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형이 사라졌다.  

형이 사라지고 난 뒤 8평짜리 반지하 쪽방엔 이전과는 다른 적막이 찾아왔다. 막혀버린 하수구와 줄이 빠진 샤워기 헤드, 그리고 그 곳에 버려진 나뿐이었다. 집주인 아줌마는 매일마다 어서 방을 빼라고 고함 지르고 갔다. 문을 잠그고 커튼을 치고 불을 꺼도 끝없이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숨이 없는 자들이 기웃거리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소음을 차단하고자 이불을 뒤집어 쓰지도 못했다. 시체를 감췄던 이불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2. 

형 말이 맞았던 걸까?

-민아 도망가.  뒤도 돌아보지 말고.

욕실 문앞에서 나자빠진 나를 보며 형이 담담하게 말했다. 말의 내용과 음성사이 괴리를 느끼지 못할 만큼 태연하고 일상적이었다. 차분한 목소리가 욕실에 낮게 깔렸고 흡사 그 음파에 밀린 빨간 핏줄기들이 줄줄줄 하수구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빨래 건조용으로 욕실에 달아놓은  플라스틱 봉에는 빨래가 아닌 정체를 알수 없는 사내가 나체인채로 거꾸로 널려있었다. 사방에 튄 핏물들은 타일의 이음새를 따라 수직선을 그리며 빨갛게 흘러내렸다.  유독 하얀 형의 얼굴에도 선혈이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형은 얼굴의 피를 슥 닦아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왼손에 든 스패너에서도 붉은 액체가 날을 타고 툭,툭, 흘렀다. 

-도망가라니까. 어서. 

3. 

지독한 열대야가 이어지던 나날들,  고장난 에어컨은 작동하는 순간 곰팡이 냄새가 밴 바람을 힘없이 뿜어댔고 탈탈탈 소리를 내는 선풍기는 요란함이 무색하게 실바람을 만들어냈다.  주에 한번씩 찾아가는 그 작은 집에는 형 말고는 있어야 할 것들이 없었다.  삶의  안락함 같은 것들,  그러나 없어야 할 것들이 있는 줄도 몰랐다. 혈흔이나 시체같은 것들.  

아이스크림을 한 가득 사들고 들어선 집,  이질스러운 냄새가 현관에서부터 코를 자극했다. 껍질이 벗겨진 입술을 훑으면 혀끝에서 올라오던 그런 냄새, 피맛에서 나는 비린내였다.  빛이 차단된 반지하 방에서 욕실의 문틈으로부터 빛이 새나오고 있었다. 

-형, 뭐해?

대답이 없는 욕실 앞에서 잠깐 서있었다.  액체 떨어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왜인지 모르게  떨리는 손으로 문을 당겼다. 이윽고  손에 든 아이스크림 봉투를 떨어뜨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뒤로 나자빠졌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아무런 소리도, 심지어 호흡도 내뱉지 못 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4. 

형의 말은 중력같았다. 나는 그것을 단 한번도 거스른 적이 없다.  도망가라는 말에  현관까지 기어가다 싶이 몸을 써서 다달았다.  초점이 잡히지 않는 시야 속에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운동화 끈을 묶었고 신발장을 지지대 삼아 잡고 일어서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처음에는 갓 태어난 새끼동물처럼 제대로 걷지 못하다가 조금씩 다리에 힘을 실어 달리기 시작했다.  몇분을, 몇시간을 달렸는지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무작정 뛰다가 어느 버스 정류장 앞에 위치한 모텔로 급히 들어갔고 영혼이 빠진 사람처럼 온밤을 눈뜬채 지샜다. 

형사들은 이튿날 아침에 찾아왔다. 

5. 

형사들은 퍽 답답해 했다. 나에게서 그들이 원하는 답이 단 한줄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마랑 같이 살면서 아무것도 못 느꼈다는 게 말이 됩니까?

-…

-사람을 여덟이나 죽였는데도?

그들은 나의 형이 연쇄살인마라고 했다. 집에서는 살인과 시체유기에 썼을 각종 도구들이 나왔고 범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미 정해진 극의 결말을 안다는 듯 나를 공범으로 몰아세우면서 형의 행방을 캐묻다가, 아무것도 답하지 못하는 나에게 화를 내며 윽박지르다가,  어느 순간에는 아무말 없이 담배만 피워댔다.  취조실에 있었던 며칠 동안 나를 질식케 했던 건 캄캄한 어둠도, 메케한 담배연기도 아니었다. 형사들의 눈빛이었다.  연쇄살인마의 동생을 바라보는 눈빛.  불쾌하다는 듯, 가련하다는 듯, 공포스럽다는 듯, 그 중 어떤 것인지 나는 정확히 찝어낼 수 없었다. 

6.

-정유민씨 공범 혐의 벗었고 이제는 참고인 신분입니다.  보니까 정훈씨랑은 호적 상으로 남이던데… 가족도 아니면서 언제부터 같이 살았어요?

-…

-정훈이 보육원에서 나올 때 같이 나온거예요?

-…맞는데요.

-네?

-가족 맞다고요 씨발

형은 나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혈육만이 가족인게 아니라고 형이 말하던 순간, 나도 그리 여기기로 했다.  어떤 가족은 있는게 없기만도 못했다. 나를 버린 부모가 바로 그랬다.  어떤 가족은 없는채로 만들어졌다. 형이 그랬다. 나에게 형제따위 없었다. 그러나 삼시세끼를 같이 먹는 형은 있었다.  

-같이 밥을 먹는게 바로 식구라며. 그럼 정훈이 내 형이 안 될 이유는 또 뭔데요.

형사는 할말이 없는 표정이었다.  옅은 한숨을 쉬고는 자료첩을 책상에 던지며 쏘아봤다.

-형 어딨는지 진짜 몰라요?

7. 

형은 어딨을까 

내가 집을 나서고 형사가 들이닥친 열시간 사이,  보안카메라도 없는 구옥의 뒷골목으로 유유히 빠져나가 어디로 사라진걸까.  형이 유기한 시체들은 집의 욕실과 도시 외곽의 하천과 산에 보란듯이 널렸는데 그것들을 흩뿌린 형은 대체 어디로 숨어든걸까. 

형, 나는 형이 말하는대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결국 다시 이 집구석으로 돌아왔어. 왜 그런걸 시킨거야.  우리한테 언제 도망칠 곳이 있었다고. 열일곱이 같이 살던 그 보육원에서도 우리에게 숨을 곳은 없었어.  신부님이 함부로 도망치다간 천벌 받는다고 그랬잖아. 난 천벌의 공포를 무릅쓰고 형 따라 나왔어. 근데 형도 사라진 마당에 나는 어디로 가야돼?

8.

보육원의 개는 퍽 늙었었다. 똘똘이라는 이름이 안 어울리게 언제나 혀를 늘어뜨리고 바닥에 웅덩이마냥 퍼져있기만 했다. 밥을 줄때만 잠깐 꼬리를 흔들었다가 배를 불리고 나면 이내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낯선이가 와도,  비명소리가 들려도,  보육원이 불에 타올라도 절대로 짖는 법이 없었다. 힘이 없었고 똘똘하지 못했다.  그런 똘똘이를 똘똘이라 부르지 않는 보육원의 유일한 사람이 형이었다. 

-형은 왜  똘똘이를 무명이라 불러?

-무명이니까.

-그게 뭔데?

-이름이 없단 뜻이야. 

-이름 똘똘인데 왜 없어?

-살아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이름이 있어. 얘는 지금 죽은 것처럼 사는거야. 

-형 말 어렵다.  역시 형은 똑똑해. 

일곱살의 나에게 열일곱의 형은 신에 버금가는 대단한 어른이었다. 

9.

한동안 집에 틀어박혀서 잠만 잤다.  모든 순간이 비몽사몽이었다.  형사들은 나에게서 캐낼게 없어지자 더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미뤄둔 설거지거리처럼 난 방 한 구석에서 조용히 메말라갔다.  스스로를 방치하다가도 허기짐이 도저히 참아지지 않으면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었다.  그날 내가 떨어뜨렸던 그 아이스크림이었다.  봉투 그대로 냉장고에 들어있었고 누가 넣어놨는지는 알수 없었다. 

현장 조사를 했던 형사들이 넣어놓은걸까

사라진 형이 넣어놓은걸까 

형은 정말로 사라진걸까

아니면 죽은걸까 

기껏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곧잘 토했다.  형사들이 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시체를 유기할때 일부는 집 냉장고에 보관한 흔적이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러면 저절로 속이 울렁거렸다.  속을 비워내고 수돗물이라도 받아마시려던 때 누군가 문을 거세게 두들였다.  누가 됐든 열어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문 너머의 그 사람은 물러설 생각 없는지 끈질기게 문을 내리쳤다. 

10.

– 너냐? 살인범 동생?

-당신은 뭔데.

-네 형 잡아 족치려는 사람.

-번지수 잘못 찾았어. 나도 모르니까 꺼져.

-말버릇 존나 싸가지 없네.  행운을 타고 나서는 뭐가 그리 불만인데.

형,  그 사람은 다짜고짜 나보고 행운을 타고났대.  

-살인마랑 같이 살면서 아직 숨이 붙어있잖아? 신의 은총 몰빵이다 너.

자기를 형사라 칭하던 그 사람 이름은 이무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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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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