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잘 잇엇나요
오랜만이네
내말 들리나요
보고싶엇소
격식없는 산문엔
리듬이 따로없다
수필을 칼로 썰면
시로 토막이 난다
편지로 전하는 마음
문안이란 종래로
그리 어렵지 않다
무소식을 준비하고
희소식을 날려보낸다
높은 곳에 걸린 약속
천년전 예약된 택배
새하얀 편지가
뒤늦게 배달이 된다
파란 봄날의 손편지
하얀 봉투에 담앗다
계절의 무대에 적힌
시린 겨울의 극본
드라마 주역으로
흰꽃이 출연한다
달빛이 피어오르는 계절
하얀꽃이 수줍게 피어난다
꽃이 피는 소리
그대여 들은적 잇는가
패쪽을 들고 달리는 세월
그대여 본적 잇는가
소중한 순간들은
육안으론 찾아볼수가 없다
기지런히 진열된 기와위에
시간이 조용히 쌓인다
초담배를 둘둘 말아피우는
낡은 통나무 굴뚝
고백의 반대방향으로
흰 연기가 올라간다
지붕의 도톰한 입술
상상만으로도 훨씬 랑만적이다
금붕어의 입술모양으로
애정표현을 완곡히 하자
바다보다 깊은 안부
폭포보다 진한 사랑
가늘고 길게
어디한번 흘러나 봅시다
나의 시골마을
내 영혼의 안식처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
고요한 촌락
편벽한 동네엔 아직
아스팔트가 통하지 않앗다
항구도 비행장도 없다
그래서 소식이 더딘가부다
프로포즈가 한박자 늦네
천년묵은 사랑
계절의 무대에 루적되는 만년설
달팽이마냥 뒤짐을 지고
배달부가 더디게 눈밭을 걷는다
달팽이는 늘 지각생이다
종래로 결석한 적이 없다
묵직한 꾸러미속엔
강설량이 꽤나 많다
봄의 선물보따리엔
아이템이 퍼그나 많앗다
아지랑이를 포장햇고
봄비와 새싹도 함께 묶어놓앗다
한겨울을 그토록 련모햇던
봄날의 수줍은 고백
부담스러운 소식 감추려고
귀등으로 가볍게 흘려보낸다
꿈에 그리던 메시지가
뒤늦게 도착하던 그날
은은한 달빛너머로
하늘의 비밀이 루설되엿다
천년의 약속이
한장의 손편지로 읽혀버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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