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이 직업과 상관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얼마 전까지도 공부와 일이 별개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며칠 전 팀장이 90쪽 가량의 가이드북을 던져주셨다.

그리고 “가볍게 읽어 보세요”라는 한마디.

대학과 대학원 전부 언론학을 전공하고 첫 직장도 우연히 신문사였고 지금도 어쩌다보니 매일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나로서는 가이드라인이 더더욱 친근하고 멀게 느껴졌다.

참 아이러니했다. 왜 친근한데 이리도 어색할까?

대학 1학년 새내기적 교과서로 접하고 시험도 보고 달달 외워댔던 개념들을 8년 후 또 다시 마주할 줄이야. 그리고 다시 읽어보는데 한마디 한마디가 알차고 명쾌하며 어렵다.

매일 기사의 글을, 누군가의 사실을, 어느 한 현상을 따지다보면 가장 충실해야 할 기본을, 핵심을 잊어버린다. 어영부영 지샜는데 그 가이드가 곧 출발점과 핵심 모두를 담고 있었다.

아 참 어렵다.

분명 읽긴 했는데 이걸 또 어찌 실행에 옮긴담. 가볍게 여긴 한 구절 한 문장 한 권이 또 다시 내 어깨에 짊어졌다. 허나 전혀 지겨움은 없다. 매번 봐도 참신한 도리를 파고 파다보면 나도 어느새 명쾌한 길을 발견하게 되겠지.

가볍거나 묵직한 건 온전히 내가 결정하는 것일지도.

교육과정을 벗어나니 자유 아닌 자유가 많아졌다. 내게 필요한 책을 온전히 스스로 선택해서 읽을 수 있게 됐다는 것. “가볍게 읽어 보세요”라는 말 한마디가 읽다 보니 무거워졌다. 독자의 마음에 따라서 글의 무게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필자를 흠모하는 것에서 나아가, 당당한 필자가 되기까지 아마 그 한마디가 내내 머릿속을 노닐 것 같다.


썸네일 by 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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