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사회의 글쓰기와 글마당의 외연성

평강

내가 조선족 문학과 문단에 대해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다. 작가가 직업도 부업도 아니며 등단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글쓰기 요청이 나에게까지 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되어 감히 손가락을 움직여 본다. 다만 아래에 ‘문학’과 ‘문단’이라는 용어를 쓰는 일은 되도록 피하겠다.
첫째는 자격 때문이고 둘째는 이 두 단어의 기존 이미지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롭고자 하기 위함이다. 필요 시 제목에 적은 표현으로 대신하겠다.
나는 우리와 그 아래 또래의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어디서 무슨 글을 무슨 언어로 어떻게 쓰고 있는가? 개인의 관찰과 소통 결과는 이렇다. 위챗 공식계정, 모멘트, 블로그, 브이로그(Vlog) 지어는 댓글이 글마당이다. 생활의 기록과 발견과 오피니언이 씌어진다. 조선말, 한어 지어는 영어로 적힌다.
흘려보내기엔 빛나는 재치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흔히 글쓰기 하면 떠오르는 조선족 지면·관영매체와 글마당 하면 생각나는 작가협회나 문인회와는 교집합이 거의 없다.
대다수는 이런 채널과의 연결법을 모르며 딱히 신경쓰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글쓰기와 글마당에서 이 세대들의 이러한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아니, "제대로 바라보기는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둘은 서로 동떨어진 두 세계처럼 보인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에게 망각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보다도 윗세대의 유산과 끊기는 아랫세대와, 아랫세대와 곬이 생기는 윗세대가 안쓰럽다. 다년생 과목이 일년생 들풀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글쓰기’에서 ‘문학’으로, ‘글마당’에서 ‘문단’으로 바꿈이 자연스러우려면 ‘연결’(linkage)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소소리높은 금빛 성새가 아닌 열려 있는 글의 마당, 찾아가는 글의 마당이 사람을 이어 주고 글을 이어 주고 세대를 이어 주는 것은 아닐까.

<시선>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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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래도 8-9년 전에는 연변문학 같은 잡지에 글을 올린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까마득한 과거로 되여버렸네요. 외국/외지에 살다보니 한국계 회사를 다니고/다니거나 조선족 친구들이 많지 않으면 자연스레 우리말과 멀어지게 될수밖에 없는 현실인것 같습니다.

    저 역시 SNS나 블로그에 영어나 한어로만 기록을 남기고 있었군요. 친구들에게 공유를 하려면 모두가 할수 있는 언어여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게 된것 같습니다. 조선족이 한어, 영어를 아는건 맞지만 한족이나 외국인은 우리말을 모르니깐요.

    하지만, 우리나무를 지켜보다 보니 드는 생각이, 굳이 모든 글 모든 생각을 글로벌하게 널릴 필요는 없네요. 읽는 사람이 적더라도, 어떤 글은 같은 조선족끼리 더 공감을 할수 있고, 어느 정도 프라이버시도 있고…

    제가 예전에 알고있던 잡지들은 대부분 연변에서 출간이 되였는데, 연변조선족 뿐이 아닌, 중국조선족을 포함한 전 세계 Korean을 이어줄수 있는 플랫홈이 빨리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나무가 그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무 화이팅!

  2. 공감가는 글입니다.지면은 젊은 작가들,특히 인터넷에 발표되는 글들을 인정 안하고 젊은 작가들도 굳이 윗세대 문단의 인정따위에 연연하지 않고.이대로도 나쁘지 않은것 같습니다.어차피 조선족작가 중에 글로 먹고사는 작가는 손에 꼽을만큼 적고, 그렇다면 그냥 자기만족으로 쓰는 글 터치라도 없어야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무가 좋은 역할을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윗 댓글처럼 우리나무가 전 세계 조선족들의 연결고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1. 공감해주서서 고맙습니다. 말씀하셨다시피 현실은 상당히 피폐합니다. 조선족 전통매체 출판사들에 대한 신뢰 자체가 깨져있는 터라, 그 편집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혹은 인정할수 없는 정서도 만연되어 있구요. 그래도 글에 대한 좋은 비평과 의견이라면 받아들일 용의는 있습니다. 전문직에 대한 존중이라고 할까요. 난도질은 싫구요 ㅎㅎ

  3. 사실 일상이나 주변에서, 혹은 소소한데서 말이나 글을 아주 잘 다루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다 잡지 같은데 뭘 발표한다든지, 모멘트나 sns같은데 글을 올리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언어가 풍부하고 논리가 탄탄하며 문제의 포인트를 잘 아는 매력적인 사람들이 꽤 있죠… 그런 분들이 우리나무에 많이 참여하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생각을 늘 합니다^^

  4. 80후의 각자의 문학관에 대해서 400-500자로 적ㅗㄹ볼수 있냐고 해서 적었던 글인데 결국은 지면에 채택되지는 않았습니다. 분량도 애매하고 할 얘기를 제대로 풀지도 못했던 글이지만 하고있는 생각은 나름 제시는 되어있습니다. 언젠가는 풀어서 쓴다는게 몇년이 흘렀네요. 시선 계정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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