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이른 새벽
무난히 눈을 떠보니
둥근 아침이 하늘에 떠잇네
허공에 걸린 일력을
씁쓸하게 찢어내고
구겨진 하루를
휴지통에 던졋다
늘 몸에 배엿듯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보는 볼일
벽에 걸린 평면거울과 마주하고
치아를 닦을 시간이다
솔이 달린 한뽐만한 손잡이
지우개가 달린 연필 한자루
한장의 스케치북에
한폭의 자화상을 그린다
반토막 난 구두기름은
밑굽을 조심스레 감아올려
후반생을 짜내야 한다
눈을 크게 뜨고
잇몸까지 드러냇다
면상을 거울속으로 드리밀엇더니
창백한 초상화가 이미
액자에 덩실 걸렷다
허상인지 실상인지는
신기루가 아닌 이상
육안으론 구분이 잘 안된다
뛸데없는 세월의 흔적은
어디에도 쉽게 감출수가 없네
한장의 얇은 평면에 갇혀버린
평범한 타향살이 나그네
눈동자 더 크게 뜨고
물로 담벽을 쌓아본다
기억력을 되찾고 불행해진
어항속 금붕어 한마리
우울한 감정은 이젠
굳이 감출 필요도 없겟다
은색거울에 맺힌
투명한 아침이슬
불혹의 가시에 찔린 잇몸
냉큼 뱉어버린 피묻은 거품
초점을 잃어버린 맑은 유리창
붉은 저녁노을이 슬프게 비낀다
울컥햇던 불혹
흔들리는 동공의 초점거리
흘러내리는 슬픔을 감추기 위해선
얼른 수도꼭지 비틀어 세수를 한다
거치른 손바닥
주름잡힌 얼굴
뜨겁게 마찰을 시작한다
엄마가 적어준 손금
세상이 내려준 주름
그 둘은 결국
파장이 비슷햇다
나이테에 적힌 주름살
피의 강끝 세월의 흔적
공진으로 폭발하려면
주파수가 동일해야만 햇다
오르가즘은 언제나
정점에서 쓰러져 죽는법
운명의 그라프는
꼭대기에서 휘여야만 한다
미끈한 곡선이 아름다운건
이미 증명된 예술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어제 졋다
어제날의 패배
오늘날 결코
두손들어 투항할순 없다
입만 열면 그렇듯
핑게는 항상 궁색햇고
핑게는 항상 창백햇다
래일의 승리를 이끌수잇는
유일한 한가닥 길
오로지 침묵뿐
시간이 곧 약
약발이 떨어질 무렵
약먹을 시간이
바야흐로 달려온다
세상에서 받은 상처
세월이 치료를 해준다
세월의 약이 오래동안 흐르고나면
한때 분출햇던 피끓는 용암들
전설처럼 산으로 굳엇다가
신화마냥 바다에 흡수된다
찢겨진 문틈으로
바이러스마냥
변종된 헛소문이 들락날락한다
한장의 마스크로
분주한 입구멍을 가리고
시간한테 시간을 내여주자
그래서 드디여
아침먹을 시간이 왓구나
밥과 소금을 든든히 먹고
굶주렷던 창자를 위로해야지
더러운 이발을 깨끗이 닦아내고
묵언수행을 예언할 차례이다
인생의 낡은 이력서를 펼치고
또 한페지 자화상을 보충한다
이른아침 한줄기 햇살
세월의 인적없는 바다기슭
해돋이를 보기 위해
불혹의 모래톱에 홀로섯다
백사장에 그려보는
못난 자신의 모습
투명한 슬픔을 그린다
푸르른 고독도 함께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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