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어칼럼

위편삼절

한영남

위편삼절(韦编三绝)- 종이가 없던 옛날에는 대나무에 글자를 써서 책으로 만들어 사용했었는데 공자(孔子)가 책을 하도 많이 읽어서 그것을 엮어놓은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데서 비롯된 말로,한 권의 책을 몇십 번이나 되풀이해서 읽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공자와 같은 성인도 학문을 연구함에 있어서 이와 같이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공자의 위대한 문화적 업적에는 바로 이런 위편삼절 같은 피나는 노력이 숨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걸핏하면 책 만권을 읽었소 어쨌소 하는 말들이 들린다.책 만권,그거 진짜 적은 수자가 아니다.하루에 한권(30만자짜리 장편소설)씩 읽는다고 해도 꼬박 거의 30년을 읽어야 하는 어마어마한 수자이다.집에 소장한 책이 10만권이 있다고 자랑해도좋지만 그것을 다 읽었다고는 말하지 말아야 하는 리유이다.그 책들을 아주 속속들이 마스트했다고는 더구나 뻥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옛날 어른(성인)들은 독서파만권 하필여유신(读书破万卷下如有神)”이라고 했다.그만큼 책 만권이라는 것이 얼마나 방대한 지식량이고 얼마나 인내를 감내해야 하고 얼마나 실천이 어려운 작업인지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성어인 것이다.

책마다 부피가 다양하지만 소박하게 2센치 두께라고 치자.일반적인 장편소설이 3, 4센치 지어 5센치에 달하고 가장 엷은 시집이 0.5센치라는 것을 감안해서 정말 겸손하게 2센치로 하자는 말이다.만권이라는 건 2만센치를 말한다.즉 200메터이다. 4메터를 한층(일반 주택일 경우 방안에서 재면 바닥에서 천정까지 2.5메터~3메터임)으로 계산해주면 50층짜리 층집의 높이이다.그걸 봤다고?그걸 다 읽었다고?그걸 다 리해하고 소화했다고?진정으로 만권을 독파했다면 글이 글쎄 리백이나 두보 정도는 아니더라도 입만 벌리면 그게 그대로 명편이 되여주어야 할 것이다.아니면 공부를 지지리 못하는혹은 지력상수가 굉장히 낮은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누구나 글을 쓴다.써도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문제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모멘트에 올리기도 하고 지어 개인 위챗계정을 만들기도 한다.다 좋은 일이다.그런데 그렇게 쓴 글마다 문학작품이라고는 하지 말자.토막토막 끊어놓고 시라고 한다든가 이야기가 대충 흘렀다싶으면 바로 소설이라고 타이틀을 달아버리는 등 웃음거리를 만들지는 말자는 얘기이다.

자기홍보의 시대이긴 하다.그리고 누군가가 인사로 그야말로 지나가는 인사말로 <글이 좋군요>라고 한 마디 해주었다고 해서 갑자기 노벨상 언저리에나 간듯이 기고만장해버리면 곤난하다.

3년 전인가 지인의 소개로 한족시인들의 위챗방에 가입했다.아주 쟁쟁한 시인들도 적지 않았다.굉장히 맛갈진 시들을 평펑 잘도 쏟아낸다.그런데 그런 시인들이 자기 시를 올릴 때 괄호를 치고 한 마디 하기도 한다.자기 시는 그냥행을 끊어놓은 글일 뿐이라고.그 겸손함에 고개가 숙여지면서 나자신을 돌아보게 되였다.사실 시는 그렇게 행을 끊어놓고 토를 빼버리면 시인 것이 아니다.문학의 아버지인 시를 욕보여도 유분수지.

생활수기를 쓰고 수필이라고 우기면 할말이 없다.우리의 문학은 아직도 장르를 구분하는 선에서 헷갈려야 하는 정도밖에 안되였단 말인가.

문학에 대한 관심도가 전에없이 높아진 요즘이다.누구나 시를 두런거리고 누구나 문학을 화제삼는다.문학에 대한 흥취가 바로 문학 자체인 것은 아니다.애주가가 바로 호주가인 것이 아니듯이.문학애호가와 문학가를 갈라봐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문학을 오로지 흥취로만 한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흥취로 해도 된다.더러 겸손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도 안다.그러나 문학을 정말 하려면 자기한테 흥취 따위를 빙자해서 물러설 길을 만들어주어서는 안된다.배수진을 치고 해도 제대로 될지말지한 문학이 아니던가.흥취로 하는 것이기에 이 정도 해도 된다누구든 나를 뭐라 하지 마라,이건 오로지 내 흥취일 뿐이다이런 식으로 자꾸 핑게를 대노라면 정말 오로지 흥취에만 머물러서 더 높은 경지에로의 등반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바다에 가려고 하는 자는 작은 물웅덩이에 빠져죽을 권리가 없다.위편삼절은 아니더라도 넓은 독서량과 깊은 독서질을 추구하면서 정말 한번 제대로 문학을 해볼 일이다.

비좁은 집에 책장 세개를 더 갖추어놓고 책들을 정리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바야흐로 끝나가는 2018년 마지막 달의 막바지에

바야흐로 깊어가는 올 겨울의 추위를 후후 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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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

60후 자유기고인. 가을을 유독 좋아하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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