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직장, 성취, 삶

  얼마전 유튜버이자 방송인인 조승연 작가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결혼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워낙 세계의 곳곳에 머물면서 여행하고 글을 쓰고 자신의 보고, 듣고, 느낀바를 공유하는 채널을 운영하는 프리랜서라 그의 결혼은 많은 축복을 받는 동시에 적지 않은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나도 그들과 똑같은 의아함을 가지고 그 영상을 클릭했다. 그는 이러한 답변을 한다. 정착이 아니라 동반자가 있으므로 하여 더 멀리 함께 갈 수 있다.그는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열면서더 멋진 그림, 재밌는 사람들, 다양한 경험을 구독자들에게 보여줄 것을 기약하며 영상을 마무리 했다. 이 영상을 보면서 그의 말에 기묘한 깨달음을 느껴 아주 오랜만에 이렇게 글로써 나의 생각들을 적어본다. 이 기묘함이란 결혼을자유와 상반된정착으로 여겨온 잘못된 인지와 직장에 관해서는안정을 보장 한 뒤다른 하고 싶은것들을 계속하려는나의 계획더 멋진 그림을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려는 나의 소망과 상충될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하였다. 

(1)결혼과 출산

  올해 서른살에 접어드니 여러면으로 나이를 실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휴식으로 충전된 느낌보다는 몸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끔씩 밖에서 탄수화물이 가득 함유된 보암직, 먹음직한 음식들을 먹으면 잇따라 졸음과 더부룩함은 물론 위장까지 쓰릴 때가 있다. 

  눈길을 돌려 예전의 친구들을 보면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적지 않다. 내가 결혼을 안 해서 아이들로부터 오는 즐거움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러한 즐거움이 피곤함을 훨씬 능가할 지 회의감이 든다. 요즘 셋째까지 낳도록 독려하는 정책이 내려졌는데 그 이유 또한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로 인해 출산율이 낮아진 데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이 결혼문제와 출산문제를 비롯한 사회적 잇슈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더 핵심적인 목적은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눈이 어두워져서 보여지는 것에만 집중하고 보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간과하게 되는 그러한 자신을 되돌아보고 글을 쓰면서 나의 사고를 재정비하고자 하는데 있다.

(2)선택과 삶의 방식

  나는 결혼과 직장을 포함한 우리의 크고 작은 선택들이 우리의 삶의 방식과 질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개개인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마땅히 짊어질 책임을 다하고 그에 만족할 수 있다면 누가 누구를 뭐라 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직장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코로나로 인해 미래에 대한 초조함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안정된 틀 안에서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을 최소화하고 구조적으로 하루하루를 반복하며 일할 수 있는 그런 직장을 선호한다. 월급의 다소에 상관없이 그 구조속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뭔가 보장된다는 안정감에 만족감을 느낀다. 이러한 동기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에서 활력과 창조적인 사유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사회의 혁신적인 변화들을 보면 상업적인 변화가 먼저 일어나 어느 정도 효과를 보여준 후에야 구조안에서 변화가 출현한다. 우리 주변의 가장 전형적인 예로는 온라인화로 비롯된 각종 전자상거래, 금융거래, 일인 미디어와 관련된 것이다. 

(3)내면의 풍요로움

  나는 그 어떤 직종이든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주위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두 가치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주 행운스럽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되어 그 일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일거양득이겠지만 누구에게나 그럴 여건이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사고는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있어 항상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에만 집착하고 그런 향락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하지만 진실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틀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진정으로 완전한 향수는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 

  어릴 때에는 대학만 들어 가면 놀아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대학에 진학한 뒤로 십여년동안 쭉 대학에 있으면서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마음 편히 놀았을 때는 대학입시를 마친 뒤의 여름 방학뿐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어렸을 때는 선생님과 부모들의 제한된 인식속에서 그렇게 살아 오고 보아 왔기 때문에 그런 관점이 생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참 간결하고 명쾌한 결론이다. 그들이 지식의 결여로 미래를 정확히 예견할 수 없어 후대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전해줬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를 아낌없이 사랑하는 부모님은 우리에게 최고의 것을 주기 원했고 또 무엇이든 다 해주려 해왔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이 더 많은 성취를 통하여 내면이 자연스럽게 풍요로워 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한시름 놓을 것만 같았던 기대도 그것이 이루어지는 순간 또 다른 도전과 어려움에 부단히 맞서게 되기 때문이다. 

(4)진정한 성취

  어떠한 성취를 이룸으로써 지속적인 안락속에서 누리면서 살려는 기대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성취한 순간만큼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또 완성되어야 할 과제와 해결되여야 할 문제에 끊임없이 직면하게 된다. 그렇게 끝없이 달릴 바엔 그냥 현 상황에 만족하며 살면 편하지 않을까? 해답은 그렇지도 않다. 우리의 내면에는 원초적으로 성취욕구가 내재되어 있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평안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보다는 뭔가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을 경주로 생각하고 달려 왔다면 그 목적지에 다다를 때 일시적인 성취감과 공허함, 허무함, 배신감이 동반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삶은 속도와 결과보다는 방향과 과정이 중요하다. 안락함이 아닌,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을 통하여 아름다운 성품들이 내면에 거하게 되고,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내가 감정적으로 하기 싫은 일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는 나 혼자와의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견디면서 이뤄 내야 만 하는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 가치는 잠정적이고 시간의 흐름속에서 금방 잊혀지게 되는 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완성하기 위하여 나의 쾌적한 구역으로부터 벗어나는 용기,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하나하나씩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끈기, 많은 유혹을 물리치고 한곳에 오랫동안 흔들림없이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집중력, 충분히 화가 치미는 순간에도 차분하게 자신을 다스리는 인내심 등 성품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다. 이러한 성품들은 보이는 성과에 비해 더더욱 값지고 지속적이다. 어떠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온갖 정력과 시간을 몰부은 자신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볼 때, 자신에 대한 대견함과 뿌듯함, 지나간 시간에 대한 경이로움과 감격을 느낄 수 있다면 그 과정 자체만으로 너무나도 귀하고, 소중하고, 빛나는 성취가 된다. 그래서 나는 기분이나 정서에 무관하게 오늘의 가장 가까운 책임을 다함으로써 어제와 다른 나를 만나고 싶다. 

2021년 6월 11일 황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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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화

(현)상해외국어 대학교 한국어학 박사과정, (전) 상해사범대학교 대외한어과 강사, (전) 한국동아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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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착이 아니라 동반자가 있음으로 하여 더 멀리 함께 갈수 있다. 이 말이 너무 좋아요!조승연 작가님 역시 저도 너무 좋아하는 분이구요~ 사실 늘 내면의 풍요로움을 채우면서 살려하는데 솔직히 가끔 주변의 영향도 종종 받긴 해요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2.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서 일궈내는 자신만의 삶이 참 중요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한 사람으로 이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더욱 행복한 삶일거고, 글에 많은 공감을 합니다.^^

    1. 자신만을 위한 그런 ‘자기중심’이 아니라, 자신의 안락함과 일시적인 쾌락을 내려 놓고 자기가 마땅히 짊어질 책임을 다하는 그런 ‘무언가에 몰입하는 자기중심’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애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직장일을 마치고 충분히 게임에 빠지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정서에 무관하게 나 자신을 내려 놓고 애들의 성장을 돕는 육아에 관한 책을 본다 든지 애기와 같이 논다 든지 등의 방식으로 부모로서의 가장 가까운 책임을 하면서 ‘게임 대신 더 유익한 것’에 몰입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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