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박광자, 방년 29세, 꽃다운 20대 마지막 고개에서 발악을 하는 중이다. 이제 두달만 있으면 서른이다. 그래서 어디가나 시집가란 소리를 귀구멍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느라 고역이다. 저걸 어떤늠이 데려갈가하는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았으면 좋으련만 다들 먹은 밥알이 곤두서는지 남이사 시집을 가든 장가를 가든 뭔 상관들인지…

내가 시집이라도 가면 부조돈 몇천원 봉투에 넣어줄 것처럼 간섭질이다. 시집을 못가는거 아니고 안가는거 라는데도 말귀를 못알아 듣는지 신경질이 나게 보기만 하면 별 싱거운 걱정 다 한다. 남자없어 못가는가 하는데 솔직히 소위 말하는 남.사.친 남자사람친구는 많다.

솔직하게 말해서 눈이 맞음 삐리리 전기 통하는 놈이 없어서 시집 못가는건데 믿는 사람이 없다는게 억울하다. 박광자 29년 인생에 머리털 나서 눈이 마주쳐 5초이상 견디는 남자 못만났다. 있다면 당장 보따리 메고 가게 준비 다 해놨는데 3초만에 다들 머리 숙이드라. 못생겨서? 천만에…아침마다 보는 거울속에는 희멀끔하게 잘생긴 총각이 눈알 굴리며 서있는걸 볼 수 있다. 그게 바로 나 박광자다. 왜 기어이 눈이 맞고 전기 통해야 하는가 궁금해 하는데… 말하자면 길기는 하지만 긴 말을 줄여서 말하면 이렇다.

어릴 때 결혼집에 가면 어른들이 늘 새신랑신부에게 시키는 18번이 있었다.

나비가 꽃송이 찾아 왔느냐

꽃송이 나비를 불러 왔느냐

나비처럼 끔직한 신랑이여

꽃처럼 어여쁜 신부로구나

눈이 맞은 원앙새~

눈이 맞은 원앙새~

… …

여기서 잠깐 가사가 끝까지 기억은 안나는데 어릴 때는 눈이 맞은 원앙새라고 해서 나는 누가 때려서 눈이 맞은 줄 알았는데 크면서 그게 아니란걸 알았다. 그래서 그 20년 넘게 마음에 생각해둔 눈이 맞은 원앙새 노래처럼 눈이 맞는 사람 찾고 싶어 기다리고 있다. 말이 산으로 갈번 하긴 했는데 어쨌든 이래저래 나이만 먹은건 사실이다.

나는 어릴 때 내가 남자라고 착각을 하고 살았었다. 쩍하면 눈물코물 쥐여짜며 우는 여자아이들 보면 한대 더 쥐여박고 싶어지면서 짜증부터 났다. 하여 나는 늘 남자애들과 어울려 놀았다. 학교에서 단체복으로 치마를 해주면 나는 선생님과 의견제출해서 바지로 바꿔 입고 남자들 줄에 가서 섰다. 화장실도 소학교 4학년까지 남자화장실 갔는데 선생님이 난리쳐서 더 이상 못갔다. 그때 나는 내가 여자라는걸 겨우 인정했다.

내 생각인데 우리 엄마가 아무래도 나를 낳을 때 급해서 배안에 내‘꽃츄'를 떼여 놓은건 아닌지 하는 의심도 여러번 해봤다. 며칠전 주말에 신나게 집에서 게임을 놀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내 주먹에 맞아서코피를 코물처럼 흘리고 다니던 영철이가 소주 두상자를 들고 왔었다.

“헨님에, 헨님이두 어즈는 잔체랑 해야지 언제까지 요래구 베개마 끌어 안구 자갰소? 옆구리 시리재요?”

“옆구리 시리기는 버열이 나서 죽갰다.아스키 생긴건 산적 같으게 생겨 갖고 어울리지 않게 제비처럼 노니. 무슨 목적있니? 똑바루 말해라, 처 맞기전에…”

눈알 굴리다 대뜸 자라목이 되여 쏙 들어가버린걸 보니 설마가 역시나였다. 이놈은 일이 없으면 절대 날 찾아와서 이렇게 해실거릴 놈이 아니니까.

“야~ 사람 보기느… 어째 내마 보므 때릴 궁리 부터 하오? 내 얼매 헨님인데 충성하는지 알메스리… 마다매 내마 보므 자꾸 말해서 온게요. 혹시 헨님이 여자르 좋아한다거나 뭐 그런 별 난습과이는 없지양?”

“여자? 이새끼 고거 처먹구 벌써 취해? 무슨 정시 빠진 헷소리르 하니?”

움켜쥔 소주병을 치켜들기전에 영철이는 철푸덕 무릎을 꿇으며 빈잔에 냉큼 술을 따르며 아부를 해댔다.

“그럼 남자르 좋아하는건 확실하지양?”

“중점으 말해라, 빼갈 병살루 한나 해놓기전에…”

“냐냐…내 아는 헨님이 동미동미동새동미오빠동미라든데 그냥 여자므 된답데. 무슨 집두 있구 차두 있다든데 한번  만나 보갰소?”

“홀애비야?”

“아이”

“병시야?”

“아이”

“그램 어디 모베이 있니?”

“햐~ 아이요, 내 맞아 죽자그 그런거 소개하갰소?”

“내같은 여자두 된다디?”

“냐냐, 그냥 여자므 된답데.”

영철이는 머리를 딸랑북처럼 흔들어댔다. 흠… 그럼 정상적이란 말인데 어째 그냥 여자므 된다구 할가? 싸랑에 덴적이 있는가? 앞에 놓인 소주를 단숨에 원샷하고 나서 영철이를 곁눈으로 봤더니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침만 꿀꺽 삼키고 있었다.

‘아스키, 고샐루 쫄아서 눈치마 힐끗거리니’

“내보다 잘생게?”

“야~ 헨님마이 잘생기므사 서바 못갔갰소? 쪼꼼 못하답데.”

“그러야? 흐흐… 니 19살때 내까 한 말으 기억하지?”

“냐? 무…무스거?”

“이헨님이 서른살까지 홀몸이므 낸데 서바 오갰단 말으…으흐흐…”

나의 음산하게 들리는 말에 쫄았는지 마른명태를 뜯어 우물거리던 영철이는 채 씹지 못한채 넘기다 켁켁 거렸다.

‘요새끼 봐라…’

그러구보니 명년이면 내가 서른살인데 이늠시키가 나한테 장가 올가봐 어디서 이상한 놈 데려다 조공하는가 싶어졌다. 간이 배밖에 나오지 않은 이상 나한테 감히 어쩌지 못할거란 생각은 했지만 설마하는 생각에 다시 눈에 힘을 주며 노려봤다.

“내 나가 봐서 어디 문제있는 아므…알쥐?”

“냐냐, 싸람으 보기느… 내 아무리 그래두 헨님으 설구갰소?”

거울 앞에 서서 오분동안 이리 보구 저리 보구 하다가 갑자기 또 신경질이 도졌다. 박광자 인생에 남자 만난다고 거울앞에 서는 모양새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 평소에 입던대로 입을가 하다가 영철이가 엄마의 부탁으로 왔었단 생각에 옷장을 다시 뒤졌다. 어마마마가 친히 나섰는데 괜히 초를 치다 진짜 민정국에 끌려가서 길가는 아무 삼륜차쟁이한테라도 줄가봐 겁이 났다. 우리 어무이는 그래고도 남는 사람이란걸 29년 살면서 뼈저리게 알고 있으니 진지하게 나오면 꼬리를 내려야 한다가 내 인생 모토다.

뒤지다보니 언제 엄마가 아침시장에서 세일해서 샀다던 분홍치마가 보여서 집어 들었다. 내가 제일 혐오하는 분홍색인데다가 레이스가 치렁치렁 달린 치마였지만 옷장안에 유일한 치마라 어쩔 수 없이 꿰여 입었다. 생전 처음 입어보는 치마라서 그런지 가랭이 사이에 썰렁하니 통풍은 잘되는 것 같은데 치마가 자꾸 다리에 감겨서 참았던 신경질이 또 나려고 했다. 이리저리 돌려봐도 여전히 마땅찮은 치마 때문에 싱갱이질 하다가 약속시간이 다 돼서야 후닥닥 뛰어나왔다. 영철이가 조신하게 보이라며 신신당부하던 생각이 떠올라 이를 으드득 갈았다.

조신 좋아하구 자빠졌네… 이 천하에 박광자가 조신? 나한데 진짜 장가오게 될가봐 걱정되여 전전긍긍하며 희번득거리는 눈으로 눈치를 보던 영철이 생각에 입안이 써졌다.  이 천하에 박광자가 서른살이 아니라 육십이 돼서도 그 코플레기는 사양이다. 그런 얼간이를 델고 사느니 혼자 살고 말지 어디서 감히… 가까스로 치마 때문에 눌렀던 화가 또 올라오려고 하는데 문자로 주소 받았더 커피숍에 도착했다.

남자와 커피숍이란데서 만나긴 머리털 나서 처음이라 기분이 묘해졌다.

‘이 비루먹은 당나귀 같은 놈 보시게… 왜 사람보고 놀라니? 기분 나쁘게… 내 무슨 너르 잡아먹자니? 씨… 남자라는게 밥으 깨작거리메 먹으메…’

처음 인사할 때부터 놀라 움찔하며 눈 마주치기를 거부하던 남자가 나는 좀 꼴사나와졌다.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한두가지 아닌데 참자니 자꾸 숟가락을 떨어뜨리지 않으면 젓가락이 떨어져서 성질이 나서 겨우 참았다. 참는 것이 보이는지 불안하게 흘끔흘끔 쳐다보는 꼴을 보니 눈알 둬번만 굴리면 도망 갈 기세라 씨익 웃어줬다. 그랬더니 더 크게 움찔하며 눈길마저 피한다. 처음엔 놀란 토끼같은 모습에 괘씸했는데 내 행동 하나 눈빛 한번에 움찔대는걸 보노라니 꽤나 재밋어졌다. 그래서 더 무식한 티를 팍팍 냈다.커피잔도 마구 쾅쾅 소리나게 내려놓고 숟가락도 왈가닥거리며 메쳤다.

당장 도망 갈 기세드만 그래도 끝까지 앉아 있는걸 보니 또 기특해 보이기 시작했다. 애인은 아니더라도 친구쯤 돼도 괜찮을거 같아 씨익 웃어줬다. 기특하다고 봐서 그런지 먹는 것이 좀 깨작거려 그렇지 편식은 안하는 것 같았다. 말이라도 걸어볼가 고민하는데 허벅지 허옇게 드러내놓고 지나가는 여자가 보이기에 습관적으로 휘파람을 쌔액 불었드만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사레가 들었는지 연신 쿨럭거렸다. 오랜만에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니 나올 때 언짢았던 기분이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

“무슨 일 함까?”

“친구와 동업해서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뭐 팜까?”

“수입 물품도 있고, 특산물도 있고, 뭐 두루두루 잡화를 팔고 있습니다”

대답도 교과서에 나오는 식으로 딱딱하게 대답하는걸 보니 왜 여태껏 장가를 못갔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봐도 재미없는 놈인데 니가 장가 가면 희한한 일이지…취미생활을 물어보니 운동쪽을 좋아한다고 했다. 운동하는 사람답지 않게 비실대 보일 정도로 얄팍한 것이 그다지 마음에 드는 체격은 아니지만 배불뚝이는 아니란 것에 점수를 줬다. 말하다보니 자꾸 나만 말하는 것이 어쩐지 취조하는 느낌이 들어 대충 끝내고 집에 왔는데 웬걸 이틀뒤에 지네 집에 놀러 오라고 문자왔다. 안그래도 궁금해하는 영철이한테 말했더니 이 놈이 나보다 더 좋아한다.

“오우~헨님에 될 거 같소. 그 남자 그게 영 소심하다든데 헨님이르 막 집에 오란건 이쓰 있어 그래재? 아이다. 와~ 웃기는 놈이구나. 어째 여자르 남자 집에 막 오라구 그랜다오? 우추브레한 새끼재?”

“그래서뭐? 의견있니?”

“아이, 아이 의견없소”

어찌다가 영철이 입에서 남자 집에 가는 여자가 되여 기분이 요상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늠이 나보고 라면을 끓여란다. 저 눈에 내가 여자로 돼 보이는지 집에 놀러 온 사람보고 라면을 끓이라니… 한긴 나두 영철이가 우리 집에 오면 라면 끓여라 쓰레기 버려라 바닥 닦아라 부려먹긴 한다만 내가 시키는 것과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확연하게 기분이 달랐다. 괘씸해서 물을 콱 부어넣고 라면 봉지 안에 스프고 뭐고 한꺼번에 털어 넣었다.

‘어라? 라면을 물이 끓을 때 넣든가? 그냥 넣든가? 에라이, 모르갰다. 아무래나 배에 들어가면 똥 될거…’

잠시 한강수가 되여버린 라면 냄비를 보니 조금 당황했지만 먹고 죽을건 아니니 안심해 도될 것 같았다. 그런데 까짓 라면 한번 끓여준거로 또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동하는거 보니 괜히 짠해졌다.

‘아놔, 남자새끼가 또 질질 짜기는… 그래, 니 평생에 언제 이런 영광이 있갰니.’

“그리 감동 됨다?”

“아…네…”

시원찮은 대답에 눈을 가로 찢으며 보니 눈물 머금고 볼이 미어지게 먹고 있었다. 보니 혼자 살아서 관심 못 받아 감동의 쓰나미에서 허우적거리는 상태 같아 다 먹을 때까지 앉아있었다.

“저기…주말에 뭐함까?”

“그다지 할일은 없슴다.”

“그럼 축구하러 가갰슴까? 주말마다 조직하는 축구팀이 있는데 생각 있으면 가기쇼.”

“아…뭐 글쎄…”

남자스키가 언제 뭐 시원하게 대답하는 걸 못봤다. 이런거 델구 살라면 제 성질 못이겨 화병이 나지 싶어 무작정 시간을 잡았다. 아무래도 운동한다는거 거짓말 같았다. 비실비실하는 것이 조금만 툭툭 쳐도 픽픽 나가 떨어지는걸 보니 답답해져 자꾸만 말이 거칠게 나간다.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다.

“이번 주말에 우리 아리랑하구 진달래 붙는데 가기쇼.”

“축구팀에 팀원인매구나…”

“햐~ 내 이래봐두 챈펑임다.”

내가 하는 말마다 놀라서 눈이 둥글쇠 눈이 되는 걸 보니 다시 한번 친구로만 지내기로 한 내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축구는 그나마 조금 하는지 주말에 진달래팀과 3:1로 이겼다. 한번 놀아줬드만 재미를 붙였는지 주말마다 심심하면 당구하자 낚시 가자 불러댔다. 주위에 나를 이길만한 실력자가 없어서 적적하던 차에 간만에 나를 따라오는 사람을 만나니 나 또한 재미가 쏠쏠했다.

오늘도 신나게 운동장을 질주하고 집에 갈 준비를 하는데 영철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헨님에, 어떻게 잘 돼 가우?”

“뭐가?”

“그 선으 본 남자말이…”

“아아…아무래두 명년엔 니 낸데 서바 와야갰다. 임마 술두 니마 못쎄구 축구두 니마 못하구…”

“됐소, 내 또 딴거 알아볼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영철이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똥줄이 타서 여기저기 뛰어다닐 영철이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짜식이…’

아무리 시집을 못갔기로니 심심하면 엉뎅이 걷어차며 심부름을 시키던 부하동생 보고 장가 오라고 할 정도로 남자가 고프랴만 딱 곧이듣고 허둥대고 있을 영철이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혼자 미친 것 처럼 히죽히죽 웃으며 축구장에서 나오는데 저번에 새로 들어온 회원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불곰처럼 우덕진 덩치를 보면 씨름선수 같건만 운동으로 단련됐는지 꽤 날렵하게 몸을 쓰는 놈이였다. 곁을 지나가며 카리스마 넘치는 내 레이저 눈으로 쓰윽 째리면서‘뭘봐’하고 경고를 날렸다.

‘어라? 요놈 보게? ’

이 박광자 카리스마 살인 레이저에 끄떡없이 마주 보는 것이 아닌가! 나 또한 질세라 눈에 더욱 힘을 주고 노려봤다. 그렇게 10초동안 버텼나… 그제야 머리를 돌리는 것이였다. 그럼 그렇지 하며 나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오메… 나좀 보게… 이놈이 낯이 시뻘개서 한다는 말이…

“저… 시간되므 커피 한잔 할 시간 내주겠슴까?”

오우… 박광자 드디여! 으흐흐…광자에게도 봄이 오는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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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세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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