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화양년화>를 다룬 유튜버의 리뷰가 떠오른다. 영화 속 아름다운 색조와 인물들의 화려한 의상, 우아한 자태는 주인공의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가 기억하고 싶은 모습을 담은 것이라는 견해가 그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이해하면 화양년화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을 기술한 것이다.

우리는 존재하지도 않은 시간 속에서 위안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의 집은 존재하지 않는 곳에 자리하게 된다.


가끔 나는 이런 나의 글이 참으로 슬프다.

 


2020년 초부터 2023년 초까지, 가장 기특한 나의 변화는 거듭 반복 되었던 연애의 사슬을 전부 끊어놨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연애사를 온 천하에 떠들며 가십거리로 만들기 바빴다. 

이러한 나의 심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제보니 나도 참으로 현명하지 못한 인간이로다.

 

청산.

나는 청산에 급급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큰 착각이자 오만한 의지였ㅣ다.

결국 청산의 노력들은 나의 기억을 쌓아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고 싶은 모습들만 아슬아슬하게 재건하고 있었다. 

재건된 기억은 깔끔하지만 위태롭고, 아름답지만 쉽사리 부서질 수 있는 그야말로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다. 


그렇게 나는 또 한번 현실을 도피하고 말았다.

"이 빌어먹을 물고기자리 근성"


종종 나는 생각한다.

나와의 연애란 참으로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롤러코스터를 단단히 붙들 수 없는 레일은 결국 롤러코스터와 함께 파괴되고 말 것이다.

콜러코스터의 잘못일까 레일의 잘못일까?


그러다 최근 삼년. 

나는 코로나 덕에 롤러코스터를 버리고 기차에 앉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서서히 이동하는 창밖의 풍경이 참으로 낯설다. 그리고 숨막혔다.

기차는 느리지만 안전했다. 

거듭 반복된 멈춤은 답답했지만 내가 달려온 여정을 되돌아보게끔 하였다.

그리고 이 무미건조한 기차 속에서 나는 믿음, 신뢰 그리고 안전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뭐, 이것도 나쁘지 않네."

롤러코스터는 화양년화의 슬픔으로 나를 매혹하였다면 

기차는 서서히 지나가는 풍경들로 나의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돌려주었다.


멈추는 법을 배워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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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ean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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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몸이 예전같지 않지만 롤러코스터는 여전히 저한테 큰 유혹입니다. ㅎㅎㅎㅎ
    안전한 기차를 선택한 이상 탈선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지니의 글은 되새김질을 불러오는 울렁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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