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있는 친구한테서 울면서 전화가 왔다. 실수로 가게에 불을 놨다고 한다. 큰 불은 아니고 옷가지 몇개가 탔다는것이다. 그런데 사장이 엄청 부풀려서 손해가 크다고 떠벌인다는것이였다. 거기서 나오면 안되냐고 하니까 월급도 몇달치가 체불되여있어서 안된단다. 그럼 신고하라고 하니까 불법인데 어쩌냐고 한다. 불법하고 월급체불한거하고는 달라, 월급체불은 범죄야, 니가 신고하면 로동부에서 나서서 다 받아줘. 진짜? 응. 친구가 반색한다. 잘됐네. 나 어차피 이젠 이 지긋지긋한 불법체류 그만둘 생각이였는데머, 신고하고 월급받고 끝내지머, 어떻게 신고하나 그거 네가 좀 알아봐줘. 그래, 정말 생각 잘했다. 내가 알아봐줄게. 전화를 끊으며 나는 응당 웃어야 하는것인데, 좋은 일인데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불법체류생활을 종결짓겟다는 친구의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개운하지 못했다. 뭔가 찝찝하고 거짓말인걸 빤히 알면서 속아주는척 할 때처럼 기분이 묘했다.

나는 일하는 식당에 가서 리모모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한국인사장은 가게 팔아서 다 물어줘야 된다고 했다. 구속감이네, 라고 하면서 흥분한다. 그 새끼 인생 끝장났네, 공무원도 했다는 자식이 우리처럼 못배운 사람보다도 더 나쁜 자식들이여. 어떻게 남 일 시키고 돈을 떼먹어? 난 돈은 잘 주잖아? 

그건 사실이였다. 사장은 다른건 몰라도 월급 하나만은 하루도 어기지 않고 아주 칼처럼 주는 사람이였다. 내가 이 가게에서 일을 하는 가장 큰 리유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게요. 내가 호응하자 사장은 반색한다. 손짓발짓까지 해가며 그 나쁜 새끼를, 보지도 못한 그 나쁜 놈을 앞에 있으면 귀싸대기라도 때릴 기세로 욕한다. 가방끈이 짧은 사장은 많이 배운 사람들한테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기도 했다. 

"그 사람 불법이였겠네?"

연변 어느 시골에서 온 설거지아줌마 백이모가 하는 말이다. 

"네?"

고양이라고 손발을 묶어놓은것도 아니고 불법이니 그렇게라도 돈벌려고 했던거 아닌가? 백이모가 하는 말이다. 

뭔가 가슴에 쿵 맞혀온다. 나는 손사래까지 쳐가며 변명하듯 말한다. 아니, 돈을 못받았다잖아요. 8년동안 한푼도. 아마 무서워서 도망 못쳤겠죠. 내가 하는 말이지만 나 자신도 확신이 없는 말인지라 말끝을 흐린다. 

글세… 백이모가 머리를 젓는다. 그 사람도 뭔가 생각이 있었겠지, 한국까지 왔으면 너무 모자라는건 아닐테고… 지금 그렇지 예전에는 맞고도 말못하는 사람 많았답데, 그 머요, 여자들은 남자들이 건드려도 가만있었답데. 눈 딱 감고, 불법이니 신고하면 쫓겨갈가봐. 

백이모가 신이 났다. 눈치도 없지. 한국사람들앞에서 저런 말을 하면 어쩌나? 나는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고개를 수그리고 그 자리를 떠나 아까 닦은 식탁을 다시 닦는다. 어서 백이모가 말을 멈추기를 바란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이모는 한참을 더 떠들다가 에고 일이나 하자 하면서 자리를 뜬다. 한숨이 나온다.

리모모의 말이 귀가를 맴돈다. 돈이 뭔지? 

인터넷카페에는 각종 글들이 란무한다. 외롭다고 친구를 찾는다는 글에, 한국 와서 돈 버는사이에 중국에 둔 안해가 바람났는데 안해를 용서해야 하냐 아니면 리혼해야 하냐, 고민상담하는 글도 있었고,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되냐? 대안은 빨리 돌아가 우리의 터전인 중국 연변에서 자리를 잡는것이다. 빨리 돌아가자, 라는 글도 있었다. 누가 그걸 모르냐? 연변에 돌아가서 할 일이 없으니 그러지. 그럼 그렇게 잘난 너는 왜 대한민국에서 밑바닥일을 하는데? 하고 비난하는 글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동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체류자격문제이다. 이 땅에서 한화를 벌기로 한 사람들에게는 이 땅에 남아있을수 있는 보증서나 마찬가지인 체류자격은 중요할수밖에 없다. H-2방문취업제 만기후속대책에 모두들 촉각을 곤두세우고있다. 중국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수 없게 된다면 불법으로 남겠다는 사람이 반수를 차지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고된 로동에 몸을 혹사하면서도 구명줄을 잡듯 기어이 놓지 않으려는 코리안드림의 끈, 대체 무엇이 그 끈에 목숨이라도 걸듯 악을 쓰게 만드는것인가. 나는 알것 같기도 하고 도무지 알수 없을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나도 한국생활 4년째에 접어든다. 처음에 올때는 3년정도를 생각했는데 4년이 된 지금 여전히 한국땅에서 헤매고있다. 생각처럼 돈은 모이지 않고, 그사이 환률도 많이 내렸다. 더이상 한국에서 버는 돈은 큰 돈이 아닌게 되버렸다. 하지만 중국에서 고정된 고수입의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떠나가고싶어도 떠나갈수 없는 땅이 되여있었다. 

여덟살난 아들애는 시험을 망쳤다. 시간이 모자라서 채 쓰지 못했다나? 단 2점뿐인 글씨점수를 선생님은 루차 강조를 했고 고지식한 아들애는 거기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단다. 부차적인 글씨에 신경쓰다보니 결국 시간이 다 가버려서 빈자리 가득한 시험지를 바쳤단다. 고지식하기도 하지. 어쩌면 저렇게 융통성이 없을가. 

하지만 아들애를 나무람하고만 있을수는 없는 일이라 여겨져 전화로 구슬렸다. 어쩔것인가. 이미 망친건 망친거고 다음을 기약해야지.

방문취업제 후속대책이 나왔다. 만기되여서 중국에 돌아갔다가 재입국할수 있도록 해준단다. 일년이내의 유예기간을 준단다. 동포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주기 위하여 재입국인증서격인 확인서도 발급해준단다.

동포들은 한시름 놓았다고 난리다. 좋은 정책 내놓으신 대한민국법무부에 감사들 드린다고 하는 댓글도 있고, 이런 정책을 제때에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하는 댓글도 있다. 대한민국을 욕하는 분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면 바로 돌변을 하는군요, 자신들에게 유리하면 좋아라하고 불리하면 쌍욕을 해대는 그런 정신들 참 훌륭합니다. 한국사람들 속좁다. 밴댕이 소갈딱지다 늘 얕잡아보더니 사실은 자신들이 그 모양이였군요. 지조있게들 삽시다. 라고 비꼬는 글도 있었다. 

어쨌거나 다시 한국땅에 올수 있다는 사실에 다들 한시름 덜었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어이없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다.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이다. 어서 빨리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불같지만 그래도 중국보다 더 많은 돈을 벌수 있는 이 땅에 다시 돌아올수 있게 후속대책을 내주었다니 뭔가 시름이 놓이고 기분이 좋아진다. 

카페지기 신화는 며칠째 소식이 없다. 리모모의 사건은 어떻게 되고있을가. 나는 적이 궁금하다. 사장은 구속되였을가. 아마도 리모모는 치를 떨며 사장을 대성질호하겠지. 나는 나름대로 씨나리오를 그려본다. 회원님들께 알려드립니다, 하고 리모모의 사건의 해결을 알리는 글을 올릴 구상도 해본다. 그리고 이어지는 환호소리, 뭔가 기분이 좋아진다. 기대에 마음이 부풀어오른다. 

일년에 세번밖에 직장을 옮길수 없는 등, 외국인등록증에 한자병음으로 이름이 표기된 중국동포들은 현행 외국인관리제도로는 발목이 묶이고 억울함을 참을수밖에 없다. 이런것들이 어느정도 개선이 되겠지. 그리고 불법이라 해도 임금체불이나 폭행은 신고를 하면 법으로 해결될수 있다는걸 동포들 스스로도 인지해야 할것이다.

미국 금융위기로 딸라가 오른다. 주식시장이 련일 난리법석이다. 코스피가 련일 바닥을 친다. 재한조선족들은 또다시 근심스럽다. 딸라가 오르면 그만큼 한화가치가 추락되니 한화에 목을 맨 재한조선족들에겐 천재지변이 따로 없다. 

폭우가 지나니 9호태풍 <무이파>가 온다고 한다. 태풍예고를 하는가싶더니 이튿날이 되자 바다가와 두시간이상 넘게 거리가 있는 이곳 청주도 나무가 쓰러질듯 휘청이고 우산을 펼칠수 없게 바람이 거세다. 테레비에선 또다시 뉴스가 하루종일 난리법석이다. 집이 무너지고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도로가 류실되고 어선이 파손되고 방파제가 무너져내렸다고 한다. 대체 조용할 날이 없는 여름이다. 

집에 전화를 해보니 내 고향 연변은 천국이 따로 없다. 비 피해도 없고, 태풍도 없고, 환률에 대한 불안감도 없다. 하지만 그 천국에서 사람들은 이 불안의 땅으로 오고싶어 안달을 한다. 왜? 대체 왜 천국을 찬양하면서도 천국으로 안가는거지? 

나는 여전히 한국땅에서 일하고있었다. 언니도 7년동안 못본 아들애가 보고싶다 보고싶다 노래처럼 되뇌이면서도 중국에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버지 환갑잔치에 참가하려고 연길에 가있는 친구를 메신저에서 만났다. 

나: 집에 가니 좋지?

친구: 좋긴, 돈만 쓴다.

나: 에고, 또 그 넘의 돈소리…

친구: 그러게, 그런데 물가는 많이 올랐고… 도저히 살아낼 재간이 없어. 안쓰면 또 한국갔다와서 서울깍쟁이가 됐다고 할것 같구, 클클. 일이 힘들어도 한국에 빨리 나가야지 싶다.

나: 또 나오려구?

친구: 응 인차 가려고.

온단다. 또 온단다. 지겨워 지겨워하면서도 또다시 이 땅에 온단다. 하루빨리 오고싶단다. 

비가 그친뒤의 날씨는 덥다. 무지하게 덥다. 하긴 8월이 아닌가. 더워서 혼절할가싶으면 또 비가 온다. 시원하다고 말할가싶으면 또 지겹도록 온다. 그만, 그만, 아무리 소리질러도 그 어느것도 적당한 선에서 멈추어지지 않는다. 조절이 안된다. 

며칠만에 신화를 메신저에서 만났다.

나: 요즘 많이 바쁘세요?

신화: 네, 조금.

나: 리모씨 사건 어떻게 됐어요? 너무 궁금해서…

신화: 말두 말아요.

나: 왜요?

신화: 글쎄 그 사람 그 악덕사장하고 합의를 해버렸어요. 1억에.

나: 네?

아마 내 눈이 보지 못해 그렇지 소등잔만큼 휘둥그래졌으리라. 일억이면 최저임금으로 한달에 150만원씩 계산해도 8년동안의 월급에도 채 못미치는 돈이 아닌가? 불구가 된 다리는? 그 동안의 정신적인 보상은? 그 악덕업주에 대한 징계는? 사죄는?

나: 그게 무슨…?

신화: 글쎄 그랬다니까요. 본인이 합의를 하겠다는데 어떡해요?

나: 아니 왜요? 그 사람 왜 그랬을가요? 

신화: 글쎄 그걸 귀신인들 알겠어요? 그것때문에 경찰에서도 전화가 왔었어요. 무슨 생각으로 서명운동 했냐고?

나: 그래서요?

신화: 크게 안하면 된다고 하데요. 그런데 그건 그렇고, 이렇게 돼서 참 할 말이 없게 됐어요. 

나: 그러게요. 시작했으면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그럼 뭐라고 회원들에게 회보를 하죠? 

신화: 가만 냅둬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읍시다. 

나: 그래도 뭔가 회보를 해야 하지 않을가요?

신화: 아니, 그럴것도 없이 이제 우리도 그냥 가만히 입 닫고 귀 막고 있읍시다. 도와줄 가치도 없고 해결방법이 없는 사람들이예요. 

나: …

잠시 침묵이 흐르고,

신화: 중국에서 건너올 때 지력검사를 싹 시켜서 보냈음 좋겠어요.

나: 그러게요… 

침묵이 또다시 흐르고, 

나: 네, 알았어요. 본인이 그렇게 하겠다니 어쩔수 없긴한데, 이거 참 애매하게 됐네요.

신화: 그러니까요. 그런 사람이니 8년동안 도망도 못쳤지요? 바보같으니.

나: 정말 속터지네요. 신화님한테 피해는 없겠죠?

신화: 네, 아무 피해도 없어요.

나: 네. 다행이예요. 그나저나 도망은 왜 못친걸가요?

신화: 못쳤는지 안쳤는지 귀신인들 알겠어요? 바보는 아닌것 같은데 하는 짓은 또 바보같고 리해를 할수가 없네요. 정신이 나쁜건가 생각해보면 말하는거며 눈빛이며 보면 그건 또 아닌 같고, 머가 뭔지 모르겠어요.

나: 저도 혼란스럽네요. 

나는 일어선다. 아닌게 아니라 혼란스럽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낮에 너무 더워서 숨이 막히더니 더위를 먹었나? 아까 했던 세수를 다시 하고, 했던 샤워를 다시 한다. 도무지 숨이 막히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살수가 없다. 

가게에 불 지른 친구는 1345에 전화해서 신고를 해도 되고 어느 지역 출입국이던 무작위로 찾아가서 나 불법인데 신고한다고 하면 된다고 알려준지도 오래 됐는데 신고하는 기미가 없다. 이 여름이 다가도록 불법체류에 종지부를 찍지 않기로 한걸가? 못찍는걸가? 안찍는걸가? 

얼마전 뇌동맥종양파열로 쓰러져 대수술을 한 친구가 한국에 나오겠다고 엊그제 전화하던 생각이 난다. 중국돈으로 15만원 가까이 썼는데 그게 전부 빚이 됐단다. 한국 갈 돈이 좀 모자라서 그러는데 너 돈 좀 있니? 너 그러다가 한국 와서 아프면 어쩌려구? 아파도 돈 벌어야지? 일 할수 있으면 하겠다. 죽다가 살아나니 또 돈을 벌어야 한다구? 아플 때 아프더라도, 죽을 때 죽더라도 돈은 벌어야지. 친구가 한숨과 함께 내뱉는 말이였다. 

돈이 뭔지? 리모모가 하던 말이 떠오른다. 추방당하지 않기 위하여 성폭행도 입다문 녀자들이 있다고 하던 백이모의 말도 떠오른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견딜수가 없다. 

더위를 진짜로 먹은건가? 

더위를 먹었을 때 대처하는 법을 나는 잘 모른다. 

인터넷에 검색이라도 해볼가? 하지만 이게 더위를 먹은건지 아닌건지 나 스스로 확실하게 알수가 없다. 

다만, 

나는, 

지금, 

뭐라도 해야 할것 같다. 샤워든, 칫솔질이던, 

아니면 정말로 더위를 먹을것 같다.

저자의 말: 

오래전에 썼던 소설을 "우리나무"에 련재하면서 다시 들추어 보았다. 

허점도 많이 보이고 뜨거운 감성에 젖어 저자가 소설속에서 마구 휘젓고 다녔구나 하면서 푹푹 웃어 보았다. 

련재를 하면서 조금 수정을 할가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저 시기에는 저런 생각을 하고 저렇게 살았구나,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 독자 여러분께 내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수정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때는 이해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비로소 이해된다. 나이를 한살 더 먹는 다는 건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 대해 좀 더 깊고 은근하게 바라보고 이해 비슷한 것을 할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떠올려봐도 여전히 마음이 아려오는 주인공 아저씨께서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한 만년을 보내시길 빌어본다.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다들 행복하시길. 

2019년 가을.        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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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蛤梦)

사소한 것들을 사랑하며 웃음이 헤픈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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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읽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휘젓고 다니는, 그래서 더 좋은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론이야 있겠냐만은.. 결론을 내려버리는게 더 성급하고 배려없는 일이겠습니다만.. 그래서 누구나 이야기를 풀어보는게 중요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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