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한무리의 사람들이 밖으로 뛰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8시 반이 조금 안된 시간이였다. 통근차를 타는 모양이였다. 게다가 비까지 오는 통에 그 뒷모습은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내가 앞으로 쭉 여기서 일한다면 나 또한 저런 모습일테니까.

“저 사람들 퇴근 하나봐요?”

“응. 그래서 8반 이후에 내가 통역이 없잖아. 그래서 조수가 필요한거야.”

“…”

사람은 이렇게 같은 풍경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할수 있다.

“좀 있다 9시에 기술자들이랑 회의 할꺼야. 너도 들어와.”

“네.”

공장장이 나간 후 나는 사무실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사무실에는 퇴근한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8시 30분이 가장 이른 퇴근시간이었던 것이다. 나는 조심스레 내 자리로 가 앉았다. 괜히 먼저 말 걸기도 뭐하고 딱히 궁금한것도 없었던지라 나는 그냥 입 닫고 눈길가는대로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 자리는 공장장 바로 옆자리인지라 나는 아무때나 마음껏 눈 마주칠 걱정없이 사람들을 관찰할수 있었다.

“엄마, 나오지 마,나오지 말라니까!”

날카로운 소리가 갑자기 내 귀를 때렸다.

“어,엄마 이미 개발구에 와 있어. 친구들이랑 밥 먹고 시간 보니 딱 되네.”

“나 아직 퇴근 못했어. 도착하려면 아직 한시간이나 남았다구. 한시간동안 거기 서있을꺼야?”

“어. 엄만 괜찮으니까 천천히 와.”

“엄마! 빨리 집에 가.”

“어?”

어릴적부터 시작된 부모님들의 등하교셔틀노릇은 딸들이 어른이다 된 이시점에 퇴근셔틀로 이름만 바뀌였다. 이쪽에서 한마디 녹음해서 남기면 저쪽에서 확인하고 답장을 하는 식의 대화는 옆에서 듣기에도 답답하고 짠했다.

“집에 가라고!”

“이미 왔는데?”

“아 엄마!”

“나 신경쓰지 말고 천천히 와. 끊는다.”

“엄마!엄마!”

나라도 저 애처럼 했을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시간에 딸을 사람 하나 없는 그런 곳에 혼자 둘 엄마도 많지 않다. 그 후로도 이 시간이 되면 그들 모녀지간의 이런 식의 대화는 매일 계속되였다.

“너 XX살이면 XX학번인거지?”

아직 회의시간도 안 됐고 말 걸어주는 이도 없어 멍이나 때리려던 참인데 어느새 통화를 마친 여자애가 자리에서 일어서 타박타박 걸어오더니 조심스럽게 나한테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어? 어.”

나이를 묻는 경우는 많았어도 이런식으로 호구조사 하는 것은 또 처음 본다.

“그럼 너도?”

“응.”

“그럼 너 나랑 동갑이겠네?”

“아니, 나 너보다 한살 어려.”

아하. 그래서 나이가 아니라 학번을 물은거구나.

“넌 언제왔어?”

“나 너보다 일주일 먼저 왔어.”

원래 비슷한 처지의 사람끼리 말하기가 더 편한 법이다.

“아, 그래? 넌 무슨 일 해?”

“난 오더담당이야.”

"오더담당은 주로 어떤 업무를 해?"

"어? 나두 잘 몰라. 요즘 새로 시작하는 오더인데 이게 원단 샘플이래.고객이 오늘 아침 원단을 보냈는데 오늘 한 일이라곤 창고에 가서 원단에 오염이나 불량이 없나 체크한게 다야."

그나 나나 참 도긴개긴이다.

“오더담당들은 몇시 퇴근이야?”

“규정상으로는 8시 반.”

“어,근데 너 왜 통근차 안 탔어?”

“연길은 통근차가 없어요.”

맨끝에 조용히 앉아있던 여자애가 고개를 몸을 돌려 한마디 했다.

“잉? 그럼 그 시간에 퇴근하는 사람들은 어쩌라구?”

“자기가 알아서 해결해야 돼. 택시를 타든 뭘 타든. 차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 운전해서 가고. 나는 다른 사람 차 얻어타구  다녀. 그 사람이 일찍 퇴근하면 개발구의 다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랑 택시 카플해서 다니고.”

“그럼 그 시간에 퇴근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그럼 나혼자 갈 수밖에 없지. 안 그래도 어제 택시기사랑 한바탕 했어. 원래 싣기로 한 사람이 펑크 내는 바람에 먼저 탄 우리더러 그 돈을 대신 내라는거야. 둘이서 50원이나 냈어. 그 시간에 다른 차를 부를수도 없고 그냥 우리가 뒤집어 썼지 뭐.”

“그래도 택시 타면 집앞까지 가잖아?”

“응. 택시는 가는데 인사 차를 타면 하차하는 지점부터 15분 정도 더 걸어야 집에 도착해.”

“어디서 내려?”

“개발구.”

그 시간에 연길개발구에 가 본 사람은 안다. 비명을 질러도 돌아보는 사람 하나 없는 공장지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헐!”

“그래서 밤마다 엄마가 데리러 나와.”

“에휴. 그럼 퇴근 시간도 일정하지 않겠네?”

“어. 어제 도착하니까 10시 넘었더라.”

“그럼 그냥 씼고 자야겠네? 다른거 할 시간도  없잖아?”

“맞어. 씼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퇴근해서 씼고 자고. 요즘 내 일과가 그래.”

886의 현주소다. 언제, 어디서, 누가발명했는지도 모르는 이런 근본없는 제도가 언젠가부터 중국의 기업 곳곳에 스며들더니 이제는기업주들이 아예 노골적으로 이 제도를 공식화하고 나섰다.

“갑시다.”

한창 수다에 물이 올랐는데 인사가 웃으며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네.”

“나 먼저 갈께. 내일 봐.”

“그래.”

나도 서둘러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아직 도착 안한 사람을 체크하고 의자를 옮기는 등 부산한 시간들이 이어진 후에 회의는 시작되였다.

“다 모였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지금 오더 상황 체크합시다. 먼저 재단부터. 김부장, 지금 어느 브랜드 하고 있습니까?”

“예. 부가치 다 끝나고 오늘 고정(맞춤복) 들어갔습니다.”

“언제 출고죠?”

“6월 30일 입니다.”

“다음 봉제쪽, 모모 아직 부가치 하고 있지?”

“예.”

“지금 몇개 했지?”

“7200장 했습니다.”

“2800장 남았구나. 모레 출고일인데 납기일 맞출수 있겠어.”

“오늘 1000장 했으니까 맞출수 있을겁니다.”

“니네 라인 불량 너무 많다. 저번에도 100개가 넘었는데. 이번에 신경좀 써. 고객이 컴플레인 들어왔어.”

“네.알겠습니다.”

… …

각 기술원들과의 확인과정을 마치고 이번에는 공장장의 일방적인설교타임이 이어졌다.

“자, 여러분은 모두 청도에 있을 때부터 함께 일한 분들이니 툭 까놓고 말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생산량에 만족합니까?”

“…”

“조선(북한) 사람들이 밥 먹는 시간들이 당신들 휴식시간이죠? 그렇죠?”

“…”

주위는 숨막히는 고요함으로 인해 질식할 것 같았다.

“생산량은 저절로 올라가는 줄 압니까?”

“우리가 청도에서 여기로 금방 옮겼을때, 조선 직원들은 아무런 훈련도 안 돼있고 통역도 없을때 우리가 생산량을 어떻게 끌어올린줄 압니까? 조선 사람들이 밥 먹으로 간 사이 제가 모모한테 그랬습니다. ‘모모야,우리 뭐라도 좀 하자’ 점심시간 30분, 저녁 시간 30분 동안 나랑 모모랑 한 사람이 50개씩 하루에 200개.이렇게 초기에 생산량을 끌어올렸습니다.”

“…”

“지금 우리회사 불량률이 어떻게 되는지 다들 압니까? 조선 직원들 밥 먹는 시간에 봉제쪽에 불량은 없나, 기계가 고장난 데는 없나 돌아보면 안 됩니까? 우리 조선 직원들 정말 힘듭니다. 아침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하루종일 발판을 밟으면 17,18살 되는 어린 여자애들은 말할것도 없고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도 힘듭니다. 그들은 우리한테 소중한 보배들입니다.우리가 청도에서 왜 여기로 들어왔는지 다들 알겁니다. 지금 가공 단가가 3~5달러 사이인데 중국의 재봉공들은 몸값이 비싸서 도저히 못 씁니다. 이렇게 긴 시간 하려고 들지도 않구요. 그들이 무슨 문제를 제기하거나 요구하면 최선을 다해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세요.”

조선(북한) 직원들은 중국로동법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중국 직원들도 딱히 누리는 것 같지는 않다.

렌시스리커트의 리더의 타입과 조직의 효율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리더는 생산지향형과 종업원지향형 두 타입으로나뉜다. 생산지향형 리더는 직원을 목표나 실적을 완성하는 도구로 간주할뿐 감정과 욕구가 있는 인격체로 보지 않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거나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좋은 실적을 창출한다.

반면 종업원지향형 리더는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생산이 아닌 직원들의 수요, 진급과 커리어의 발전에 더 주안점을 둔다.

그리고 두 타입의 생산성을 비교한 결과 종업원지향형의 조직의 효율이 생산지향형의 조직보다 높게 나왔다.

“이제 오래지 않아 30일이라서 5월달 월급을 탈텐데…”

(뭐 뭐? 6월 말인데 5월 월급을 탄다구? 내가 잘못 들었나?)

‘중화인민공화국로동법’제 91조는 로동자의 임금과 야근수당 체불을 엄금하고 고용주가 이를 어길 시 로동자는 기업을 상대로 경제보상과 배상을 청구할수 있다고 되여있다. 그 말인즉 이 회사의 행태는 엄연한 불법행위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튿날 내가 재무과에 따지러 갔을 때 대도시 일본기업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재무과장한테서 ‘그게 왜 불법이지?’라는 아연실색할 반문만 들었다.

“이번 달부터 저번에 얘기했던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술원들 각자 배당받은 생산량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겠습니다. 그리고 카드 찍는 문제,출근기록을 보니까 시간이 너무 들쭉날쭉합니다. 몇분씩 지각하는 사람도 있고 규정보다 일찍 퇴근하는 사람도 있고. 저번에 얘기했듯이 1분에 10원씩 깎을겁니다. 내가 돈이 많다 싶으면 마음대로 시간 어기세요. 재단이나 완성쪽은 밤을 샐 때가 많은데 그럴 경우 인사과에 얘기하고 아침 10시에 출근해도 됩니다.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간을 엄수하기 바랍니다.”

1959년 프레데릭 허츠버그는 동기이론과 위생이론으로 구분되는 2요인 이론을 확립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위생요인은 사람들의 불만족정서를 유발하는 요소들로 회사의 정책과 관리, 감독, 인간관계, 작업 안정성, 작업 조건, 급여 등이 이에 속한다. 동기요인은 사람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로 일 자체의 즐거움, 성취감, 성장 가능성, 책임감,승진 등이 그 것이다. 위생요인이 충족되면 동기가 증가하는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불만은 커져간다. 이는 직원의 이직을 초래하진 않더라도 충성도를 악화시켜 생산성과 효율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동기요인은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10시가 다 됐는데, 오늘은 이만 합시다. 해산!”

직원들이 회의실을 빠져나가자 공장장은 쏘파로 몸을 늘어뜨렸다.

“들어가실거죠?”

“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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