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흐릿해지는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 기록해봅니다.

2022.7.2

요즘같이 직주 이동이 빈번한 시대에 굳이 고향 또는 타향을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 없어진 지 오래이나, 애인 직장 따라 낯선 도시에 문득 발붙이게 살게 된 나로서는 그야말로 산에 사는 나무를 캐다 들에다 심어놓은 격인지라 친구들에게 타향살이의 설움을 들먹이며 막연한 두려움을 이야기하곤 했다.

일상의 무대가 이 낯선 곳에서 펼쳐진지 겨우 2주.낯섦이 주는 신선함은 잠시뿐, 외로움의 쓴맛과 배타적 지역감정 등의 다양한 애로사항 … 

물론 아는  하나 없는 곳이지만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고 손안에 핸드폰 있으니 어디든 지도 보고 찾아가면 그만이다살다보면 차츰차츰 적응하고 그 과정에서 부대끼고 미운 정과 고운 정이 경계없이 스며들겠지. 그러다 보면 애착이라는게 생겨나지 않을까.

타향에서 낯선 이로 산다는 것. 그것은 처음과 시작을 의미하는 또 다른 말이겠지.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순환하는 것처럼 우리도 이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2022.7.4

나는 사실 책 읽기 보다 책 표지 구경하기를 더 좋아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서점 구경을 하러 다닌지는  5년 가까이 되어가는 것 같다. 대학생때부터 틈만 나면 도서관, 서점에 가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 나는 왜 그리 서점을 좋아했을까? 아주 사소한 이유들이라서 실망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지구상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한 두명의 있지 않을까. 나는 단순하게 서점에 가서 신상책을 구경하는 것이 좋고, 요즘의 트렌드를 훑어보는 시간이 만족스럽다. 서점 한쪽에 연결된 카페에서 허기진 배를 살살 달래는 간식 타임도 행복하다. 무엇보다도 나는 예쁜 표지를 구경하는 것이 참 좋다. 예쁜 신상 옷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듯 예쁜 표지를 입은 책들을 볼 때마다 너무 감탄스럽고 기분이 좋다. 그래서 한번씩 책을 쓰다듬어 보기도 하면서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표지 참, 잘 빠졌다." 표지 분야의 트렌드가 있긴 하겠지만 정확하게는 모를 이유로 몇 년 째 표지들이 죄다 부농부농~보라보라~이쁘장한 파스텔 톤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난 너무 만족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핑크톤,보라톤,하늘색으로 금장의 글씨까지 박혀있는 책들은 내 마음을 빼앗기 너무 충분하다. 예쁜 책 표지에 마음을 1차 홀린 후, 펼쳐든 책 속의 내용에 빠지는건 2차 홀릭. 그리고 책장을 덮고도 예쁜 표지가 내 책상 한 귀퉁이에 살포시 놓여있는 것을 보는 모든 순간들마다 너무너무 행복한거. 나만 그런거 아니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책 표지가 가진 힘인 것 같다. 예쁜 책 표지를 구경하러 서점에 가고, 책을 사고,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고. 읽지도 않으면서 책꽂이에 꽂았다는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나만 그래? 아니지? 책러버들, 본인들도 그렇다고 어서어서 손을 들어줘봐요. 

2022.7.6

여름이 싫지는 않았다습도가 높고 더워도 어느 정도 참을  있었다그런데   더위는 다르다뜨거운 햇살이 아니라 타오르는 햇살이고어떤 날은 비가 집중적으로 퍼붓기 시작해서  번씩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다그리고 습도도 너무 높아 짜증지수가 올라  날도 많았다연변의 시원한 날씨가 그리워지는 하루 💦

2022.7.14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요즘 푹 빠진 드라마가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유튜브를 봐도 인스타그램을 봐도 친구들의 톡을 봐도 온통 그 드라마 얘기인걸 보니, 나만 빠진 게 아닌 모양이다. 로스쿨 동기인 최수연 변호사가 우영우에게 자신의 별명은 뭐냐는 질문에 우영우는 이렇게 대답한다. 

"너는 나에게 강의실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강의실 위치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지금도 너는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김밥이 나오면 알려주겠다고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말이 주는 힘은 강하다. 가끔은 내 마음 안다는 듯 어깨를 툭툭 쳐주는 손길에 위로 받았고, 맛있는 거 사줄게 밥이나 먹으러 가자는 말에 힘도 얻었지만 역시나 제일은 말로 해주는 표현이다. 우영우의 말을 들은 최수연 변호사의 표정이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나도 누군가의 봄날의 햇살이기를 바래본다. 내가 했던 행동과 말이 그 누군가에게는 힘을 낼 이유가 되고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했길 바란다. 

2022.7.16

오늘 아침에는 가뿐하게 일어났다.

어제 하려고 했으나 재료가 도착하지 않아 미뤄두었던 김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김밥김단무지우엉조림김밥햄.

나는 김밥을 쌀 때 시판 단무지와 우엉조림을 꼭 넣는데, 다른 재료를 아무리 채워도 이 두가지가 빠지면 왠지 김밥 본연의 맛이 빠진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김밥의 기본재료와 더불어 색다른 맛을 내줄 특별한 재료를 하나씩 넣어주면 맛있는 김밥이 완성된다.

김밥을 만들기에 앞서 당근을 볶고, 계란도 빼먹지 않고 부친 후, 냉장고에 방치해둔 오이가 눈에 띄어 채를 썰어 준비했다. 

항상 간이 조금 부족했던 기억이라 이번에는 밥에 참기름을 넣고 맛소금을 살살 뿌려 충분히 간을 해주었다. 한 김 식힌 밥을 김에 살살 펴고, 갖은 속 재료를 채운 김밥!

처음 싼 김밥의 꼬다리를 집어 입에 넣으니 ' 참 맛있다'.

내가 싼 김밥을 내가 맛있다 자화자찬을 하며 나머지 재료로 열심히 김밥을 말았다. 

2022.7.20

실컷 떠들고 난 후 공허함이 밀려오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잠자리에 누우면, 앞으로는 말을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말하는 데 쓰는 힘을 모아다가 잘 듣고, 잘 생각하고, 잘 쓰고, 잘 읽는 것에 들이고 싶다. 말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말, 생각치 못한 생각, 쓰지 못한 문장, 읽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을테지. 내 속에 담지 못하고 흘려버리는 것들이 있을테지. 이미 뱉어버려 누군가의 마음에 함부로 들어가 버린 나의 말과 말들을 되짚는다. 오늘의 말들은 괜찮았던가 돌아본다.

2022.7.23

한낮의 햇빛이 견디기 힘들어지는 시기. 가까운 풍경을 매일같이 바라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던 날이 오래됐다 보니, 이날은 찾기 편한 곳에서 평소였으면 흔하다고 지나쳤을법한 것들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무럭무럭 자라난 잎들이 공원을 뒤덮고, 쉴만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햇빛이 바닥을 뜨겁게 데우는 와중에도 바람은 제법 강하게 불었다. 바람이 세게 불기를 기다리거나 혹은 바람이 멎기를 기다리면서, 그냥 지나쳤을법한 것들을 피사체로 정하고 빛과 바람의 이질감을 느끼며 천천히 사진을 담았다. 📸

2022.7.29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거르지 않고 잘 챙겨 먹는다는 것. 끼니를 거른다는 게 익숙해진 요즘… 손수 정성스레 부지런히 만든 밥상으로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그래서 이 채널을 구독하고 더 자주 보는 습관이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천재소녀님의 영상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약 반년전. 집에서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겠다고 유튜브를 검색하다 우연히 음식을 만드는 천재소녀님을 보게 되었다. 그녀의 브이로그를 본 첫 인상은 영상이 따뜻했고, 영상미 자체가 깔끔하고 정돈되었다. 일반인들이 취미로 찍는다고 하기에는 너무 프로페셔널한 손놀림이었다. 그로부터 약 반년 후, 나는 매주 올라오는 그녀의 푸드콘텐츠를 보며 갈수록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시도하는 그녀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보낸다. 그녀의 영상은 자칫 남들이 귀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과정이 담긴 레시피를 깔끔하고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요리의 전과정을 보여준다. 자신을 '부지런히 먹는다'라고 표현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음식을 사랑하는 태도가 너무 멋져 보인다. 혼자 차려 먹더라도 예쁘게, 그냥 팬 그 자체로도 먹을 수도 있지만 그릇에 담아 제대로 먹는 그녀가 예뻐 보이기도 한다. 

단순히 그녀의 푸드스토리 영상이 좋았던 나는 왜 유독 그녀의 영상을 꾸준히 챙겨 보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무언가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하는 열정. 그리고 그 하고싶은 것이 '음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 영상에 잘 드러나있기에 그 영상을 보면서 만족을 하고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천재소녀님의 유튜브 채널 속 영상들, 잔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기 어렵고 화려한 요리들로 가득 채워진 그녀의 채널. 음식에 관심이 있고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영상을 분명 좋아하리라 생각한다. 

2022.7.31

7월의 마지막 날이다. 막상 뒤 돌아보니 그저 잔잔한 일상의 기억뿐이다. 바람이라도 쐬러 巢湖라도 다녀올 걸 그랬나. 7월의 마지막 날이라 하니 괜스레 이것저것 아쉬워진다. 

2022.8.2

정말 지금으로선 답이 없다. 문제를 바꾸지 않는 한 특별한 답이 없어 보이고 앞으로도 뒤로도 옆으로도 위로도 아래로도 꽉 막혀있다. 달라질리가 없는 문제를 가지고 매일매일 씨름하고 있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문제만 제거되면 답도 필요 없는데 요즘은 살아 있다는게  가장 큰 문제처럼 느껴진다. 아무 생각 말고 버텨야 하는데 하루가 영원처럼 고통스럽다. 현재로선 정답을 풀 수 없지만 오답인채로라도 버티다보면 문제가 풀리는 날이 올까? 내가 아는 답만이 정답이 아닐지도 모르잖아. 내가 살아온 방식이 틀렸을수도 있고 … 고통을 멈추고 싶어서 끊임없이 생각으로 문제해결을 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는데 생각의 끝은 더 막막하고 무기력해진다. 

2022.8.4

멘탈이 박살났다. 노트북 바탕화면도, 방구석도 조금씩 어지러워지더니 이제는 주체할 수 없다. 버티기 급급하여 이런 데까지 에너지를 쓸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름 단정했던 공간도 일시에 분위기가 바뀌었으니 스스로도 정상이 아니란 걸 안다. 정상이 아닌데 정상처럼 살려니 주변이 더 고생이다. 가끔은 내가 만나는 모두가 멀쩡한 것만 같아 놀라곤 한다. 그들에겐 나 역시 그렇게 보일까 궁금하다. 오늘도 인사를 나누며 속으로 말을 걸어본다. 당신도 나처럼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가. 툭 치면 와장창 깨어질 속사정 감추고서 겉으로만 멀쩡한 듯 환하게 웃고 있나.

2022.8.10

우리나무에 부정적인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 또한 적잖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듯하다. 부정적인 느낌의 이야기는 적당한 검열로 부드럽게 순화시켜 적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언제나 타인에게 쓰임새 있는 인간으로 평가받고 싶어하는 나. 자유롭게 개성있게 살고 싶단 말도 다 거짓부렁이다. 사실 딱 드러내놓을 것도 없고 겉으론 별 볼일 없는 사람 같지만, 그래도 역시 알고 보면 남다른 사람이란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게 나란 사람이다. 그냥 순수 나 자체로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무용지물처럼 나는 나를 그렇게 느낀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가끔은 내가 좋을 때도 있지만 … 오늘의 나는 나를 그렇게 느끼고 있다. 

2022.8.13

공복 유산소 7일째. 

무조건 40분 이상 한 시간 미만으로 유산소 운동을 했다. '카더라'통신에 의하면 공복 유산소는 한 시간 이상을 하면 안 된다고 들었기 때문. 나 어지러우면 어떻게 해?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방이 가득 축적된 내 몸은 이 정도로는 흔들리지 않나 보다. 몸이 힘든 게 아니고 정신력이 못 따라가는 일이 생기면 생겼지 몸이 힘들어서 신호를 보내지는 않을 것 같다. 흠. 내일도 '오운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화이팅:)

2022.8.14

"보통 택배가 이틀이면 오는데 많이 늦네요. 내일은 받을 수 있나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다 보면 상품 자체보단 배송에 관한 문의가 의외로 더 많다. 요즘 같은 시대에 배송이 이틀 이상 걸리면 고객님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하기 때문이다. 어제 오후, 배송이 얼마나 걸리느냐는 문의가 있는데, 당일 발송했으니 1-2일 정도 걸릴 거라고 했다. 하지만 지역마다 편차가 있어서 확답 대신 평균 배송일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 江浙沪쪽은 하루면 배송되지만, 偏远地区는 2-3일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 

그래도 이렇게 톡으로 직접 문의하면 그나마 좀 낫다. 좀 전에 발송했는데 갑자기 취소하거나, 아니면 아무런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반품 요청한 경우엔 당황스럽다.

상품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자세하게 알려줬는데 다른 사이트에서 구입한 고객이 있다. 예약상품이니 당일 발송이 어려웠고, 다음날 물건이 도착하면 바로 배송이 가능하다고 했다.그런데 다음날 아침, 톡이 여러개 와서 확인해 보니 죄송하지만 타 사이트에서 구매해야 할 것 같단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파는 것이 셀러에겐 이득이다. 하지만 문의에 신속하게 답해주거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것도 셀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참 빠르다. 어느덧 쇼핑몰을 운영한지 5년 차가 된 지금, 

아이템 선정 – 사진 촬영 편집 업데이트 – 멘트 작성 – 상세페이지 수정 – 고객문의 – 배송안내 – 홍보 – 택배 작업 

 이 중에서 제일 힘든건 역시나 고객응대이다. 고객상담을 하다 보면 다양한 고객을 마주한다. 비대면으로 하는 업무이다 보니 감정을 표출하는 분들이 많다. 감정적인 부분이 섞여 있는 불만건의 경우는 장시간 상담이 진행되기도 한다. 나도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지속되는 부정적인 말에 상처를 입게 된다. 지금은 나름 경험이 쌓여 웬만한 고객님들의 컴플레인엔 타격감 제로다. 가끔 골 때리는 막무가내 손님들도 있지만 정말 아주 가끔이라 현재 내 밥벌이 만족도는 별 다섯개.

아무튼 온라인 셀러의 하루는 송장번호를 입력하고, 배송 상태를 확인한 뒤 고객님한테 알려주면서 지나가고 있다.

2022.8.16

운동을 마치고 언니와 분위기 좋은 바에 놀러갔다메뉴판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색이 가장 이뻐보이는 10 맥주를 주문했다유자에 천일염상큼한 향에 짭짤한 맛이 나는 맥주였다나는 유자즙을 더한 바닷물 맛이 난다고 말했다 독특한 맥주의 이름은 '바닷바람' . 세상에 이런 맥주도 있구나사장님을 보며 너무 맛있다면 감탄사를 연발하니 맥잘알(맥주를  알고있다)이라는 칭찬을 돌려받았다사장님은 기분이 좋으셨는지 내가 주문한 맥주의 제조법과 알콜농도 등을 알려주며 신나하셨다한낱 맥린이는 IPA 뭐니 라거나 뭐니 그런   모른다그저 영혼없는 끄덕임이로 맞장구를 쳐줄뿐ㅎㅎ

언니는 맥주를 마시면서 자신이 이 정도로 살게 된 것은 주변에 건강한 친구들을 둔 덕이라 했다. 함께 맥주를 들이키며 나도 완전하게 동의했다. 서로에게 건강한 친구로 존재한다는 것은 참 다행인 일이다. 온전한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온전한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이들이 내 삶 곳곳에 있다. 이야기를 하다가 별안간 우는 모습을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나도 잘 모르는 나의 면면들을 알아봐주는 이들과 친구라는 것은 내 삶의 커다란 완충 영역이 되어 준다. 그 완충 영역이 있어서 내가 앞으로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2022.8.19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켜놓고 아이패드로 글 쓰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들어오는 사람들과 나가는 사람들로 출입문은 계속 열렸다 닫혔다 하고 테이블마다 두 세 명씩 모여서 수다를 떠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묵묵히 손가락을 움직여 타자를 치는 내 모습을. 오 쫌 멋진데?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패드 … 어떻게 된 일이냐면

오빠 회사 복지로 올해  직원들에게 사과폰을 사준다고 한다직장생활을 해본적은 없지만 이런 복지도 들어본적이 없다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대우가 아닌가?  아무튼 내가 아이패드가 갖고 싶다고 징징대서 휴대폰 말고 얘로 선택을 했단다오다가 주웠다며 내놓는데 순간 오빠가 3 공유로 보였다오늘 기분 끝장난다워후!

2022.8.20

생일이라고 복숭아  바디로션을 선물 받았다먹으면 새콤달콤 복숭아 맛이  것처럼 향이 좋다나는 바디로션을  바르지  않는다요즘 같이 더울  목욕을 끝내고 뜨거운 습기 속에 바디로션을 바르고 있다 보면  땀이 나기 시작하고그럼 내가 몸에 문지르는 것이 로션이지 땀인지 모르게 된다하지만 오늘처럼 집에 혼자인 날엔 목욕을 마치고 몸에서 뜨거운 김을 뿜으며 알몸으로 거실에 나온다거실엔 에어컨을 틀어놔서 몸이 금방 보송해진다바디로션을  짜서 몸의 구석구석에 바른다일부러 천천히 꼼꼼히 바른다복숭아 향이 나고 뭔가 사치스러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인간은 어쩌다 몸을 청결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서 몸을 부들부들하게 하고그것도 모자라서 향기까지 나게 하게 되었을까 후후 몸에서 복숭아 향이 났다나는 더없이 차분한 몸짓으로 옷을 주워 입었다고마워 친구야 여름이 지나면 매일매일 발라줄게

2022.8.21

심리 상담을 받았다. 우리에게 제일 필요하지만 주변의 눈때문에 선뜻 가기 힘든, 마치 여성에게 산부인과 같은 존재다. 그래서 심리 상담을 받는 여정을 글로 남겨보하고 한다. 다들 잘 받아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마음에 병이 생긴건지 극심한 스트레스와 감정조절도 안되고 숨이 막힌다. 가슴이 이유없이 두근대고 긴장되듯이 떨리면서 숨이 답답해서 자꾸 한숨을 크게 쉬게 된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고통은 밤에 잠이 오지 않는 불면증으로 이어졌고 몇 날 며칠을 못 자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이런 상황들이 답답해서 눈물로 보내는 시간만 늘었을 뿐이다. 가까운 지인에게는 나의 이야기를 꺼낸 적은 있지만 사랑하는 그들에게 더이상 부정적인 감정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서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맘에 결국 심리 상담을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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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시간에 맞추어 상담 장소에 도착해서 상담사 선생님을 만나고 가벼운 얘기를 주고 받은 뒤 가장 어려운 질문을 마주했다. 

"상담을 신청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게 뭐예요?"

분명히 상담을 받기 전 이렇게 저렇게 정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처음 상담 링크를 누르고 적었던 내용만 얘기를 할지, 아니면 그냥 '컨트롤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얘기할지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그러다 문득 다시 내게 이런 기회가 올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시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을지, 마음 속 아주 깊고 어두운 곳에서 나를 괴롭히던 문제를 정면으 마주하고 싸울 수 있을 기회가 있을지 등 말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말을 꺼냈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었던 건지 얘기를 하는데 조금 어려웠다. 

나는 원래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가장 소망하는 것, 가장 스트레스 받고 있는 것을 항상 꿈에서 볼 수 있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꿈에서 펼쳐지거나, 소망하는 것이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거나, 가장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거나 하는 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먼저이지 정리하는 게 어려웠던게 아니라 그 얘기 전체를 입밖으로 내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약 50여분 정도만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얘기를 하고 나니 시간이 훅 지나있었고 나는 몇 개의 테스트지를 받았다. 

첫 상담은 780원이었고 이후 나를 알아가는 검사를 함께 하면 500원을 더 내야 한다. 나의 상황을 좋아지게 하기 위해서는 10번은 매주 나와야 한다고 하셨다. 매주 나갈 시간은 됐지만 갑작스러운 예정에 없던 금액을 주기적으로 지불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아주 미묘했지만 제안을 하는 과정에서 정말 내 상황을 낫기 위함인지 아니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제시 인 것 같은 마음도 들었다. 당연한 세상이고 정당한 지불인 걸 알면서도 괜히 그런 상황 때문에 2차적으로 후련한 감정을 얻어오기보다는 새로운 우울을 데려온 것 같았다. 

테스트지는 총 3가지였다. 문장 완성 검사지와 기질 및 성격검사지, 다면적 인성검사지 이렇게다. 문장 완성 검사지는 문장을 어떻게 완성하느냐를 보는 것인데 주어진 문장의 첫 단어들이 마냥 심리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서 완성을 하다보면 나에 대한 생각이 차분하게 정리된다. 기질 및 성격 검사지와 다면적 인성검사지도 작성하다 보면 내가 어떤 존재인가,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이 차분히 점점 정리가 된다. 그래서 한편으로 반성도 하고 한편으로 고민도 하면서 했던 것 같다. 

1회차를 마무리하며 …

나는 결코 심리 상담이 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상담사 선생님과 얘기를 하고 보다 전문적인 존재의 조언을 들으면서, 저런 테스트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과정 자체가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내 첫 심리 상담은 이러했고 일단은 추가 상담을 신청하진 않았다. 

잘 살고 있지 않아도 잘 지내라고 답하겠지만 그래도 네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어 하는 안부는 가끔은 누군가를 살리기도 누군가를 웃게 하기도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고맙다.♥️

2022.8.22

두툼하고 치즈 가득한 시카고피자가 먹고 싶다는 J , 안그래도 天鹅湖 근처에 피자맛집이 있다기에 냉큼 다녀온 pizza geek. 이미 SNS에서 입소문난 곳이기도 했고, 친구도 알고 있는 맛집이라 당장 예약 !

후기가 워낙 좋고 웨이팅이 심각한 수준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평범했던 맛 … 사진이라도 남겼으니 됐어 … 허허 

2차는 새로 생긴 칵테일 바에 갔다네온사인이 강렬한 어느 술집들과 다르게 조용히 존재를 밝히고 있는 곳이었다.   밖을 서성이던 우리가  공간에 대해   있는 방법은 두개의 작은 창을 통해서 공간 내부를 지레짐작하는  밖에 없었다우리는  문을 열고 들어서기로 했고문턱에서 잠시 멈칫했다 찰나에 눈이 마주친 종업원은 우리를  자리로 안내했고 메뉴판을 건넸다평소라면 추천 받은 고도주  잔과 이후 마시고픈 칵테일   정도를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데 오늘은  기준에서 최고로 과음을  날이다.  둘이서 10잔을 마셨더랬다 …. 내일 숙취가 심히 걱정된다

2022.8.24

생일날 아침부터 왈칵 이상한 감정이 쏟아졌다. 일어나서 휴대폰을 보는데 엄마에게 문자메세지가 와 있었다. 사랑 걱정 우려 응원 등을 담아보낸 그 메세지로 하루를 시작하려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하루의 중간중간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왔다. 오랜 기간 연락이 끊겼던 친구도, 드문드문 안부를 물어오던 친구도, 매일같이 안녕을 바라던 친구도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나의 생일을 축복해줬다. 나는 단 한 번도 내 출생을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받았다. 참으로 행복한 날 🙂  

Happy birthday to me !

평소 먹고싶다고 난리 쳤던 宫格可颂

언니가 기억하고 있었는지 아침부터 주문을 넣고 기다렸단다고마워 호호솔직히 저거  박스  먹을  있는데 다이어트 중이라 참고 두개만 먹었다작으니까 괜찮아 ^^ 진짜 빵 좋아하는데 가혹하다. 

2022.8.27

나는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SNS를 하면서 알게 되는 것들을 호기심에라도 찾아보고 경험해보는 편이다. 나름 친구들 사이에서는 최신 유행하는 밈이나 콘텐츠들을 잘 아는 편인데, 점점 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걸 계속 느낀다. 이 미친 속도의 세상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걸까?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나는 지금 뭐하고 있지? 라고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잘 나가는 사람들이 눈에 잘 띄는 세상이다. 아마 잘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라 그런 것 같다.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걸 알고 세상에 휩쓸려가지 않게 내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둔다고 할 때, 뭘 해야 할지는 막막하다. 그때를 대비해서 나를 먹여 살려줄 무언가를 찾아야 할 것 같은 조급함도 있다. 나이는 먹어가고 자신감은 오르락 내리락이다. '기술을 배워야 한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르는 밤이다.

2022.8.29

구름 낀 하늘에 눅눅한 날씨. 빨래는 마르지 않고, 우울하더니 오늘은 점점 해가 쨍쨍 났다. 친구가 간밤에 있었던 남자친구와의 싸움으로 속이 터진다며 전화가 와서 이어폰을 끼고 친구의 하소연을 들으며 헬스장으로 향했다.

일주일에 7번 6시-7시반

이 시간은 온전히 나의 몸과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다. 예전에는 몰랐다. 운동을 하는 것이 이렇게 내 기분에 중요한지. 내 몸의 컨디션에 따라 충분히 어떤 상황도 나에게 다르게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도 열심히 운동하고 집에 와서 피자에 튀김을 먹었다 … 먹을 것을 안 바꾸니 살이 안 빠지지 ^^ 오늘도 몸과 마음에 평화를. 나마스테. 

2022.8.31

소재고갈이라고 말하기엔 부끄럽지만 매일 똑같은 일상에 어떤말을 써내려가야 할지 몰라의식의 흐름대로 아무 말이나 적어내는  버릇되었다고민한 날도 많다가끔은 취기를 빌려 솔직하게 적어 내기도 했다그래서인지 지나치게 감성적인 표현 때문에 다음  얼굴이 시뻘게진 적도 있다. ( 이미 업로드한 글을 삭제할수 있는 기능은 없나요? )

9월도 부디 경쾌하고, 건강하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잘 살아봅시다. 안녕 27살의 무더웠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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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상에… 소란스러운 공항에서 자투리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무심코 클릭했던 글에 퐁당 빠져 제대로 헤엄치다 나온 기분입니다. 사진도 잘 찍고 글도 술술 잘 읽히는 느낌이 마치 우아하게 매력적인 친한 친구 한명의 일상을 매일매일 지켜본 기분이네요.

    사진마다 댓글 달고 싶지만, 일단 생각나는 것부터: 시카고 피자는 제가 북경 왕징에서 진짜 맛집을 발견한 적 있는데 북경 가게 되면 제가 추천하고 싶어요. 술 두 잔이 주인공인 사진에서 빼꼼 나온 버버리 백은 제가 요즘 살가 말가 고민했었는데 이렇게 보니 더 분위기 뿜뿜이네요. 생일 사진은 케익도 뒷모습도 다 너무 예뻐요 (다른 사진들도 봤지만ㅋㅋㅋ)

  2. 타향에서 맞는 첫 생일인가요? 생축입니다.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일 수록 책욕심에 사들여서 못읽은 책이 쌓이지 않을까요 ㅎㅎ/ 우리나무에 부정적인 마음을 당연히 써야지요 그리 느꼈으면, 우울일기가 표본인거 같습니다. / 온라인 쇼핑몰 운연자 비비드, 멋있습니다. 주문 많은 핫몰로 계속되길. / 깔끔한 카페에 아이패드 블루투스 자판에 우리나무 사이트까지, 이리 찰떡조합인걸 사진 보고 느낍니다. 오다가 주운 3초 공유 아주 칭찬합니다 ㅎㅎ / 심리상담, 이제 모두가 익숙해지고 필요한 서비스라 생각합니다. / 취기를 빌리면서까지 완성된 글, 상큼한 분위기를 느끼고 배우고 갑니다. 비비드 글 항상 굿이네요! (빗금 / 얘는 진안을 따라함)

    1. 보잘 것 없는 글을 이렇게 디테일하게 읽어주시다니 ㅎㅎ 생유 베리마치 ! / 블루투스 자판은 남성분들이 그리 환호하데요 ? 평강도 콕 짚어주셨네요 / 상큼하다고 표현을 해주시니 앞으론 깨발랄한 글들을 많이 써야 될 것 같은 느낌쓰 ^^ ! (저도 진안을 따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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