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자, 고개를 숙이자.


오늘에야 하늘을 찌르는 듯 솟아오른 나무들의 이름을 확인했다.
수삼(Metasequoia) 영어명은 Dawn Redwood.
캠퍼스를 지키는 초병마냥 우람하고 미끈한 자태를 뽐낸다.
한가운데 서서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 한참을 올려다 본다.
어지러운 느낌이 들려고 한다. 어느 순간 난 숨을 참고 있었던 것이다.
심호흡을 여러번 해본다. 가슴이 확장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크게 들이쉬고 또 크게 내쉰다. 어지러움이 서서히 사라진다.
높이 높이 올라가면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받을 수 있을가
더 커지면 더 먼 곳까지 보이겠지.
뿌리를 땅 아래로 깊숙히 내렸으니 그 자리에서 위로 또 위로.
굵다란 수삼 밑둥 주변에 새파란 세잎 클로버의 분홍 꽃이 피었다.
떨기떨기 화려하고 탐스러운 애들도 아닌데 눈길을 끌었다.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지켜본다.
나뭇잎 사이로 떨어진 햇살을 받으면서 풀꽃들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그 무엇이든 세를 이루면 엄청난 광경을 만들어 낸다.
작은 풀꽃들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니,
밑둥 주변은 어느새 온통 그들 만의 세상으로 변해 버렸다.
큰 나무는 그들 만의 세상이 있고,
신비한 대자연은 무수히도 많은 다채로운 세상을 품고 있다.
고개를 들자, 고개를 숙이자.
자연을 끌어안아 보자, 삶을 끌어안아 보자.
“그대의 번뇌는 대체로
읽은 책은 너무 적고,
잡생각이 너무 많은 것 때문이다.”
PS:학교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등짝 위 말풍선 하나.
“이상이 있는 건 좋은거 란다.”
수삼이덕에 많은 생각을 하였네요. 그리고 마지막 사진 – 등짝 위의 말풍선에 말하나 더 보태면 “梦想还是要有的,万一实现了呢”
ㅎㅎㅎㅎㅎㅎ글치 않아도 범이 보탠 그 구절이 절로 연상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