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매년마다 챙겨보는 편이다. 모든 수상작은 아니더라도 그중에서 맘에 드는 한두개는 적어서 읽어보곤 한다. 이런 습관이 생긴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저 젊은 작가들의 생각이나 글 쓰는 스타일이 궁금했다. 어젯밤도 어김없이 올해의 수상작품집을 손에 들고 어느 작품을 읽어볼가 고민을 했다. 첫 작품은 <초파리 돌보기>라는 글이었는데 작가 이름은 임솔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그런데 첫 구절이 딱히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두번째 작품은 김멜라의 <저녁놀>이라는 글이었다. 이 단편의 시작은 이렇다. <이 글은 대파 한 단이 육천칠백원 하던 시절. 세상으로부터 버려질 위기에 처했던 모모의 이야기다. 모모는 환경호르몬에 안전한 의료용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진 검은색 모형 페니스로 3단계 바이브레이션 기능과 간편 착용이 가능한 팬티형 스트랩이 포함된 성인용품이었다.. 이 기록은 그 사색의 과정을 담은 회고록이자 선언문이며 대파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야 했던 모모의 슬픈 연대기다. 모모는 말한다. 여자들이 나를 보지 않을수록 나는 더욱더 여자들을 본다. >

이 글은 첫 단락부터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모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이 이야기가 급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한페지 한페지를 넘길때마다 나는 글속에 빠져들었다. 가끔은 글쓴이의 재치와 유머에 입가가 실룩거리고, 가끔은 발상의 톡특함과 전하고자 하는 내용의 세련됨에 감탄이 나오고, 가끔은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버티는 일상에 공감되고 홀가분해지면서 위로가 됐다. 마지막 파트를 읽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책에 뚝뚝 떨어졌다. 

그 구절은 이렇게 적혀있었다. < 한여름이 되기 전 이 옥탑방에서 이사가고 싶었다. 여름이면 한낮의 열기가 식지 않아 밤이 되어도 방안이 푹푹 쪗다. 한겨울이 되면 바깥에 있는 보일러의 파이프가 얼어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이 집에 온 첫해, 눈점과 함께 드라이어를 들고 두 시간동안 파이프를 녹이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먹점은 기도했다. 제발 제발 녹게 해주세요. 사람 부르려면 또 돈이 드는데, 집주인한테 전화해 말하기도 싫은데. 제발, 제발 보일러가 돌아가 온수가 나오게 해주세요. 먹점은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눈점이 죽으면, 정말 눈점이 이 세상에 없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전세 대출이건 신혼부부 대출이건 눈점이 없다면, 눈점 없는 집과 눈점 없는 식탁이 무슨 의미일까..> 

눈점과 먹점은 주인공 둘의 이름, 각자 애칭이다.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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