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수염

우리 연변에서는 쇠미라고 불럿다.

주방에서 사발을 까시는 수쇠미처럼 까칠까칠하고 썩썩해서 그렇게 불럿을까?

수십년전 아버지한테 턱수염으로 얼굴을 따갑게 찍히고 울음보를 터트렷던 안 좋앗던 기억이 수없이 많앗다.

몇달전 고향집에서 듬성듬성하고 허옇게 색바래버린 아버지 턱수염을 깎아드리다가 왈카닥 울컥햇엇다.

지난번 아빠보러 서안까지 놀러온 6살박이 아들놈을 그러안고 턱수염으로 내가 어릴적 아버지한테 당햇던 대로 부위와 각도 고대로 똑같이 맞추어 괴롭혀놓아 애를 크게 울렷고 집사람 잔소리를 귀맛좋게 들엇다.

아마 아들애도 수십년 뒤면 내 손자놈한테 똑같게 복수할거 같다.

돌아오는 구정에는 꼭 고향집에 돌아가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를 목욕시켜드리면서 어릴적 나를 아프게 굴엇던 턱수염을 1회용 면도칼로 말끔히 정리해드릴 예정이다.

한때는 나를 그토록 아프게 해놓앗으니까 !

암튼…
여까지 쓰고나니 마음이 웬지 참 짭짤하고 씁쓸해 난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턱수염은 아버지의 사랑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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