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재밌었고 지금은

깜찍해보이는 삽질을 기념.


오늘 우연히 6년 전에 했던 문자삽질을 발견했다. 육년전이면 그해부터 우리나무를 했는데, 이건 여기에 나르지 않은거 보면 어떠샜나봄. 그런데 지금 보니 웃기기도 하고 깜찍한 삽질이었다. 놔두면 다시 돌아오는 유행지난 옷처럼, 어젯날 촌스럽고 유치했거나 과격했던 “우리”는 시간이 충분히 흐르고나면 최소한 스스로의 쓰담쓰담을 받을 수 있다. 6년이니 나이로 따지면 중1이 초1을 보는 시선쯤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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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읽는 걸 좋아하는 편, 손바닥만한데 써진 의미없는 글자도 가끔은 정독을 한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음력설 즈음에 고향을 방문한 친구를 만났을 때, 영국에서 사는 그녀가 나에게 예쁜 캔에 담긴 차를 선물했다. 몇년 전에도 차를 선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나는 차보다는 캔때문에 더 좋아했다. 친구가 그걸 기억한게 틀림없다.

오늘 그 차를 마시다가 문득 눈길이 캔으로 향하고 거기 써진 글자가 읽고 싶어졌다. 그럼 어디 한번.

초록에 분홍띠를 더한 예쁜 배색의 캔

(후지 카메라 앱을 쓰고 있어서 시간은 늘 1998, 과거에 살고 있는척 하기, 열여덟살 기분으로 살기)  

FORTNUM & MASON 회사의 Famous Teas 시리즈의 Queen Anne 차. 무게는 125그람이며 4.4온스. (1oz = 약 28g ) 

이제부터 캔을 순시침 방향으로 회전해보겠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타이핑으로.

QUEEN ANNE

Created in 1907, our bicentenary year, this popular blend commemorates the reigning sovereign in the year that Fortnum & Mason first began. 

퀸 앤(앤 여왕)

Fortnum & Mason 회사의 200주년 기념해인 1907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사랑받는 이 차(원문에 blend 즉 혼합물이라 함은 두가지 차를 섞었기 때문)는 회사가 만들어질 당시(1707년)에 재위하던 군주(앤 여왕)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The smooth blend of carefully selectd TGFOP Assam and Ceylon FBOP teas produces a strong, smooth tea that is refreshing at any time of day.

엄선한 TGFOP Assam(인도 차의 한 종류)과 Ceylon FBOP(스리랑카 차의 한 종류)를 잘 섞어 만든 이 차는 진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하루의 모든 시간대를 상쾌하게 깨워줍니다. 

FORTNUM & MASON

EST 1707

QUEEN ANNE

Heat the water to 100C, use one teasoppon of tea per person and brew for 5 minutes. Queen Anne tea is best served with a splash of milk. 

Ingredients: Tea.

물을 100도까지 끓인 후 1인 당 1 티스푼(작은 숟가락)의 차를 넣고 5분간 우려냅니다. 퀸 앤은 우유 한모금을 더했을 때 그 맛이 가장 좋습니다. 

재료: 차

여기서 우유 한 모금에서 할말이 있다. 예전에도 같은 친구가 차를 선물하고  영국차는 우유를 넣어서 마셔야 한다고 한적이 있다. 그뒤 차를 마실때 우유를 넣고 나 잘했지 하면서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친구가 색깔이 정확하지 않다고 하는거다. 그래서 며칠뒤 우유량을 조절하고 또 찍어보냈더니 그 색깔도 아니라는 대답. 미술선생님한테 숙제검사를 마치는 것 같은 이 기분. 

사실 splash란 단어는 아주 애매한 단어. 물방울이 튕기면서 찰랑?하는 그 느낌. 한모금이라고 번역했으나 사람에 따라 그 한모금의 정도가 다를수 밖에 없다. 마치 우리네 어머니들께서 주방에서 요리할때 양념량을 말할때 늘 적당히(그게 대체 얼마인데요?) 넣으라고 하시는 것과 비슷하다. 

계속하여~

Once opened, store in an airtight container, preferably a tea caddy.

개봉 후 밀폐 용기에 저장하되 좋기는 티 캐디(차 전용 보관 용기)에 보관하십시오.

Tea Caddy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Best before end – See base.

Blended and packed in the UK from imported teas for: Fortnum & Mason, Piccadilly, London, England. 

유통기한-상품 바닥면에 표기.

수입한 차를 영국에서 혼합 및 포장하여 영국 런던 피카델리의 포트넘앤드메이슨 사에 납품.

FAMOUS FOR TEA

Fortnum & Mason first began trading in 1707 and quickly established a tradition for quality and service that has been consistently maintained.

포트넘앤드메이슨사는 1707년에 처음으로 거래를 시작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품질과 서비스를 보장하는 전통을 확립하였으며 지속적으로 이를 보존해왔습니다. 

They have served every reign of British Monarchy since and have been honoured many times by Royal Warrants of Appointment. Today Fortnum & Mason has an international reputation for exclusivity and quality. 

그때로부터 포트넘앤드메이슨은 영국의 모든 왕실에서 애용되었으며 여러번 왕실 조달 허가증의 영예를 수여받았습니다. 오늘날 포트넘앤드메이슨은 고품격과 품질로 세계적인 명예를 얻고 있습니다. 

2018년10월23일 제조.

2021년10월31일 전에 사용할 것을 권장드립니다.

내친김에 큐알코드까지 스캔해 보았더니

두둥~

달그락거릴 것 같은 잔에 담긴 차.

정학히 5분을 우려낸 퀸 앤

우유 한 모금을 떨궈 본다.

색이 별로구나.

과감하게 한 모금 더.

이 색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ready to serve.

이러려고 영어공부를 한건 아니나, 가끔 이런 재미도 있다. 이상, 번역노동자의 간헐적인 자발적 번역이었음. 

-끝-

Acknowledgement: 차를 선물한 그녀에게 감사를.

——

이상, 앓았던 병세에 대한 소상한 차트기록이었으나,

카테고리를 훑어보아도 소속을 정해주기가 어려워서 공부•자료에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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