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하루가 24시간이 아니고 100시간이라면

한영남

현재 세계에서 통용되는 진법가운데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것이 10진법이다그래서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 이 10은 그야말로 완벽함을 이르는 것이요 또 만족과 대단원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일상에는 불가피하게 다른 진법들도 섞여 있으니 예하면 시간이나 역서 등은 60진법, 24진법, 7진법, 30진법, 12진법, 365진법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또 연필 따위를 계산하는 데는 한 다스라고 해서 12진법이 적용되며 컴퓨터에서는 영상처리가 2진법으로 이루어 지기도 한다

하루가 24시간이라고 하는 이 24진법은 때로는 매우 시끄러운 존재이기도 하다껄끄럽기는 한 시간은 60분이고 1분은 60초라는 이 60진법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은 시계로 흐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진법을 약간 수정해서 편리하게 만들어도 무방할 것이다즉 하루는 100시간이라고 규정하면 100시간이 되는 것이다본래 24시간 짜리 옹근 것을 100으로 토막내서 그 한 등분을 한 시간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과연 그렇게 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우선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시계를 그냥 대로 둔다면 시간이 약 4배 정도 빨리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해가 다시 뜨는 그 시간까지가 옹근 하루인데 본래 24토막이던 것을 100토막으로 했으니 시계가 빨리 달리지 않으면 100 시간사이에 해가 네 번 정도 다시 뜨고 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핑핑 돌아가는 시곗바늘 때문에 사람들은 보다 서두르는 장면들을 연출하게 되는데…

김기자오늘 시간 괜찮지?

-어, 나야 뭐…

-그럼 우리 52시에 만나. 그 옛 장소에서…

그래그러지 뭐근데 나 48시에 손님 한 사람 만나기로 했는데 동행해도 괜찮겠지강기자 아는 사람이야.

좋을 대로.

이런 대화들이 오가는가 하면 어떤 사무를 처리하는 데 열 시간이 걸렸다고 투덜대던 사람이 결국 따져 보고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싱그레 웃는 모습 또한 괜찮은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어쨌거나 시간(세월)은 인간세상과 상관없이 스스로 잘 흐르고 있는데 사람들이 시계라는 것을 만들어 내서는 그것이 바로 시간인 듯이 여기는 자체가 대개 좀 웃기는 일이라 해야겠다이름하여 시계의 노예들.

시간의 틈바구니에 들어 가면 과거로도 미래로도 얼마든지 여행이 가능하다고 하니 시간을 시계로 여기는 삶은 참 불쌍하다고나 해야 할 것이다

그럼 과연 시간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시간에 대하여 얼마만큼 알고 있는걸까?

24토막이든 100토막이든 순간 순간이 쌓여서 시간이 이루어 질진대 그 순간 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

저 태양에서 빛이 지구까지 오는데는 약 8(지금의 시간법으로 계산해서)이 소요된다고 한다그리고 그보다 썩 먼 별은 보다 엄청난 시간을 소요해야 그 빛이 우리한테까지 온다는데 광년으로 계산해도 몇 억 광년이라고 한다면 지금 저 아름답게 빛나는 별은 이 순간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망원경은 이 세상에 아직 발명되지 않고 있다그러나 우리는 시간의 흔적들을 사진이나 동영상이나 혹은 어떤 기념물 같은 것으로 고정시켜 놓고는 뒤적여 보기도 한다

말이 옆으로 좀 샜다각설하고.

하루가 만일 24시간이 아니고 100시간이라고 하면 과연 어떨까?

내게는 이렇게 많은 시간이 있다고 착각을 한 나머지 지금보다 더 나태해지는 것은 아닐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단 1분이라도 희생하기를 꺼려하는 사람도 마음이 헌헌해져서 10분쯤 할애해주는 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사실 하루의 시간을 24시간으로 하든 100시간으로 하든 결국 나한테 차례진 하루의 시간이란 해가 뜨고지고 다시 그 해가 뜨는 꼭같은 시간에 다름아니다착각의 베일을 벗겨버리면 이토록 간단한 것임에도 사람들은 흔히 그런 착각 속에서 스스로를 무마하면서 타성에 안주하기를 즐긴다

하루가 만일 100시간이라면 나는 스무 시간 쯤 떼내어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좋은 수필이라도 읽으면서 자신을 가꾸는 일에 보다 충실할 것이다

하루가 만일 100시간이라면 나는 열 시간 쯤 떼내어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다른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전화메일편지 등에 몰입할 것이다

하루가 만일 100시간이라면 나는 무엇보다도 내 글들을 잘 다듬어서 다른 사람을 훈계하는 글이 아닌 서로를 격려하고 다독이는 글로 만들어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루가 100시간이 아니고 10시간이라 할지라도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에 게으름이 없을 것이다

이제 시계의 속박에서 벗어나자.

시계에 쫓기는 어리석음을 집어던지자.

다행스런 것은 하루는 언제든지 저만치 하룻만의 시간으로 우리한테 다가온다는 것이다그것은 실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일도 해는꽁보리밥도 먹지 않은 해는 동쪽에서 씩씩하게 발기될 것이다

이 글을 공유하기:

해주

60후 자유기고인. 가을을 유독 좋아하는 사나이.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응원합니다 응원합니다
18
응원합니다

댓글 남기기

글쓰기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1.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의 초고는 "원고 보관함"에 저장하세요. 2. 원고가 다 완성되면 "발행하기"로 발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