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따윈 던져버리겠다. 구색을 갖추기에 내 손은 느리고 생각의 흐름은 빠르며 나의 글재주는 하찮으니 생각없이 봐주시기를…)


세상에는 생각보다 미진하고 내 마음에 못 미치는 것들이 많다. 당장 어제 갔던 카페의 미온한 음료도 그랬고, 저번 달에 폈던 책의 무성의한 문장도 그랬다. 이런 것들이 삶의 무력감으로 둔감해 나를 지배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나치게 열심히 사랑하며 느끼고 있구나’하는 회의감과도 떨떠름하게 인사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욕심을 비우며 건성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그다지 기대하지도 고대하지도 않는, 그러므로 뼈아프게 실망하지도, 따라서 원망하지도 않으면서.

그러다 보면, 오래 가지 않아 어떤 파도가 온다.  파도는 꽤 자주, 가끔은 불쑥 마음을 버겁게 치민다. 나는 숨을 겨우 꺽꺽 삼키면서 그 바다에 잠긴다. 흠뻑 젖은 채로 모래사장을 저벅저벅 걸어 나오면 어느새 해가 달로 바뀌어 있다. 그렇게 또 욕심이 시키는 대로 충만할 수밖에 없는, 결코 건성일 수 없는 하루를 이어간다.

달이 청승맞다. 내 몸 곳곳에는 소금기가 묻어 있다. 소금기를 툭툭 치며 건성으로 털어낸다. 건성으로 살자는 다짐과, 그렇지 못했던 일상이었지만, 하루 끝에 16초의 건성이나마 거들먹거렸다며 스스로 족한다. 고작 소금기를 털어내는 손짓 정도로 족한다. 건성으로 살아보려는 의지 또한 욕심인걸까.

아마 내일도, 아니 눈 감으면 또 파도에 떠밀려 바다에서 허우적 대는 꿈을 꾸겠지. 그래도 다시금 호흡을 고르고 생각을 고쳐본다. 아마 언젠간, 바다가 친숙해지면, 파도가 익숙해지면 온몸을 덥친 바닷물 속에서 여유마저 건성으로 부리게 될테지?  결국 욕심은 비워지질 않는 거였다.

(달밤, Photo by A)


썸네일 By 일홍: https://grafolio.naver.com/works/589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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