으로 이런 불꽃대회들은 지방의 관광협회나 지역진흥회가 주도하여 운영하고 지자체에서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주요 자금원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정부 보조금
2. 기업 협찬
3.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금
4. 관람석 티켓 판매수익

그 주요목적은 주로 두 가지다. 

1. 지역 주민들의 오락적 수요
2. 지역 홍보와 관광객 유치

그말인즉 주민들을 위한 사회복지적 이벤트의 성격이 강한 한편, 지역의 진흥과 관광과 문화브랜드 육성을 위한 공적 투자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비파호 불꽃축제(인터넷 이미지)

그러면 이러한 불꽃축제를 한번 개최하는데 드는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지출사항들을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폭죽구매(불꽃) 비용
2. 이벤트 기획비용
3. 경비 등 현장관리 비용

이중에 단연 큰 것이 폭죽비용이다. 일본의 경우 불꽃놀이용 폭죽은 "호"로 그 크기를 지칭한다(케익을 살 때의 몇호인가와 같은 단위로서 화약알의 직경을 말한다). 당연히 호수(號數)가 클수록 불꽃이 더 크고 더 높이 올라가고 지속시간도 더 길다. 

사단법인 일본연화협회(日本煙花協会)

참고로 일본의 한 폭죽회사의 사이트에 공개된 가격표를 보면 아래와 같다. 제일 작고 가격이 싼 3호 폭죽이라도 한발에 4,120엔(약 RMB 277원), 20호 같은 경우는 한발에 576,800엔(약 RMB 38,824원)이나 한다는걸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번 비파호의 행사 같은 경우 1만발이라고 하니, 최소 41,200,000엔(약 RMB 2,770,000원) 이상은 들었다는 얘기다. 

폭죽회사 新潟煙花 공식사이트

다음, 위에도 말했다시피, 이는 그냥 폭죽을 얼마나 이쁘게 얼마나 많이 터뜨리느냐의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스트로텔링이 들어간 인문적인 디자인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문적인 이벤트기획사와 폭죽업체의 콜라보가 필요하다. 올해는 어떤 테마로 몇 막에 걸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떤 홍보전략을 짤건지, 현장촬영과 중계, 관람석 배치와 운영은 어떻게 할건지 전체적인 기획에 전문인력을 수요로 한다. 그러므로 기획비용이 들어간다. 

비파호 불꽃대회(인터넷 이미지)

마지막으로 많인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안전과 질서 유지가 필요하다. 물론 지방의 경찰들도 협력하지만 크게는 전문적인 경호회사에 외주를 준다. 근년에 모 불꽃축제 때 너무 붐비는 탓에 압사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는지라 지방정부에서 안전에 관한 요구가 엄격해지면서 경호업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인건비가 올라갔다고 한다. 워낙에 비용이 넉넉치 않은 작은 지역들에서는 비용압력 때문에 최근 연달아 불꽃대회가 취소 중단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내년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이 경호업계의 인건비 인상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그래도 일본 전역에서는 아직 불꽃대외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많은 지역 주민들과 외지 지어는 해외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효과가 있을 뿐더러 기획에 따라서는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이미지 향상과 인문화 브랜드 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본다. 

연길 야경(인터넷 이미지)

글쓴이가 가장 흥미를 느끼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이는 자치지역인 연변주나 장백현에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 특히 자치주 60주년을 맞아 내려온 자금으로 화려한 야경 '인프라'(효율대비로 비판도 받지만)를 갖춘 연길에서, 부르하통하의 야경위에 불꽃축제를 한다, 그러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기획을 갖추어 복합적인 인문역사 이벤트를 한다고 하면 어떨까. 그것은 가히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의 폭죽들은 기술적으로 굉장히 발전되어 있다. 일본의 불꽃대회를 봐도 그렇지만 10년도 더 된 북경올림픽 개막식의 발자국 불꽃을 비롯한 여러 장면들을 회상해 보면 대략 느낌이 올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미지적으로도 기획에 부응할 수 있는 공간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일단 시각적인 이미지들로는, 백두산과 천지, 송화-압록-두만 삼강 발원지의 신성한 이미지, 중조러의 동아시아 금삼각지, 연변의 상징이자 중조인민 친선의 상징인 진달래, 민족요소인 한복과 장구와 상모춤과 같은 것들을 이색적인 디자인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역사적인 요소들로 묶을 수 있는 테마는 더욱 많다. 그냥 얼핏얼핏 스치는 거친 아이디어들을 몇개 열거해 보면, 

1. 판타지의 성지: 화산폭발을 통한 백두산과 원시림의 형성, 삼대강의 발원과 호탕한 흐름, 공룡들의 쥐라기 낙원(최근 발견된 대규모 공룡화석 유적지 살림).
2. 동북아를 주름잡다: 단군신화에서 천지개벽, 주몽전설의 영역확대, 동북광야를 달리고 동해바다를 헤가르던 발해의 활약상, 근대혁명의 질풍노도와 오늘날의 중조러 금삼각에 귀착.
3. 중조친선과 미래: 항일련군과 항미원조와 새로운 중조경제협력을 그려보는 청사진.
4. 조선족 이주사: 쪽박차고 두만강 넘는 아리랑 고개, 군벌-국민정부-위만주국-일본제국주의-전쟁-해방-건설-개혁개방을 아우르는 과정을 정리.
5. 한글예찬: 9월 2일이 자치주의 "조선언어문자의 날"로 지정되었는데 자치주 성립기념일인 9월 3일과 묶어서 오픈 이벤트로 자리매김. 한글 자음의 모양을 순서대로 쏘아올리다가 "사랑해", "행복하자"와 같은 다소 식상하지만 인증샷 명소로 부상하기에는 충분한 아이템들도 구상해 볼 수 있음. 중국 어디서도 재현 불가능한 인싸들의 이벤트로 젋은층의 인기를 끌 수도 있음. 해마다 그 해의 분위기에 따라 키워드를 공개하는 식으로 기획할 수도 있지 않을까.
6. … …

이렇듯 연변은 외계에 발신할 만한 인문적 자원이 많을 뿐더러, 국내로서 비용상으로도 여러모로 유리한 점들이 있다. 폭죽가격이나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벤트획의 경험이 적은 부분만 전문적인 인력을 초빙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만, 한두번 경험치가 쌓이다 보면 새로운 인재들이 따라서 육성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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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캔이 굽이 났다. 내년에는 미리 티켓을 사서 현장에서 시청각 뿐만 아니라 화약냄새로 후각 체험까지 만끽해야겠다. 그리고 멀지 않은 앞날에 부르하통하의 수면 위에도 불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교찾로>
교토에서 찾아가는 로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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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

떠돌면서 듣고 모으고 배우는, 이야기 "꾼"이 되고싶은. 연변, 북경을 거쳐 교토에서 고전과 씨름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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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변에도 스토리텔링을 책임지고 할수 있는 브랜딩 전문회사가 필요한거 같슴다. 브랜딩이라고 함은, 여행지이든, 음식이든, 이벤트이든, 이런 연변에만 있고 생기는 콘텐츠들을 잘 분석하고 정리하면서 스토리텔링을 추가하여 卖点이 기존 상품의 가치를 추가하는 그런 브랜딩. ㅋㅋ 송이버섯도 뜯자마자 일본에랑 수출되여 재가공되어 더 높은 가격에 다시 중국에로 판매된다고 들었는데… 일본에서만이 할수 있는 그런 정교한 포장이 뒷받침하겠지만, 사실 브랜딩의 힘도 크다고 봄다. 이런걸 직접 할수 있는 회사가 있으면… ㅋㅋ 쉽지는 않겠지만 연변에서 이래저래 직접 수출되는걸 “가로채서” 가공, 포장, 스토리텔링 – 등 브랜딩을 추가하여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수 있는 회사.

    1. 이벤트기획사보다 브랜딩회사라 하는게 더 정확한거 같습니다. 이런 인력이 아직 없는게 사실이니, 밖에서 경력자가 오는게 스타트에는 빠를것 같고… 스타트만 떼주면 연대 조문계에서 이런 인력들이 나오기에는 충분할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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