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만년필과 수첩이

대화를 나눈다

시를 조립하려면

글을 꼭 적어야 할것이다

소중한 퍼즐의 조각들은 

가급적이면 아껴쓰라고 하던데

시를 잘 조립하려면

글은 꼭 적어야 할것이다

영혼을 어루만지기 위해

시가 만들어진다고 들엇는데

빈말이나 장편대론

기교나 요령 따위가

시쓰기에 잇어서

하필 무슨 소용이 잇으랴

적은것이 많은것임을

황금보다 침묵이 소중함을

욕심처럼 축축한것들은

곰팡이가 나지 않도록

시의 구석구석마다

물기를 잘 닦아내야 한다

허영심처럼 눅눅한것들도

느끼함이 묻어나지 않도록

시의 마디마디마다

기름기를 잘 제거해야 한다

줄이고 줄이고

더이상 줄일수 없을때까지

짜고 짜고 

비틀어서 또 짜고

마르면 마를수록

시와 가까워져 잇을것이다

비우면 비울수록 

그것은 바로 시일것이다

설령 하얀 백지장이 

뜻을 표달할수만 잇다면

그것은 모름지기

가장 좋은 시엿을것이다

덩치만 우둔한 바위돌은

보석과는 아예 거리가 멀어지듯

본 문장은 구구절절 

쓸데없는 일장연설을 

장황히 늘여놓앗기에

결코 시로 변할수가 없는것은

불보듯 번연한 일이고

"이건 대체 어떤 형식의 문장인가? "

라고 누군가가 굳이 캐묻는다면

"이건 저의 반성문입니다"

라고 나는 대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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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朴文寿)

고향의 봄이 그리운 타향살이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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