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암

바람의 방향을 따라

투명한 바이러스가 분다

시간의 방향을 거슬러

두만강이 거꾸로 흐른다

강물에 그어놓은 

시퍼런 군사분계선

마음을 꽁꽁 닫은 

아파트의 눈동자들

주먹만한 새총으로 

활을 당기고

타깃을 겨누어

병독과 전쟁이다

박쥐와 천산갑의 루명

종달새가 뒤집어썻다

과녁으로 떠오른

말새많은 참새들

허수아비를 피하려다

거미줄에 걸려야 한다

농부집 처마밑

지지배배 제비들

사닥다리를 타고 

핵산하러 내려온다

쥐약을 피해다니는

닭과 게사니

건강검진 받으러 

오리걸음을 나선다

늑대가 왓어요

늑대가 왓어요

양몰이꾼은 오늘도 

풀피리를 요란하게 분다

양치기소년의 

새하얀 거짓말

늑대는 항상 

오는길에 잇엇다

소문이 빙빙 돈다

양무리에선 전염병이 돈다

공황은 바이러스보다 

한발작 무섭다

늑대가 왓어요

늑대가 왓어요

간탱이가 작은 양들 

제방구에 놀라 기절한다

직책에 충성을 다해야 

목양견은 직성이 풀린다

사냥개의 천성은 사냥이다

순하게 생긴 양들은

머리에 뿔이 나지 않앗다

양들은 애당초 

뜰줄을 모른다

줄을 설줄밖에 

양은 모른다

양들아 양들아

이리 오너라

줄을 설 시간이다

털을 깍을 시간이다

고요한 수술실에선 

수술이 한창이다

 

불만이 많은 양은

페암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랏다

눈을 틀어막고

입을 틀어막고 

귀를 틀어막고

콧구멍을 뚜진다

마취가 풀릴때까지

세계관을 뜯어고친다

그나마 다행이네

수술비는 과연 공짜다

양주인이 부담을 한단다

천운을 타고난 양

주인을 잘 만낫네

잠 못이루는 

한여름의 밤 

별을 헤다가 

양을 헨다

계절은 여름인데 

꽤나 으스스하네

식은 땀이 흘러

뒤통수를 적시네

시간은 그야말로 

관성이 컷다

하지만 강물은 

거꾸로 흐를수도 잇다

계절은 은근히

가속도가 붙는다 

하지만 시계바늘은

역시침방향으로도 돌릴수 잇다 

한여름에 눈이 오네

한여름에 우박이 내리네

시간의 철창마다

순한 양이 갇혓다

공간의 감옥마다 

착한 양이 잡혓다

고장낫던 낡은 손목시계

녹이 쓴것만은 사실이다

양의 밧데리는 

기껏해야 48시간이다

48시간이 지나면

양은 정신을 잃는다

시간의 파란 손도장을 

손바닥에 찍어넣어야

양의 사회목숨은 

그나마 안전하다

한조각의 풀색코드

푸르른 초원을 꿈꾸며

양들은 떼를 지어 

시간에 풀칠을 한다

시간이 금이다

침묵도 금이다

늙은 시계수리공한테 

돈을 가져다 바쳐야만

시간을 사고 

시간을 고친다

구급실 무영등아래

유효기한이 만료된 양들

양은 결국

굶어죽게 생겻다

틀에 갇힌채

굶어죽어야 한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양은 

천국에 갈수가 없다

천국엔 양이 

한마리도 없엇다

그래서 지금도

양꼬치집은 장사가 잘된다

늘 초만원이엿으니

천국의 폭포는

낮은데서 높은데로 쏟아진다

흐르고 흘러내려

우물속엔 달이 빠진다

바람도 함께 

우물에 갇혀

아우성을 지른다

무자비한 시간은

이곳에서 멈춰버렷다

굳어버린 우물안에선 

세월이 뱅뱅 소용돌이친다

슬피 흐느끼는

고향의 마른 우물

굶주려서 비루먹은 

두꺼비 한마리여

무릎을 땅에 박고 

하염없이 울거라

구멍만한 하늘을 우러러

깨진 달을 빌거라

달아 달아 둥근 달아

제발 반쪽으로만 접혀지거라

만약 또 가능하다면  

반쪽으로만 야위여지거라

관절을 꿇은 

양의 둥근 연골을

 

늑대가 야금야금 

갉아먹을 때까지

이 글을 공유하기:

박문수(朴文寿)

고향의 봄이 그리운 타향살이 나그네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좋아요 좋아요
3
좋아요
오~ 오~
0
오~
토닥토닥 토닥토닥
0
토닥토닥

댓글 남기기

글쓰기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1.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의 초고는 "원고 보관함"에 저장하세요. 2. 원고가 다 완성되면 "발행하기"로 발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