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주는 희망/ 연말이 주는 재미/ 연말이 주는 .. 12월달에 연말 시리즈를 쓰고 있던 참이었는데, 지금 안 쓰면 연말시리즈가 아니라 새해글이 될 거 같다는 조바심에 후다닥 핸드폰을 들었다.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은 이미 새해겠지만, 아직 내가 사는 공간은 2022년 끝자락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다행히 연말시리즈 마무리를 할 시간을 벌었다. 

그저께부터인가 뉴욕 날씨는 봄처럼 따뜻해졌다. 갑자기. 마음의 온기가 머무는 깊은 가슴-품처럼. 그래서 연말시리즈 토막글의 끝은 온기로 적어볼가 한다. 

연말이면 항상 따뜻하다. 늘 그랬다. 마음도 날씨도. 생각마저도 날카롭고 예민하던데로부터 온화하고 포근해졌었다. 

누군가 뉴욕은 언제나 알록달록한 거 같다고 했다. 듣고보니 그 말이 맞는 거 같았다. 블링블링하고 화려하고 황홀했다. 거리도, 장식도, 분위기도, 사람들도. 그속에 작은 점으로 뒤섞이며 나도 그 반짝반짝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연말이라는 마법같은 시간앞에 멀게만 느껴지던 그 빛들이 오늘만은 내것마냥 조금은 자연스러웠다. 캐롤노래가 온 주위에 신나게 울려퍼지고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별빛이 촤르르 내리는 이 곳은, 아직까진 꿈의 땅이자 가장 서먹한 땅이다.  

연말세일을 놓칠 수 없는게.. 집에서 생각하면 가지고 싶은게 딱히 없는데, 나와보면 왤케 싼지 그냥 얻는 느낌이 다반사라 정신을 못추겠다. 나왔다하면 기본 만오천보는 찍고 집에 가지만 발걸음이 그토록 가벼울수가. 오늘도 마음에 드는 신발하나와 귀걸이를 득템하고 신나있는 나. 저 소녀도 나랑 같은 마음일까? 쇼핑백을 팔에 걸고 한숨을 돌리며 다음 백화를 가려는 와중에, 천사처럼 웃는 소녀를 보고 이쯤에서 휴식은 충분한 거 같다고 느껴졌다. 

시티에서 화장실이 갑자기 급하면 정말 골때린다. 딱히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험치가 많은 나는, 자주 걷는 곳들은 어느 길목에 어느 카페에 화장실 사용이 가능한 지 대충 다 꿔뚫고 있다. 오늘 다른 방향으로 걷다가 또 한곳을 찾아냈다. 기차역! 깨끗하고 좋았다. 요것도 킵. 손도 말끔히 싰고 볼일도 보고, 나와서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먹었다. 보통 아이스크림은 먹을수록 목이 말라오는데, 그렇진 않았다. 나이스^^

걷다가 힘들면 내 정착지는 늘 브라이언 파크다. 연말이면 이쁜 트리도 있고 여름엔 요가 핫플인 풀밭도 스케이트 장으로 변신하고, 대형 전시박람회처럼 수많은 쪼고만 부스들 안에 각양각색의 연말선물로 딱인 잡동사니들이 눈길을 끌고있어 구경하는 멋도 상당히 있다. 여기서 한숨 돌리고 나면 집에 가는 뻐스를 탈 힘이 생긴다. 즉 브라이언 피크는 집에 가기전 쉼터 같은 곳이랄까. 매 해 연말같은 곳. 더없이 편하고 지극히 익숙한, 하지만 또 다음 시작을 위한 머뭄같은 사랑스런 장소.

친한 언니 아들 두명한테 줄 선물을 골루고 있던 찰나. 어쩌면 발길이 한 사람도 안 닿는 곳이 있엇으니. 바로 여기. 다른 상점들은 막 사람들이 미여터져서 숨막히든데 여긴 텅텅 비었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나는 티에 새겨진 티라노사우르스던 기린이든 너무 특이하던데. 어쨋든 내가 유일한 고객이 된 기분으로 어딘가를 들어가면 부담스러움이 백배였던 다른때와는 달리, 천천히 사장과 얘기를 나누며 맘에 드는 옷을 고를수 있어서 좋았다. 사장님 옷도 모자도 다 귀여웠다. 이 말에 대한 고마움인지 5불 디스카운트 받았다. 므힛! 

동화책에 나오는 아이 같다. 이 시끌벅적한 곳에서 저렇게나 조신하게 책을 읽고 있다니. ㅎㅎ 무슨 책인지 아무리 확대해봐도 파악이 불가능하다. 가능한 건 통통한 찐빵같은 손구락! 우리집은 왜 어릴때 나한테 책을 안 사줬을까 살짝 의아하면서도, 비록 늦게 책읽기를 시작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질리지 않을수 있겠단 좋은 생각을 해본다. 오히려 좋아^^

예쁘다, 예뻐! 건물을 선물처럼 포장해놨네. 

이건 어디서 본 듯한 예술작품 같기도 하고. 칭칭 감긴게 작업하기 쉽지 않았겠단 생각과 또 완성품이 그럴싸한 멋짐이 있다는. 촘촘한 거 같지만 숭숭 뚫린, 이 치밀함과 허술함의 공존. 

커피숍 계단에 앉아 새해를 손꼽아 기다리는 곰돌이 어린이들. 난간에 올라 탄 애들은 장난꾸러기들이네.

퍼스트 러브 본 뒤로 블루에 빠져서. 블루등도 엄청 운치있군. 밤하늘에 떠있는 물방울 같기도 하고, 아바타가 저 위로 튀어나올것 같은 환상도 들고, 지구가 무수한 평행세계 같기도 하고. 어둠속 푸른 희망 같기도 하고..

오후에 본 엠파이어 빌딩과 달.

초저녁에 본 엠파이어 빌딩과 달.

카메라가 흔들린 엠파이어 빌딩과 달.

브라이언 파크에서 본 엠파이어 빌딩과 달..은 어데갔지? 

엄청 많은 인파속에서 한사람씩 사진을 찍는 圣诞橱窗 사진존이라 수줍고 어색해하던 미소년.

눈길이 자꾸 갔던 아저씨.

블루니트에 맞춰 신으려고 산 블루 양말. 

생긴것처럼 상큼했던 디저트. 

화장실(기차역임) 다 쓰고 나와서 따스한 햇살과 찬공기를 번갈아가며 마시는데,  하늘도 건물도 새도 한번에 같이 기념 남기고 싶어서. 

눈에 틔는 소년. 뽀글이 머리도 미국국기 옷도. 

나한테 친절한 신발매장 소녀. 귀엽.

별이 거기서 뭐해? 

엘리스가 살 것 같은.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크리스마스 트리 🎄 

나에게도 슬슬 새해가 다가온 단 느낌이 든다. 새해가 와도 똑같은 일상이고 가슴이 설레지도 않으며 올해는 일요일이여서 그렇지 다른때 같으면 일도 여전히 나갓을 평범한 하루. 특히 미국에선 크리스마스에 밀려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시작. 

그럼에도 난 여전히 새해면 소망을 빈다. 해돋이를 보거나 타임스퀘어에 가서 카운트다운을 하는 건 아니지만, 맘속 어딘가 지난 한해에 대한 감사와 새로운 한해에 대한 기대를 함께 묶어 정리하고 수납하고 꺼내놓는다. 

2023년엔 좋은 일만 있고 순탄하기만 할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시작하기 위해서는 훌륭할 필요가 없지만 훌륭해지기 위해서는 시작할 필요가 있는 새 출발이길, 스스로 나에게 바란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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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사는 여니

별거아닌 생각, 소소히 적기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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