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컸다. 유치원에서 4열 종대로 줄을 설 때부터 짐작했다. 나는 아마도 평생 남자아이들과 나란히 줄을 서게 되겠구나. 나의 짐작은 한치의 틀림도 없었다. 소학교, 중학교, 고중 심지어 대학에서 군사훈련을 할 때까지도 항상 남자 줄에 섰다. ( 후… 군사훈련을 할 때는 조금 아찔했다. 땀 냄새에 질식해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넌 다리가 길어서 달리기를 잘 하겠구나, 높이뛰기 잘하겠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다들 키만 보고 기대를 했 던것 같다. 나도 내가 잘할 줄 알았다. 근데 웬걸 100미터 달리기 꼴찌, 허리까지 오는 높이의 뜀틀에 걸려 철퍼덕 넘어졌을 때 나는 또 깨달았다. 내 인생에 운동은 없겠구나. 그렇게 17년 동안 운동대회에서는 늘 응원을 도맡았다. 

    재작년 겨울,  시험의 압박 속에서 매일  엉덩이만 펑퍼짐해지던 찰나에 허리 디스크까지 터졌다. 아직 20대인데 벌써 이러면 어떡하나 겁이 덜컥 났다.  앉아있어도 누워있어도  온몸이 뻐끈했다. 다리가 저려서 잠도 이루지 못하겠고 온갖 짜증과 예민함이 몰려왔다. 하루하루 피폐해져 가던 중 친한 언니가 필라테스를 추천해 주었다. 

    숨쉬기만 하던 내가 운동이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해서 한 달은 호흡도 제대로  되지 않고 다리도 후들후들 거렸다. 마음만 앞서고 보기엔 쉬운 동작들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평소 내가 편하다고 생각했던 자세들이 얼마나 흐트러진 자세였는지 깨달았다. 

   2달째, 허리 통증도 사라지고 평소에 고질병이라고 생각했던 경추 통증도 말끔히 사라졌다. 처음 시작할 때 했던 걱정과 달리 나의 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27년 동안 침대에서 뒹굴뒹굴만 하던 나도 운동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젠 1년 반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지금은 틀어졌던 자세도 교정되었고 코어 힘도 꽤나 생겼다 . (무엇보다 탄탄해진 몸매가 가장 뿌듯하다.) 그동안 하루 쉴까 이번 달까지만 할까 하는 유혹들을 뿌리치고 견지한 보람이 느껴진다.  

오늘도 운동하러 가야지~~~(아… 하루 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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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자아이들과 나란히 줄을 서려면 키가 얼마나 커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170? 175? 어릴 때 항상 키가 제일 작았던 제 입장에서는 부럽기만 하네요.

    10대 때는 100미터 달리기도 정말 힘들었던 저도 20대에 들어서면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정말 늦게 배운 도둑질 느낌입니다, 억지로라도 견지를 하다 보니 성취감도 생기고 뿌듯하네요. 단 아쉬운 건 저는 왜 하늘나는 벨루가 사진 속 핏이 안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1. 지금은 168정도 되는거 같습니다. 그쵸 20대 시작해도 늦지 않은것 같습니다. 승부를 위한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하는 거니까요. 사진이라 아마도 핏이 잘 나온 것 같습니다. 식단조절을 해야 핏이 더 좋아질 텐데 쉽지 않네요.세상에 맛있는게 너무 많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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