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
나무꾼도 아닌 사냥꾼도 아닌
사랑꾼도 아닌 살림꾼도 아닌
이 시대 제일 바보같앗던 그 놈
"술꾼"
술이 술을 먹는다는 반주술도
술은 술로 쳐준다는 해장술도
숭늉처럼 콸콸 들이켯던 그 놈
"술꾼"
마누라 잔소리 쓴소리를 빌려갓다가
친구놈 술한잔 밥한끼와 바꿔먹엇던
정말 한심하면서도 측은해졋던 그 놈
"술꾼"
눈치 콧치는 도끼등처럼 무뎟고
쥐골 패뜩골은 굴릴줄도 몰랏던
오직 믿음 하나로 살앗던 단순한 그 놈
"술꾼"
콩 심은 밭뙈기에서 콩이 나오고
팥 심은 밭뙈기에서 팥이 나왓듯
고지식한 술꾼이 낳은 고지식한 그 놈
"술꾼"
독한 깡술에 얼큰히 취해 다니면서도
내가 정말 아빠노릇 제대로 하고 잇엇나?
내가 과연 아빠다웟던가를 맨날 자책햇던
세상 모든 아빠들의 고약햇던 반면교재
"술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