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작가들이 <본인이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나 이유>를 적은 문구들을 봤지만 <내게 글쓰기는 헌신이었다>는 첨이였다. <글을 쓰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혹은 해소했다>는 식의 내용은 들어봤어도 <글을 쓰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는 첨이였다. 글쓰기가 없다면 실존은 공허하다는 말은 어느정도 이해가 됐지만, 왜 책을 쓰지 않았다면 죄책감을 느꼈을지는 궁금하다.

신체적 접촉보다 언어가 더 중요한 이유는, 둘만의 느끼는 감정의 언어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첫번째 창구라서 그렇다던데, 이분은 그 감정의 언어들을 솔직하면서도 정확하고 투명하게 잘 표현하는 거 같다.

그 어떠한 사건의 전개가 주는 박진감이라든지, 오로지 이야기속에 빠져보는 황홀함이라든지, 매력있고 재치있는 글이 주는 매혹력이라든지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 단지 자기가 그 상황에서 느꼈던 감정을 글로 표현한 이분의 글에서 나는 몽환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의 글에서 뿜어나오는 그 묘한 몽롱함은 추상적이거나 몽상적이 아닌, 구체적이고 디테일하며 이해하기 쉽고 공감이 잘 되는 그런 몽환이었다.

움직이지 않으려는 물체를 밀어주는 힘은 꿈이나 호기심, 아니면 사랑하는 이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랑표현을 너무도 내 취향에 맞게 해준 그의 <단순한 열정>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후회했을 것이다.

이 글을 읽을수 있도록 나에게 권한 사람한테 고맙다. 

<중경삼림>에서 금성무는 <만약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1만년으로 하고 싶다>고 했고.

또 어디서 본 어떤 구절에서는 <사랑이란 현실이란 햇살이 비추자마자 소멸하는 안개>라 했고.

김영하 작가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순간이 본인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순간>이라 했고.

정서경 작가는 <사랑한다 라는 대사만큼 불필요한 대사가 있을가>라고 했지만.

나는 사랑 혹은 사랑이야기 그 자체보다, 그 사랑속에서 느낀 모든 세포의 고백을 진솔하고 또 언어가 할수 있는 역할을 백프로 발휘해서 거기 담궈낸 이 분의 재능이 탄복스럽다.

나도 첨으로, 어느날인가 한 남자에게서 느끼는 사랑의 열정을 그가 보지 못하는 어딘가에 편지처럼 써두고 싶다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해준 계기가 될 것 같다. 워낙에 읽어본 노벨문학상 수상작도 거의 없었고 그래서 크게 비교가 될 작품이 없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노벨문학상은 난해하고 심각하고 투철하고 사회적이고 예리할것이라는 내 편견을 산산히 부쉰 기념으로, 이 소설의 마지막 구절이 너무 좋아서 (개인적으로) 공유하고 싶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천재 물리학자가 생각하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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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사는 여니

별거아닌 생각, 소소히 적기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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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근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접했습니다.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이 말하길 인간이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이 “고독” 이고 이것을 해결하기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든 결국 진정한 방법은 사랑 하나뿐이라고 하네요. 설렘이라는 버프가 빠진뒤에도 진짜 사랑을 줄수 있는 사람과 함께 늙어간다는게 정말 큰 사치인것 같습니다.

  2. 여니 글을 읽고 나면 맘에 말랑한 부분이 한조각 늘어나는 기분이 들어요.
    사치라,,, 중국어의 표현 중에 사치품까지는 아닌 가벼운 사치 (轻奢)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궁극의 목표, 최상의 것은 어려우니 그 차선이라도 선택하라는 유혹의 표현 같아요.
    저는 이런 유혹에 잘 넘어가는 편입니다. 제일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외면하고 저 자신한테 솔직하지 못해서 그런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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