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묻는다 "오늘 또 온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니?" 나는 답한다. "에 집이 제일 좋슴다."

2021년 상반기에 박사학위 취득에 필요한 소논문을 발표하였으니 하반기엔 드디어 박사논문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나의 몸과 마음은 몹시 지친 상태였다. 아마도 그때부터 나는 우리나무에서<자기 반성 시리즈-조선족 편>을 연이어 작성했던 것 같다. 

그러다 11월 말쯤 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나는 그 다음날 한의원 병실 침대에 엎드려 침 치료를 받으면서 기록일지 <교통사고>를 작성했다. 그 상황에 글이 나오는 걸 보면 나는 틀림없이 관종이다. 이런 관종의 기질을 갖춘 나는 미술 창작 말고는 절대로 한 자리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 없다.(희한하게도 그림 그리거나 창작 모드에 들어 설 때에만 한 자리에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른채 집중할 수 있다.) 나는 엉덩이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문학 분야의 박사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거의 3~4시간 마다 장소를 옮겨야 했다. 그렇다. 아마도 오은영 박사님은 나를 전형적인 ADHD 환자로  진단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참으로 어렵다. 절대로 얌전하게 공부하는 법이 없다. 보통 길을 걷거나 버스를 타거나 여튼 딴 짓을 하면서 번쩍이는 논문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낸다. 실제로 나는 엉덩이의 힘으로 쥐어짠 묵직한 액기스 보다 활력을 잃지 않은 살아있는 액기스를 잡아 두려고 애를 썼다. 그 대가로 나는 언제 어디서든 논문 작성 모드에 들어서야만 했다.(언제 영감이 불쑥 나올지 모르니 잠자는 시간 외에 CCTV 풀 가동 모드로 대기해야 한다.)  따라서 나의 박사논문은 거의 미술창작과 유사한 작업과정을 거치면서 작성되었다.(이것이 내가 박사논문을 예술작품으로 간주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교통사고로 어혈을 완화해주는 침 치료를 받으면서 나는 오전 2~3시간 한의원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나는 내심 기뻤다. 여기는 자습실과 카페와 달리 엎드리거나 누워서 책을 봐도 아무도 한심하게 생각하지 않을 터이니까. 한의원 침대는 허리디스크까지 앓고 있는 나에게 최고의 스터디 장소가 되었다. 

코로나 시기 박사생 연구실은 거의 1년간 텅 비워졌었다. 나는 매일 연구실에 '출근'하면서 날마다 착실하게 논문 분량을 완성해나가는 내가 새삼 기특했다. 그 당시 카페는 테이크아웃이나 택배만 가능했고, 음식점이나 편의점은 백신접종 큐알코드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었고, 사람들은 만남 자체를 꺼려했고, 나는 백신 미접종 논문러로서 더욱더 외톨이 신세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2018년부터 두 차례 헤여짐을 겪고 난 뒤 2021년 말 교통사고가 날 때까지 줄곧 아파왔던 것 같았다. 몸도 마음도. <자기반성 시리즈-조선족 편>은 그 아픔의 끝을 맺고자 자신을 다독이는 시간이 였다면 11월 말 교통사고로 몇 달간 받게된 한의원 침치료는 몸 속에 케케묵은 독소들을 배출시키는 물리(생리)적인 의식(仪式)과 같았다. 

마침내 새해가 밝아지면서 암흑의 기운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도 조금 가벼워 졌는지 나는 나를 둘러싼 <멜랑콜리>를 달리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였다. 2년 동안 나의 인간관계는 단조롭다 못해 메마른 상태였다. 그러다 2022년 3월, 우리나무 사이트에서 단체방(췬) 가입 요청이 날라왔다. 나는 췬에 가입하고나서 밤낮 없이 토크에 참여했었다. 이 췬은 정말 욱긴 췬이다. 다들 글쓰기 애호가들이라서 그런가 감수성의 업다운이 심하다 못해 토크의 브레이크(싸처)가 아여 고장나버린 것 같았다. 누가 누구와 말하는 것인지 서로 교류를 하는 것인지 혼자말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구분이 안된다. 이것을 이 췬에서는 '오각별 토크'라고 부른다.(어느 멤버가 창조해낸 단어인지 찰떡이다.)

췬의 열정은 나의 논문 진도에 부스터를 가했다. 매일 다양한 인물들의 재미난 대화 속에서 그토록 버겁고 안써지던 논문도 꾸역꾸역 정돈되고 있었다. 가장 지루한 일상에서 만난 가장 활기찬 영혼들, 이들은 가장 관건적이고 가장 힘들었던 나의 2022년을 함께 해주었다.  

엄마는 묻는다. "뭐 보구 실실 웃니?"

나는 답한다. "아~ 우리나무췬.."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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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ean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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