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는 박경리 선생님이 쓰신 5부 20권의 대하소설이다.

16권에서 서희와 길상이는 서로를 놓아준다. 서로 사랑하고 두 아들에 손주까지 본 이들이지만 끝내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한다. 

서희는 최참판댁 규수였고 길상이는 절에서 자라 최참판댁 머슴을 지냈다. 재해와 일제의 행패로 살기 어려워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간도에 이주하면서 길상이는 서희를 지켰고 서희는 길상이와 혼인을 원했다.

수년 후 서희는 두 아들과 마을사람들과 함께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고 길상이는 독립운동을 한다는 명의로 간도에 남았다. 그러다 길상이는 반일사건에 련루되어 옥살이를 했고 서희는 두 아들을 키우면서 길상의 뒤바라지를 했다. 그 후 길상이가 집에 돌아오고, 큰 아들이 장가 들어 손주도 보았다. 

손주 돌잔치에서 길상이는 가깝게 지내는 몇몇 지식인과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면서 지극한 외로움을 느낀다. 여러번 식사하고 대화를 나눈바가 있으나 이날처럼 그들이 멀리 느껴지기는 처음이였다. 이들은 시국에 대해 두루 견해를 가지고 있으나, 몸으로 직접 독립운동을 겪은 길상이와 느끼는바가 다르고 시각도 다르다. 

함께 자랐고 독립운동을 함께 한 송관수가 호열자로 죽었다는 기별을 받아서였는지 길상이는 더 없이 외롭고 쓸쓸해하며 내가 여기서 무얼하느냐의 허무함을 느낀다. 여기는 내가 속한 세상이 아님을 처절하게 느끼며 어릴 때 자란 절에 돌아가 관음탱화를 그리기로 한다. 버려진 길상이를 주어다 키워준 스님께서 길상이는 그림에 재능이 있어 관음탱화를 그렸으면 좋겠다 말씀하신 적이 있다.

길상이는 절에 들어 갔고 서희는 여전히 가문을 영위한다.

길상이가 완성한 관음탱화를 보기 위해 절로 가는 길에 서희는 주치의 박효영의 자살소식을 듣는다. 길상이가 간도에 있을 때, 옥살이를 할 때 박효영은 서희네 주치의로서 서희네 식구들을 여러모로 돌보았다. 서희를 사모하여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서희한테 거절당한다. 그러다 결혼했으나 악처에게 시달림을 받다 결국 자살을 택했다. 어른이 되면서부터 거의 울지 않던 서희는 줄 끊어진 구슬마냥 눈물을 흘린다.

절에 도착한 서희는 길상이와 그동안 알게모르게 피해왔던 두 사람 사이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이제 놓아달라는 말씀입니까… 라고 했다. 자연의 기로 자란 길상이는 량반들 세상에서 자유로이 숨을 쉬지 못한다. 서희를 사랑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서희가 간도를 떠날 때 독립운동을 빌미로 간도에 남기는 했으나 어쩌면 서희와의 갈등을 피하는 것이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더 본질적인 원인이였을것이다.

이제 놓아달라는 말씀입니까… 뇌리를 친다, 떠나지 않는다.

길상이와 서희가 서로 사랑하지 않은게 아니다. 그들은 각자 훌륭한 사람이고 서로를 극진히 아낀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고 그 벽은 그들을 서로의 세상에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다. 그들은 독립운동과 같은 핑게로 각자의 세상에 남아 있으면서 그 벽을 피한다. 피하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무엇을 피하려 했는지조차 점점 아리숭해진다. 그리고 서로의 빈자리는 줄어든다. 

다만 영원히 피할수는 없다. 외로우니까, 경우에 따라 지독하게 외롭고 쓸쓸하니까.

결국 놓아버린다. 

***

우리사이의 벽은 어떤 벽일가. 어떤 벽이길래 생계를 핑게 대고 수년간 각자의 세상에 머물게 했을가

 —

토지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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