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오늘 저랑 함께 가보려 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구석구석 예뻣 던 브런치가게.
저를 이렇게 아기자기한 공간에 데려다줘서
고맙습니다.
보통은 창문옆이 욕심나서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면 그쪽부터 살피는데,
요 집은 이 코너가 좋았습니다.
마침 자리도 비어있었습니다.
싱그러운 느낌이 순간 행복감을 안겨주던 자리.
주황색 귤 광주리위로
연초록 여름이 상큼하게 드러우던 내 옆자리.
제가 주문한
팬케익과 선라이즈 딸기 스무디가 나왔습니다.
갓 구워진 따뜻함
푸딩처럼 몽글몽글
생각보다 무지하게 컸던 사이즈
씹을때마다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퐁퐁 튕기던 맛
왼손으로 꿀을 듬뿍 부어주며
오른손으로 포크를 부지런히 입으로 들락날락 했던
잊혀지지 않을 포근했던 맛.
가게 인테리어만큼이나
심플하고 눈길이 갔던 직원들의 유니폼
그리고,
그들의 바쁘게 움직이는 뒷모습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정면이면 그렇게 부담스런 행동은 삼가했을텐데
나만 가만히 볼수 있으니 그래도 되지 않을가?
둘이 사귀고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사랑스럽고 예뻤습니다.
잘 어울리기도 했습니다.
나오는 길에
재밌는 돌멩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정문 바로 앞쪽 테이블에 놓여있는 냅킨들을
보호하려고 저기 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고 가는 손님들의
분주한 발걸음에, 그 바람결에 날려가지 말라고.
이 가게의 주인은 도대체 누굴가
궁금해진 마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린 티 하나를 더 주문했습니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호수가 근처에 있는데
거기 가서 조용히 이야기 나누는 건 어떠냐고 합니다.
너무 좋다고 대답했습니다.
떠나기 아쉬운 맘을 담은 그린 티를 손에 들고
조금은 기대되는 호수의 모습을 상상하며
담담한 티 한모금을 쭉 빨아들였습니다.
여름 호수의 향이었습니다.
호수는 평화로웠고
가끔 백조 한두마리가 보였습니다.
낮게 날고 있는 잠자리도 보였습니다.
잔잔한 수면위로 살짝 올라오는 물고기도 보였습니다.
바람은 선선했고
멀리 나란히 앉아 있는 커플은 그림 같았습니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카약을 하는 엄마도
물 안에서 첨벙대는 강아지도
도시락 까먹고 함께 춤추는 옆자리 연인도
수없이 일렁이는 수면위 옅은 파장도
내 다리위를 타고 올라오는 개미도
신나게 말하다가 그만 쏟혀버린 그의 커피도
눈을 감으면 바로 잠 들것만 같았던 느낌도
…
잊혀지기전에 기록하고 싶었던 것들입니다.
어제 밤새 마셧던 화이트 와인
와인과 함께 술안주로 최고였던 토마토치즈
푸짐했던 치즈불닭
밤새 주고 받았던 감정들의 나눔
오랫동안 못 만난 , 그동안의 회포
오랫동안 또 못 만날, 그 뒤의 공백 ..
그런 함께 하지 못함의 긴 시간들을 위해
우린 어쩌면 짧은 만남을 기록할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많은 <그 순간>들은
내 손끝에서
내 머릿속에서
내 마음에서
한 줄로 압축되기도 하고
한 장을 채우기도 합니다.
여름호수의 향이였습니다.
이 구절이 너무 맘에 듭니다. 호수에 대한 묘사도 좋구요.
잠시 호수에 머물렀는데 글로 적으니 많은 기억들이 있었더군요, 글은 추억을 구체화하는 같음다 ㅎㅎ
예쁜 순간들을 잘 읽고 갑니다.
저기 냅킨위에 놓인 돌멩이를 보고, 범이 생각낫음다. 예전글에서 냅킨에 그림이 있는 사진이 젤 인상적이라고 말했던 가억이 있어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