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애를 기다리며 공항에 서성인다. 드디여 열리는 문, 한둘씩 승객들이 트렁크를 끌고 나온다. 두리번거리며 마중나온 사람을 찾고 반가운 탄성에 손잡고 인츰 공항을 빠져나간다.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에 나도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조카애가 언제 나오나 눈 빠지게 출구만 바라보는데 어떤 30대의 녀인이 걸어 나온다. 마중나온 일여덟살 돼보이는 남자애가 와락 가서 녀인의 품에 안기는데 엄마와 아들은 동시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도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순간 울컥 눈물이 나려 한다.
내가 왜 이러지, 상봉을 한 모자는 웃고 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눈물이 나려고 하니 이게 웬 시츄에이션인가.
시집 먼 친척조카의 결혼식에 가게 되였다. 단 한번도 만나본적 없는 조카, 길에서 우연히 만나 싸울일이 생기더라도 전혀 알아볼수 없는 시조카지만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내 립장에서 참가해야하는 결혼식이였다. 가까스로 안면있는 테이블에 찾아가서 동석하고 이런저런 안부 묻다가 결혼식이 시작되였다. 이쁘게 드레스를 입은 시조카가 름름한 신랑옆에 섰다.
신랑신부가 두집 부모께 인사드리는 순간 나는 저도 몰래 눈가가 젖어들었다. 단 한번도 본적없는 조카, 그 애도 나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지만 그런데 이렇게 눈물이 나다니. 내가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졌지? 벌써 갱년기인가.
어릴적 아버지의 단 한마디 말에도 한시간을 충분히 울수 있었던 나는 울보였다. 네 자매의 막내로 여리디 여린 마음을 가진 나는 눈물이 많은 동년과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 눈물은 10대 후반에 절정이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춘기였던것이다. 사춘기란 말도 모르던 때이니 세상이 암울하고 그냥 떠나고 싶었던 그때 심정이 내 환경과 성격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10대에는 그렇게 비 많은 계절을 보냈고 20대에 들어와서 결혼을 했고 오랜 시간후 어렵게 아이도 가졌다. 20,30대에는 살고 싶어서 살았던거 같다. 기적처럼 내 곁에 다가온 행복에 감사하며 살았던거 같다 남 보기엔 행복이 아니였을지도 모르지만 내겐 아름찬 행복이였다.
40대에는 살아야해서 사는거 같다. 날 의지하는 가족을 보듬으며 살아야 하니까. 그 누군가의 의지가 되여 힘들고 지쳐도 또 내 마음의 의지가 되여주는 이가 있기에 살수 있었던것 같다.
2,30대에 난 눈물과 멀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40대의 나는 문득문득 눈물이 난다.
인터넷에 눈물이 많이 나는 이유를 검색해 보았다.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많아지는 이유는 한마디로 경험이 많아졌기 때문이란다. 공감능력과 추억이 많아졌기 때문이란다.
나이를 먹을수록 보수적이 되고 삶의 무게가 버거워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갈 곳조차 없는 중년들에게 젊은 시절의 작은 추억마저 눈시울을 붉히우게 된단다
아빠트단지에 들어서는데 저 앞에 시어머니가 걸어가고 있었다. 관절을 오래 앓아온 시어머니는 굽어져 량쪽으로 벌어져서 타원형을 이룬 다리로 아기처럼 아장아장 걷고 있었다. 길가에서 주은듯한 빈 박스를 전리품인듯 두손에 부여잡고 있었다. 재활용품을 줏지 말라고 그렇게 외국에 있는 남편, 시형, 시누이를 동원하여 당부했건만 오늘도 손에는 재활용품이다.
타원형 다리사이로 세월의 바람이 윙윙 나드는듯 했다. 모시고 살며 많이 부딛치고 힘들었지만 그 모습을 보며 차마 나무람 못하고 바보처럼 눈물이 난다.
40여년 앓음으로 지내온 친정어머니 모시고 이튿날 검진받으러 가게 됐을때 걱정과 불안으로 밤새 눈물바람을 일궜다.
공감과 경험, 추억, 그리고 상처와 아픔까지, 내 흐르는 눈물의 원천이였으리. 울고 웃으며 키운 아들애, 그렇게 날 키웠을 어머니, 역시 그렇게 남편을 키웠을 시어머니.
부모의 딸로부터 남편의 아내, 시부모의 며느리, 아들애의 엄마로 나는 경험을 축적했고 추억을 보듬었고 아픔을 아파했다.
살기 싫다가 살고 싶다가 살아야 하다가 지나온 세월속의 아픔과 상처들, 그것들로 하여 나는 울컥하고 눈물을 흘린다. 아파서, 대견해서, 아련해서. 감격해서 난 눈물이 난다.
감동할 마음이 있어 눈물이 난다. 흘릴 눈물이 남아 있어 감동이다.
난, 눈물이 난다.
눈물이 많은 이 시기가 지나면, 더 나이를 먹어가노라면 추억은 하얀 백사장이 되여버린단다. 이 많은 눈물은 어디로 가버리는걸가.
언젠가 나의 이 많은 눈물과 이 많은 감성도 다 말라 내 마음이 백사장으로 변할때도 있겠지. 내 감성이 백사장이 되기전에 난 더 눈물을 흘려야 할것이다. 더 많은 감성을 쏟아야 할것이다. 사랑하고 아파하며 난 더 눈물을 흘리리라
이미 어쩔수 없이 백사장이 되는 날이 되더라도 어떠하랴.
하늘과 바다가 하나되는 밤이면 바다물이 선물이런듯 쓱 다가와 내 감성을 적셔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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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대떄는 빨리 20대가 되기를, 20대때는 빨리 30대가 되기를 기다렸는데… 정작 30대가 되니 더이상 그다음인 40대 기다려 지지 않습니다. 대신 가능하기만 하다면 20대, 10대로 거꾸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임다. 글에서 언급한 “공감과 경험, 추억, 그리고 상처와 아픔”이 거꾸로 줄어들면 백사장이 마르는데 더 긴긴 시간이 걸리겠으니 말임다.

  2. 촉촉한 글 잘 읽었습니다^^ 10대에는 점수에 울었고 20대는 사랑에 울었고 ,30대는 육아에 울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점수때문에 울었던게 제일 병신 같네요 ㅎ 지금도 영화보면서 잘 웁니다. ㅋ 살아내야 하는 40대도 한번 기대해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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