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년차는 소모됐는데 일은 줄어들지 않았다. 일을그대로 다 해야 한다면 휴가를 왜 떼가? 단지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지 않았기에?

– 감사합니다.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군요.

2. 같이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 감사합니다. 이 분도 일할수 있는 회사라면 널널하게 일해도 쫓겨나지 않을듯 합니다.

3. 51절 대체근무로 토요일에 학교에 간 아이가 일요일부터 사흘간 열이 나면서 아팠다(본인 말로는 피곤한데다가 숙제도 많았는데 如愿以偿 열이 나…). 어제 수요일에는 멀쩡해보이길래 오늘 학교에 보내려고 깨웠더니 교복까지 입고는 어지럽다고 더 쉬겠다고 한다. 어지럽다고? 체온은 체온계로 재지만, 어지러움을 재는 어지러움계는 없잖아. 어지럽다고 하면 어지러운거지뭐. 그런데 왜 화가 나지?

– 감사합니다. 지 몸을 극진히 아끼니 큰 걱정 안해도 되겠습니다. 또한 몸이 마음을 잘 알아줘서 다행이지말입니다. 마음에 병이 나기 전에, 몸에 큰병이 나기 전에 면역계가 잘 작동해줘서 감사합니다.

4. 보일러가 고장나서 서비스센터에 도움을 청했다. 수리공아저씨가 자신있게 뜯어보더니 제어판에 문제가 있다며 바꿔주겠다고 한다. 비용이 400얼마라고 한다. 헌데 바꾸고 다시 해봐도 고장메세지가 뜬다. 당황한 아저씨가 깊숙이 설치된 부품을 뜯어 닦아낸다. 할수 있는게 이것뿐이니, '이래도 안되면' 설비를 새걸로 바꾸라고 하면서 모델을 추천해주겠다고 한다. 결국 고장메세지가 또 떴다. 제어판 교체비용을 받지 않고 갔다. 

'이래도 안되면' 제가 당신네 제품을 사겠습니까? 

다행히, 일을 끝내고 집에 와서 다시 해보니 고장메세지가 뜨지 않는다. 고장메세지도 아저씨가 괘씸했던지 좀 더 머물다 사라진거다. 

처음부터 제어판은 문제가 안됐던거다. 물때만 닦아주면 되는거였는데 돈이 되지 않으니 제어판부터 갈아치우려 했던거라 추정해본다. 

브랜드는 소비자와 직접 마주하는 서비스제공자의 눈에 뜨이지 않을법한 소소한 행동으로 망가지기도 한다. 

– 감사합니다.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옵니다. 그 아저씨는 의도했던 부품 교체비용을 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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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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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하하하 패고 싶군요. 이런 생각도 해요. 나이가 들어서 이젠 제 생명의 배터리가 얼마 안남았어요. 휴대폰 배터리가 40%남았다고 생각해봐요. 충전이 안되고요. 불안하죠. 정말 필요한 경우에 한해 휴대폰을 쓰게 될거에요. 우리의 시간과 기운도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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